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매출 +7.3%'의 착시 — 백화점이 질주하는 사이 홈플러스는 팔렸다

2026-07-30 16분General·Edited by AI

Overview

산업통상자원부가 7월 29일 발표한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하지만 이 평균 뒤에는 백화점 +20.1%와 대형마트 9분기 연속 역성장이라는 극단적 양극화가 있다. 백화점은 명품 편중과 점포당 생산성으로, 온라인은 가전 폭증과 패션 역성장이 뒤섞인 채로, 이마트·롯데마트는 선택적으로 살아남았고 홈플러스는 핵심 자산을 팔아야 했다.

7월 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26개사) 매출동향을 발표했다. 헤드라인은 "전체 매출 7.3% 증가" — 소비 회복을 알리는 좋은 소식처럼 보인다. 그런데 같은 자료 안에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숫자가 함께 담겨 있다. 백화점은 상반기 20.1%, 6월 단월로는 22.2% 성장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간 반면, 대형마트는 2024년 2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으로,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4개 분기 연속으로 역성장했다. 그리고 이 발표가 나오기 불과 몇 주 전, 대형마트 3위 사업자였던 홈플러스는 핵심 SSM 자산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하림 계열 NS쇼핑에 넘겼다. "+7.3%"라는 평균 하나로는 같은 업계 안에서 한쪽은 사상 최고 성장을, 다른 한쪽은 사실상의 퇴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청사 현판
산업통상자원부가 7월 29일 발표한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동향 — 평균 +7.3%라는 한 줄 뒤에 백화점의 질주와 대형마트·SSM의 최장기 역성장이 함께 숨어 있다

발표 숫자 — 무엇이 오르고 무엇이 무너졌나

이번 발표의 업태별 수치를 정리하면 이렇다.

업태상반기 증감(YoY)6월 증감(YoY)6월 매출 비중
전체+7.3%+9.5%100%
백화점+20.1%+22.2%15.2%
편의점+3.7%+5.1%15.0%
온라인+8.1%+11.7%60.4%
대형마트-7.3%-10.5%7.5%
SSM-6.6%-10.8%1.9%

오프라인 전체는 +6.2%, 온라인은 +8.1%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성장 배경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년 97에서 올해 107로 상승"했고 "외국인 관광객이 883만 명에서 1,071만 명으로 늘었다"는 점을 꼽았다. 대형마트 매출의 69.7%, SSM 매출의 92.9%가 식품에 쏠려 있는 구조라, 식품 소비 자체가 다른 채널로 옮겨가면 이 두 업태는 고스란히 타격을 입는다 — 이 대목은 뒤에서 데이터로 다시 짚는다.

백화점 안을 들여다보면 — 3사 실적이 보여주는 성장의 진짜 얼굴

백화점의 +20.1%(상반기)·+22.2%(6월)는 하루아침에 나온 숫자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26개사 기준 백화점 분기별 매출증감률 추이를 보면, 이 성장은 최근 4개 분기 동안 꾸준히 가팔라져 온 흐름의 정점이라는 게 드러난다.

시점2023202420252026
1분기+5.5%+1.5%+17.4%
2분기+0.8%-0.4%+22.9%
3분기+1.6%-0.7%+4.3%
4분기+0.1%0.0%+11.2%
연간+1.1%+1.4%+4.3%

2024~2025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백화점은 0~5%대의 저성장, 심지어 2025년 2분기엔 역성장(-0.4%)까지 겪었던 업태다. 그런데 2025년 3분기(+4.3%) → 4분기(+11.2%) → 2026년 1분기(+17.4%) → 2분기(+22.9%)로 4개 분기 연속 가속이 붙었다. 6월의 +22.2%는 이변이 아니라 1년 가까이 이어진 가속 곡선의 최신 지점이다.

