약 한 달 만에 다시 50원 인하
면세점 4사는 2026년 7월 국산 브랜드 기준환율을 1,45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렸다. 당시에는 원화 약세에 대응해 국산품의 달러 표시가격을 낮추고 외국인 대상 가격경쟁력을 방어하려는 조치였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7월 8일,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7월 9일부터 1,500원을 적용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8월에는 기준환율을 1,500원에서 1,400원으로 낮췄고, 9월에는 다시 1,350원으로 내렸다. 6월 초 1,56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9월 9일 1,330원대로 내려오면서 기준환율과 시장환율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조정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6월 이후 기준환율 조정 내역은 다음과 같다.
| 적용 시점 | 조정 내용 | 방향 |
|---|
| 2025년 6월 | 1,400원 → 1,350원 | 인하 |
| 2025년 11월 | 1,350원 → 1,400원 | 인상 |
| 2026년 3월 | 1,400원 → 1,450원 | 인상 |
| 2026년 7월 | 1,450원 → 1,500원 | 인상 |
| 2026년 8월 | 1,500원 → 1,400원 | 인하 |
| 2026년 9월 | 1,400원 → 1,350원 | 인하 |
2025년 6월 조정을 포함하면 약 15개월 동안 여섯 차례 변경된 셈이다. 최근 1년만 놓고 보면 2025년 11월 이후 다섯 차례 조정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기준환율을 통상 3~4년에 한 번 조정했다는 업계 설명과 비교하면 최근의 조정 주기가 크게 짧아졌다.
국산품 기준환율과 시장환율은 다른 개념
이번 조정을 이해하려면 면세점에서 쓰이는 두 가지 환율을 구분해야 한다.
국산 화장품, 패션, 식품, 주류 등 원화로 공급받는 제품은 면세점이 정한 기준환율을 적용해 달러 표시가격을 산출한다. 원화 공급가격을 기준환율로 나누는 구조이므로 기준환율이 올라가면 달러 표시가격은 낮아지고, 기준환율이 내려가면 달러 표시가격은 높아진다.
반면 해외 명품은 브랜드 본사의 글로벌 가격정책에 따라 달러 판매가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내국인이 실제 원화로 결제할 때 부담하는 금액은 결제일 환율, 면세점 적용환율, 카드사의 해외 결제 수수료 및 환율 우대 조건 등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수입 명품에 면세점 기준환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하면 두 가격 체계를 혼동할 수 있다.
15만 원짜리 국산품은 100달러에서 약 111달러로
15만 원짜리 국산 화장품을 기준환율 1,500원으로 환산하면 달러 표시가격은 100달러다. 기준환율을 1,350원으로 낮추면 약 111.11달러가 된다.
단순 계산으로는 달러 표시가격이 약 11.1% 상승한다. 다만 이 수치는 할인이나 적립금, 쿠폰, 사은 행사 등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가격 변화다. 외국인 고객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실구매가격은 면세점별 프로모션과 결제수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입 명품은 원화 환산 부담 감소
달러 판매가격이 5,500달러인 디올 레이디백 미니를 예로 들면 환율 효과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난다.
원·달러 환율이 1,524.5원이었을 때 단순 원화 환산가는 838만4,750원이다. 백화점 정가를 750만 원으로 비교하면 면세점 환산가가 약 88만 원 높다. 그러나 9월 9일 보도에 사용된 환율 1,336.1원을 적용하면 환산가는 734만8,550원으로 내려간다. 같은 백화점 정가와 비교하면 약 15만 원 낮다. 환율 하락만으로 단순 환산가가 약 103만6,000원 낮아지는 계산이다.
다만 이 비교는 환율 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다. 실제 구매가격에는 면세점 할인, 등급별 혜택, 적립금 사용, 카드 수수료, 백화점 상품권 및 카드 할인 등이 반영되므로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면세점에는 가격경쟁력과 수익성의 줄다리기
기준환율 인하는 국산품의 달러 표시가격을 높여 면세점의 환율 부담과 마진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고객의 눈에는 같은 국산품이 더 비싸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K뷰티와 K패션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입 명품을 구매하는 내국인의 원화 부담을 덜어 면세점 수요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한국면세점협회 집계로 2026년 상반기 국내 면세점 총매출은 6조4,75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외국인 매출은 4조9,968억 원으로 전체의 77.2%를 차지했지만, 내국인 매출은 1조4,783억 원으로 12% 감소했다. 내국인 매출 비중은 약 22.8%다. 내국인 수요가 환율 하락으로 일부 회복되더라도 외국인 매출 비중이 큰 현재 구조에서는 국산품의 외국인 가격경쟁력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롯데면세점은 "흑자 전환"이 아니라 "6개 분기 연속 흑자"
업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롯데면세점 실적을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이라고 쓰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롯데면세점은 2025년 1분기 이후 2026년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9,043억 원, 영업이익은 3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385%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6,965억 원, 영업이익은 641억 원이었다. 다만 부산점과 김해공항점이 포함된 부산롯데호텔 법인의 실적은 제외된 연결기준 수치라는 점도 함께 밝혀야 한다.
비즈니스 임팩트
이번 조정의 핵심은 기준환율 인하 자체보다 조정 주기가 짧아졌다는 데 있다. 과거 수년 단위로 관리하던 가격 변수가 최근에는 월 단위로 움직이고 있다. 면세점과 입점 브랜드는 환율 변화에 맞춰 가격, 할인, 재고, 마진 전략을 더 자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산 브랜드 쪽에서는 달러 표시가격 상승이 외국인 고객의 실제 구매 감소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단순 할인 확대보다는 국가와 고객군별 가격 민감도, 객단가, 구매 전환율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입 명품 쪽에서는 원화 환산가격이 백화점보다 낮아지는 품목을 선별해 내국인 대상 가격경쟁력을 전달할 수 있지만, 환율과 프로모션에 따라 비교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은 함께 짚어야 한다.
✦RIT's Insights
RIT가 이번 조정에서 눈여겨보는 지점은, 원화 강세가 모든 면세상품에 똑같이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산품 기준환율은 면세점이 스스로 조정할 수 있지만, 수입 명품의 달러 가격은 대체로 글로벌 브랜드의 정책에 좌우된다. 그 결과 면세점 내부에서도 국산품과 수입품의 가격 방향이 엇갈린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환율 전망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변동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기준환율 변경 전후의 달러 표시가격, 실제 결제가격, 할인율, 판매량, 객단가와 마진을 함께 추적해야 조정의 효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10월에 기준환율이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현재 시점에서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시장환율이 1,350원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면세점 4사가 가격경쟁력과 수익성에 어떤 가중치를 두는지에 따라 추가 조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후속 확인 지표는 10월 조정 여부, 국산품의 외국인 판매량 변화, 수입 명품의 내국인 구매 회복, 카테고리별 마진 변화로 정리하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