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빅4(롯데·신라·신세계·현대)의 2026년 1·2분기 실적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상한 그림이 나온다. 2분기 매출은 롯데가 1위지만 영업이익은 신라가 앞섰고, 영업이익률은 인천공항 구역을 반납한 신라·신세계가 신규 사업권을 확보한 롯데·현대보다 오히려 높다. 4월 인천공항 DF1·DF2 재배정이라는 같은 사건이 회사마다 정반대 결과를 냈다.
국내 면세점 빅4가 모두 2026년 2분기 실적을 내놨다. 헤드라인만 보면 네 회사 다 좋아 보인다 — 롯데는 매출 35% 늘며 6개 분기 연속 흑자, 신라는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 신세계는 이익이 전년 적자에서 333억 원으로 돌아섰고, 현대도 4개 분기 연속 흑자다. 그런데 네 회사를 나란히 놓고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을 같이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2분기 매출 1위는 롯데(9,043억 원)지만, 영업이익 1위는 매출 3위인 신라(364억 원)다. 그리고 영업이익률로 줄을 세우면 순위가 달라진다 — 신세계(6.1%) > 신라(4.7%) > 롯데(3.5%) > 현대(2.0%).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가 마진은 가장 적게 개선됐고, 매출이 가장 많이 줄어든 회사가 마진은 가장 많이 좋아졌다. 이 역설의 배경에는 지난 4월 있었던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 재배정이라는 같은 사건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인천공항 DF1·DF2, 신라·신세계가 떠난 자리를 롯데·현대가 채웠다
지난 1월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DF1(향수·화장품)·DF2(주류·담배 등) 구역 입찰이 진행됐다. 두 구역 모두 기존 운영사가 정해져 있었다 — DF1은 신라면세점이, DF2는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고 있었다. 두 회사 모두 높은 임대료 부담과 매출 감소가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되자 계약 기간을 남기고 각자의 구역을 반납했고, 이번 재입찰에는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롯데면세점이 신라가 반납한 DF1을 낙찰받아 2023년 제2여객터미널 철수 이후 약 3년 만에 인천공항에 복귀했고, 현대면세점은 신세계가 반납한 DF2를 낙찰받아 기존 명품·패션·잡화에 화장품·주류까지 더한 '주요 상품군을 모두 취급하는' 사업자로 올라섰다. 신라의 기존 운영 기한이 3월 17일 만료됐고, 롯데의 DF1은 4월 17일, 현대의 DF2는 4월 중 새로 문을 열었다. 즉 2026년 2분기(4~6월)는 이 재배정이 실제 매출로 처음 잡힌 첫 분기다.
회사
지표
'25.1Q
'25.2Q
'25.3Q
'25.4Q
'26.1Q
'26.2Q
전 분기 대비
전년 동기 대비
롯데면세점
매출
6,369
6,685
7,241
7,866
7,922
9,043
+14.2%
+35.3%
롯데면세점
영업이익
+153
+65
+183
+115
+323
319
△4
+254
롯데면세점
영업이익률
2.4%
1.0%
2.5%
1.5%
4.1%
3.5%
△0.6%포인트
+2.5%포인트
신라면세점
매출
8,271
8,502
8,496
8,549
8,846
7,726
△12.7%
△9.1%
신라면세점
영업이익
△50
△113
△104
△206
+122
364
+242
+477
신라면세점
영업이익률
△0.6%
△1.3%
△1.2%
△2.4%
1.4%
4.7%
+3.3%포인트
+6.0%포인트
신세계면세점
매출
5,618
6,051
5,388
5,993
5,898
5,426
△8.0%
△10.3%
신세계면세점
영업이익
△23
△15
△56
+20
+106
333
+227
+348
신세계면세점
영업이익률
△0.4%
△0.2%
△1.0%
0.3%
1.8%
6.1%
+4.3%포인트
+6.3%포인트
현대면세점
매출
2,935
2,935
2,225
2,045
2,137
3,104
+45.3%
+5.8%
현대면세점
영업이익
△19
△13
+13
+21
+34
62
+28
+75
현대면세점
영업이익률
△0.6%
△0.4%
0.6%
1.0%
1.6%
2.0%
+0.4%포인트
+2.4%포인트
단위: 억 원. 매출·영업이익률의 전 분기 대비·전년 동기 대비는 증감률(%)·증감폭(%p), 영업이익의 전 분기 대비·전년 동기 대비는 억 원 증감액이다. △는 음수(손실 또는 감소).