같은 발표의 월별 상품군별 매출증감률(전년동월 대비)을 보면 무엇이 이 가속을 만들었는지도 잡힌다. 2025년 6월만 해도 백화점 비식품 소계는 -1.6%(잡화 -13.3%, 여성캐주얼 -4.7%)로 마이너스였다. 그런데 2026년 1월 이후 매달 반등 폭이 커지더니, 6월에는 해외유명브랜드 +34.3%, 가정용품 +35.6%, 잡화 +11.9%, 식품도 +9.3%까지 오르며 비식품 소계 +22.7%·합계 +22.2%를 찍었다. 특히 가정용품은 4월 +6.0%에서 5월 +17.3%, 6월 +35.6%로 두 달 새 증가폭이 6배 가까이 뛰었는데, 이 정도의 급가속은 계절 성수기 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특정 프로모션·행사 효과가 겹쳤을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한다. 이 숫자들을 회사별로 쪼개보면 성장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 롯데백화점: 상반기 외국인 매출 6,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명품 매출은 130%, 패션 상품군은 135% 증가했고, 명동본점 한 곳의 매출만 140% 늘어 전사 매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외국인 전용 '투어리스트 멤버십'은 출시 7개월 만에 13만 건이 발급됐고, 9월에는 유니온페이 QR·NFC 퀵패스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 신세계백화점: 상반기 외국인 매출 5,800억원(+120%)으로,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6,500억원)의 90%를 반년 만에 채웠다. 명품(+129%)뿐 아니라 패션·화장품·식음료까지 고르게 늘었다는 점이 롯데와 다른 지점이다.
  • 현대백화점: 상반기 외국인 매출 약 5,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약 7,000억원)의 70%를 이미 넘어섰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한 곳의 매출이 134% 늘며 성장을 견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료의 상품군별 매출 비중을 보면, 백화점 매출 구조 자체가 이미 상당히 편중돼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구분잡화여성정장여성캐주얼남성의류아동스포츠가정용품해외유명브랜드비식품 소계식품
1월8.3%7.2%6.2%5.1%9.8%12.2%38.0%86.7%13.3%
2월8.2%5.9%5.7%3.5%9.1%12.9%37.2%82.5%17.5%
3월8.9%8.0%6.8%4.2%10.1%12.4%37.8%88.3%11.7%
4월8.5%6.5%6.9%4.1%10.8%10.7%41.1%88.5%11.5%
5월9.7%6.0%7.2%3.8%10.4%11.5%40.0%88.6%11.4%
6월8.9%6.2%6.9%3.6%8.9%15.3%38.5%88.3%11.7%

해외유명브랜드 한 카테고리가 매년 매출의 37~41%를 차지한다 — 백화점 매출 5개 중 2개는 사실상 명품 매출이라는 뜻이다. 식품은 11~13% 선에 머물러 있어, 이번 조사 대상인 롯데·현대·신세계 3사 기준으로는 백화점이 이미 '장보기 공간'이 아니라 '명품·경험 소비 공간'으로 완전히 재편됐다는 걸 보여준다.

점포당 매출액과 구매단가 추이는 이 성장이 신규 출점이 아니라 기존 매장의 생산성 자체가 오른 결과라는 걸 확인해준다.

구분7월8월9월10월11월12월1월2월3월4월5월6월
구매건수-0.8%-2.6%-4.8%+3.0%+0.3%+4.8%+11.5%+8.7%+6.8%+11.4%+13.4%+6.0%
구매단가+6.0%+5.6%+10.1%+9.0%+12.0%+4.3%+1.7%+15.6%+7.4%+9.3%+9.8%+15.2%
점포당 매출+12.6%+6.5%+8.6%+16.2%+16.3%+13.2%+17.4%+30.1%+18.8%+26.1%+26.8%+24.4%

점포 수는 56개로 사실상 고정돼 있는데 점포당 매출은 12개월 내내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6월 1인당 구매단가는 13만5,621원으로 전년 동월(11만7,704원) 대비 15.2% 뛰었다 — 사람이 늘어난 것(구매건수 +6.0%)보다 한 번 결제할 때 쓰는 돈 자체가 커진 효과가 더 크다는 뜻이다. 앞서 본 해외유명브랜드 편중 구조와 겹쳐 보면, 백화점의 성장 공식은 명확하다: 매장을 늘리는 대신 기존 매장에서 더 비싼 걸, 더 많이 결제하게 만드는 것이다.

3사 합산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1조7,200억원 —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 회사가 공통으로 앞세운 무기는 할인이 아니라 콘텐츠다. K팝·K무비 IP를 매장 안으로 들여오고, 외국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K패션 편집매장을 키우고, 실시간 번역 서비스와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로 외국인 동선을 매장 안에 붙잡아두는 방식이다. 본지가 면세점 상반기 결산에서 짚었듯, 같은 외국인 인바운드 특수를 두고 면세점이 고전하는 사이 백화점은 정확히 그 반대 지점 — 관세 혜택이 아니라 '경험'으로 승부하는 지점 — 에서 승기를 잡았다.

온라인 유통 안을 들여다보면 — 가전은 터지고 패션은 꺾였다

온라인 유통(11개사 조사)의 상반기 성장률(+8.1%)은 앞서 짚었듯 전년(+14.4%)보다 둔화된 숫자다. 그런데 이 둔화를 연도별로 늘어놓고 보면 우연한 한 해의 일이 아니라는 게 보인다.

구분2023202420252026
상반기+4.7%+11.9%+14.4%+8.1%
하반기+6.9%+13.5%+9.4%
연간+5.8%+12.7%+11.8%

2024년까지 가속하던 온라인 성장률은 2025년 하반기(+9.4%)부터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고, 2026년 상반기(+8.1%)까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이 이미 전체 유통의 60%를 차지할 만큼 커진 뒤라, 예전 같은 두 자릿수 고성장을 그대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다만 이 "8.1%"라는 평균도 카테고리별로 쪼개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구분가전전자도서문구패션의류스포츠화장품아동유아식품생활가구서비스기타합계
1월+10.5%+9.6%+10.1%+8.8%+15.5%+8.9%+7.7%+9.6%+2.1%+8.2%
2월-4.6%-9.6%-3.7%-5.6%+7.4%+4.6%+17.4%-0.9%-0.1%+3.9%
3월+11.1%+4.1%+2.0%+2.1%+15.8%+10.7%+10.6%+9.5%0.0%+8.1%
4월+7.3%+0.6%+2.9%+4.9%+15.4%+8.2%+9.7%+8.1%+3.4%+7.5%
5월+11.0%-0.6%+3.6%+4.4%+9.3%+9.4%+10.1%+7.2%+10.0%+8.8%
6월+34.7%+9.0%-3.5%+2.6%+8.5%+9.7%+11.2%+5.7%+6.5%+11.7%

6월 온라인 가전전자 매출은 전년 대비 34.7% 폭증했다 — 5월(+11.0%)에서 거의 세 배로 뛴 수치다. 그런데 같은 달 온라인 패션의류는 -3.5%로 역성장했다 — 5월(+3.6%)까지 플러스였다가 한 달 만에 방향이 꺾였다. 온라인 유통 전체 성장률 11.7%는 이 두 극단이 상쇄된 평균일 뿐, 실제로는 카테고리마다 완전히 다른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가전전자 급증의 배경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 편의점 회복의 한 축으로 "이른 더위"가 지목됐는데, 같은 시기 오프라인 백화점의 가정용품(+35.6%)도, 전체 오프라인 가전/문화(6월 +31.1%)도 함께 급등했다. 한 달 동안 온라인·오프라인·백화점 가릴 것 없이 가전 관련 카테고리가 일제히 튀어 오른 건, 계절적 냉방가전 수요가 여러 채널에 동시에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온라인 패션의류의 역성장은 이 발표만으로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 무신사·에이블리 같은 버티컬 커머스로 수요가 옮겨갔을 수도, 조사 대상 11개사(G마켓글로벌·11번가·인터파크·쿠팡·SSG·롯데온·네이버 등)의 표본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구분가전전자도서문구패션의류스포츠화장품아동유아식품생활가구서비스기타
1월16.7%2.1%6.1%2.5%5.7%3.2%31.6%17.0%15.1%
6월19.6%1.7%6.2%3.1%5.1%3.2%29.8%17.8%13.5%