핵심 인사이트 — 사업권을 확보한 회사는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버린 회사는 영업이익률이 높아졌다
표를 매출 증감과 영업이익률 변화로 다시 정리하면 패턴이 선명해진다. 인천공항에서 구역을 새로 늘린 두 회사(롯데 +35%, 현대 +5.8%)는 마진이 각각 0.5%포인트 줄고 0.4%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반대로 인천공항 노출을 줄인 두 회사(신라 -9.1%, 신세계 -10.3%)는 마진이 각각 3.3%포인트, 4.3%포인트 뛰었다. 매출이 늘어난 쪽이 아니라 줄어든 쪽에서 마진이 더 크게 개선된 것이다.
이 역설은 공항 면세점 임대료 구조를 알면 이해가 된다. 신라·신세계가 애초에 구역을 반납한 이유로 든 것이 다름 아닌 "높은 임대료 부담과 매출 감소가 겹친 수익성 악화"였다. 공항 면세점은 통상 최소보장금(고정 임대료) 방식이라, 여객 수요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으면 매출과 무관하게 임대료라는 고정비가 그대로 이익을 갉아먹는다. 신라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이 메커니즘이 그대로 드러난다 — 시내면세점 매출은 +2.0% 늘었는데 "공항점 등" 매출은 -17.4% 줄었다. 즉 신라의 매출 감소는 임대료 부담이 컸던 공항 채널이 빠지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시내 채널 비중이 커진 결과이고, 그 결과가 영업이익률 1.4%→4.7%라는 3배 이상의 점프로 나타났다. 신세계도 구조는 같다 — 자신이 운영하던 DF2를 반납하면서 고정 임대료 부담이 큰 채널이 빠졌고, 여기에 인천공항 내 남은 구역의 럭셔리 브랜드 확대와 명동 시내점 외국인 매출 증가까지 더해지며 영업이익률이 1.8%에서 6.1%로 뛰었다.
반면 롯데와 현대는 정반대 부담을 새로 짊어졌다. 새 구역은 개장 초기 임대료·인테리어·인력 투입이 집중되는 구간이라, 매출이 늘어도 그 매출이 곧바로 높은 마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롯데는 매출 증가율이 1분기 +24%에서 2분기 +35%로 오히려 더 커졌는데도, 영업이익률은 4.1%에서 3.5%로 낮아졌다. 현대도 매출 증가(+5.8%)에 비해 마진 개선폭(2분기 기준 전분기 대비 +0.4%포인트)은 작은 편이다. 결국 이번 인천공항 재배정에서 "사업권을 확보했다"는 것과 "돈을 더 번다"는 것은 최소한 첫 분기에는 같은 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흥미로운 건 현대의 1분기다. DF2가 반영되기 전인 1분기에는 현대도 매출이 전년 대비 27.2%나 줄었다 — 신라·신세계의 2분기 패턴과 똑같은 모양이다. DF2 편입 이전부터 현대 역시 저수익 물량을 걷어내며 몸집을 줄이고 있었다는 뜻이고, 2분기에 DF2가 들어오면서 다시 매출이 늘어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즉 4개사 모두 한 번쯤은 "줄여서 이익을 만드는" 구간을 거쳤고, 인천공항 재배정은 그중 롯데·현대만 다시 외형 확장으로 돌려세운 사건인 셈이다.
비즈니스 임팩트 — 순위표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이번 실적이 보여주는 건 면세점 업계 순위를 매길 때 어떤 지표를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매출 기준 순위(롯데 > 신라 > 신세계 > 현대)와 영업이익률 기준 순위(신세계 > 신라 > 롯데 > 현대)는 4위(현대)를 빼면 순위가 달라진다. 심지어 영업이익 절대액으로는 매출 3위인 신라(364억 원)가 매출 1위인 롯데(319억 원)를 앞섰다. "인천공항에 새 구역을 확보했다"는 뉴스가 그 회사의 몸집이 커진다는 신호는 맞지만, 수익성이 바로 좋아진다는 신호는 아니라는 걸 이번 분기가 보여준다. 반대로 "사업권을 반납했다"는 뉴스도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저수익 채널을 걷어내고 체질을 가볍게 만드는 선택일 수 있다는 걸 신라·신세계가 증명했다.
국내 순위와는 별개로 갈리는 해외 사업
한 가지 변수를 더 짚어야 한다. 두 회사 모두 "면세사업부"·"TR부문"이라는 숫자 안에 국내와 해외 사업을 묶어서 공시하고, 국내·해외를 나눈 손익은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데 두 회사 다 해외 공항 면세점 비중이 작지 않다 — 롯데는 일본 간사이, 베트남 다낭·나트랑·하노이, 호주 다윈·브리즈번·멜버른, 뉴질랜드 웰링턴, 싱가포르 창이, 괌 등 10개 안팎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신라도 싱가포르 창이공항·홍콩을 비롯한 여러 해외 거점을 갖고 있다.
신라면세점 — 싱가포르 창이공항 (출처: 신라면세점)신라면세점 — 홍콩 공항 (출처: 신라면세점)
최근 몇 년 롯데의 해외 사업은 국내보다 오히려 손실이 컸다 — 2024년 기준 국내 영업손실이 1,432억 원이었던 반면 싱가포르·호주·괌·일본 등 핵심 해외 4개 법인의 영업손실은 2,435억 원으로 더 컸고, 그중 창이공항 한 곳에서만 1,516억 원 적자를 냈다. 반면 신라의 마카오 국제공항점은 2025년 11월 계약이 만료됐는데, 신라는 재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임차료 부담에 비해 매출 회복이 더뎠던 이 채널을 인천공항 DF1(4월 종료)보다 먼저 정리했다.
롯데면세점 — 싱가포르 창이공항. 2024년 이 한 곳에서만 1,51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출처: 롯데면세점)롯데면세점 — 호주 멜버른공항 (출처: 롯데면세점)
흥미로운 건 두 회사 모두 해외에서는 인천공항과 다른 협상 결과를 받아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공사와는 신라·신세계가 요구한 임대료 인하 협상이 결렬돼 결국 구역을 반납하는 결말로 이어졌지만, 롯데는 싱가포르 창이공항그룹(CAG)과는 주류·담배 사업권을 2029년까지 3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 국내에서는 밀리고 해외에서는 버틴 셈이다.
이번 2분기 실적에 이런 해외 흐름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공시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방향성만 보면 롯데는 여전히 해외 공항 임차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고 신라는 마카오를 접으며 해외 쪽이 가벼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금 보이는 롯데-신라 격차 중 일부는 인천공항 DF1이 아니라 해외 포트폴리오의 차이에서 온 것일 수 있다. 두 회사가 국내·해외를 분리한 손익을 공시하기 전까지는, 이 부분은 추정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RIT's Insights
신라의 영업이익 절대액이 롯데를 앞섰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 매출은 롯데의 85% 수준인데 이익은 45억 원 더 벌었고, 규모의 경제가 거의 공리처럼 통하던 업계에 생긴 예외다. 이런 역전은 채널별(공항 vs 시내)로 매출과 마진을 나눠보지 않으면 매출 증감률 한 줄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 신라·신세계처럼 매출은 줄었는데 이익이 급증한 회사를 그대로 "역성장"으로 잘못 해석하기 쉽다. 반대로 롯데·현대의 신규 구역 확보에는 낙관부터 하기 쉬운데, 새 구역은 초기 임대료·인테리어·인력 투입이 몰리는 구간이라 매출이 늘어도 곧바로 마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 이번 베팅의 성패를 가늠할 지표는 매출 증가율이 아니라 3~4분기 영업이익률이 1분기 수준으로 돌아오는지다. 신세계가 DF2를 스스로 반납하고 재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이번 분기 영업이익률 1위(6.1%)를 차지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는 선택이 마진 경쟁에서는 오히려 앞서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