매출 비중을 보면 온라인 유통에서 식품이 여전히 30% 안팎으로 가장 큰 카테고리다 — 산업통상자원부가 "온라인이 장보기 채널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한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 대목이 바로 대형마트·SSM 역성장과 정확히 맞물리는 지점이다. 다만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동향은 통계청의 별도 승인을 받지 않은 조사(11개사 표본)라는 점은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핵심 인사이트 ① — '9분기 연속'은 경기 순환이 아니라 채널이 통째로 옮겨가는 신호다

대형마트 역성장이 새삼스러운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2024년 2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이라는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건 경기가 나빠졌다 좋아졌다 하는 순환적 부진이 아니라 이미 2년 넘게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구조적 추세라는 뜻이다. 온라인 식품 매출은 6월 기준 전년 대비 11.0% 늘었는데, 오프라인 식품 매출은 같은 기간 0.5% 줄었다. 소비자가 식품을 사는 장소 자체가 대형마트·SSM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고, 이 전환에는 뚜렷한 반환점이 보이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공개한 5개년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이 전환의 크기가 분명해진다.

구분2021년2022년2023년2024년2025년2026.6월
오프라인47.9%47.0%46.2%43.6%41.0%39.6%
 대형마트15.1%13.0%12.1%11.0%9.8%7.5%
 백화점14.7%15.8%15.4%14.5%14.2%15.2%
 편의점15.4%15.8%16.4%15.8%14.8%15.0%
 SSM2.7%2.4%2.4%2.3%2.2%1.9%
온라인52.1%53.0%53.8%56.4%59.0%60.4%

5년 사이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15.1%에서 7.5%로 정확히 반토막 났다. 반면 백화점 비중은 14.7%→15.2%로 오히려 소폭 늘었고, 편의점도 15%대를 그대로 지켰다. 즉 이번 발표의 진짜 이야기는 "오프라인이 온라인에 밀린다"는 단순한 구도가 아니다. 같은 오프라인 안에서도 대형마트·SSM만 선택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자리를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편의점은 온라인이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백화점)이나 즉시성(편의점)을 무기로 버텨낸 반면, 대형마트·SSM의 핵심 기능이었던 '식료품 정기 구매'는 온라인 새벽·당일배송으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대체됐다.

이 구조적 전환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증거가 바로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2026 회계연도에 매출 5조7,963억원(전년 6조9,920억원에서 1조원 넘게 감소), 영업손실 5,464억원, 당기순손실 1조원을 기록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조8,815억원 초과했고, 감사인은 2년 연속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점포 수는 1년 만에 123개에서 67개로 줄었고, 인력은 올해 1~4월에만 2,588명이 떠났다. 대형마트 업계 전체가 겪는 구조적 압박이 재무 여력이 가장 약한 사업자에게 먼저,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사례다.

핵심 인사이트 ② — 같은 하락 압력 아래서 살아남는 방식은 두 가지로 갈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대형마트·SSM 업계 전체가 무너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매출 총액이 줄어드는 같은 압력 속에서, 사업자들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생존 전략을 택했다.

첫째, 매출을 내주고 수익성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1,463억원(+9.7%)으로 8년 만에 최대 1분기 실적을 냈고, 롯데마트도 매출 1조5,256억원(+2.6%)에 영업이익 338억원(+20.2%)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전사 매출 성장은 미미하거나 업계 평균 역성장 흐름 안에 있지만, 비용 구조를 정리하며 이익률은 오히려 개선했다. 이 흐름의 상징이 롯데마트의 신규 출점 재개다. 롯데마트는 2019년 8월 이후 6년 가까이 신규 점포를 열지 않다가, 2025년 1월 천호점을 그로서리 중심의 실속형 매장으로 재개점했고 같은 해 6월 구리점을 '그랑그로서리'로 다시 열었다. 무작정 매장을 늘리던 시절이 끝난 자리에서, 살아남을 만한 입지에만 선별적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이건 앞서 본지가 다룬 면세점 4사의 동시 흑자 전환 사례와 같은 결의 이야기다 — 외형이 정체되거나 줄어도, 저마진 구조를 걷어내면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는 것.

둘째, 오프라인 매장의 정체성 자체를 퀵커머스·즉시배송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GS더프레시는 2026년 1분기 퀵커머스 매출이 전년 대비 32.8% 늘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고, 2019년부터 체인화 시스템을 도입해 대면 판매 공간을 줄이고 밀키트·가정간편식 비중을 키워왔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올해 3월 당일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뒤 7월 온라인 배송 매출이 전월 대비 약 53% 급증했다. 매장을 '장보러 가는 곳'에서 '배송 거점'으로 재정의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핵심 인사이트 ③ — 그러나 이 압력을 버티지 못하면 시장에서 통째로 밀려난다

이마트·롯데마트의 수익성 방어, GS더프레시·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퀵커머스 전환이 "매출 감소=위기"라는 단선적 해석을 반박하는 사례들이라면, 홈플러스의 몰락은 그 반대편의 증거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납품 차질과 재고 부족을 겪으며 경쟁사에 수요를 빼앗기다가, 결국 6월 22일 하림그룹 계열 NS쇼핑에 인수됐다. 하림 측은 단순히 점포만 사들인 게 아니라 축산·신선식품·HMR·라면 등 그룹 상품을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대와 연결해 제조 기반 사업자로서 유통 시장에 직접 진입하려 하고 있다 — 그 결과 SSM 시장은 GS더프레시·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하림(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빅4' 구도로 재편됐다.

즉 같은 업태 안에서도 결과는 셋으로 갈린다. 비용 구조를 정리해 수익성을 지킨 곳(이마트·롯데마트), 정체성을 바꿔 새로운 수요를 붙잡은 곳(GS더프레시), 그리고 둘 다 하지 못해 자산을 넘긴 곳(홈플러스)이다. "9분기 연속 역성장"이라는 한 줄의 통계는 이 세 갈래 결과를 전부 뭉뚱그려 보여줄 뿐이다.

비즈니스 임팩트 — 같은 지갑을 두고 벌어지는 재편

백화점의 초고성장과 대형마트·SSM의 구조적 후퇴는 우연히 동시에 일어난 두 개의 사건이 아니라, 상당 부분 같은 소비자 지갑을 둘러싼 재편의 양면이다. 외국인 관광객 1,071만 명과 개선된 소비심리는 고가·비일상 소비(백화점 해외유명브랜드 상반기 평균 +30.8%)로 흘러가 백화점 매출을 밀어올렸고, 일상적 장보기 수요는 온라인으로 빠져나가 대형마트·SSM의 자리를 좁혔다. 대형마트 업계 일각에서 "의무휴업 규제 완화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이 압박의 방증이다. 다만 온라인의 8.1% 성장률 자체는 전년 상반기(+14.4%)보다 둔화된 수치인데, 이는 실제 성장 동력이 약해졌다기보다 이미 커진 기저 위에서의 둔화(고기저 효과)로 해석해야 한다 —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59.0%에서 59.6%로 계속 늘고 있다.

실무 시사점

  • 대형마트·SSM 경영기획: "매출 회복"을 목표로 삼는 대신, 이마트·롯데마트처럼 저수익 매장·품목을 정리해 이익률을 방어하는 쪽으로 KPI를 재설계할 시점이다. 롯데마트의 선별적 재출점(천호·구리점) 사례처럼, 무작정 축소가 아니라 살아남을 입지를 골라 재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 SSM MD·운영 담당: GS더프레시·홈플러스익스프레스 사례가 보여주듯, 근거리 소형 매장의 경쟁력은 이제 매대 구색이 아니라 배송 속도에서 나온다. 퀵커머스·당일배송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를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보다 앞에 둘 필요가 있다
  • 재무·리스크 관리 담당: 홈플러스 사례는 구조적 역성장 국면에서 유동성 관리가 늦어지면 회복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걸 보여준다. 매출 감소 국면일수록 현금흐름·단기차입금 만기구조를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 백화점·고가 채널 담당: 지금의 백화점 초고성장은 외국인 관광객과 소비심리 개선이라는 외생 변수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이 두 변수가 꺾이는 시점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야, 대형마트가 겪은 급격한 반전을 백화점도 뒤늦게 겪지 않는다
  • 정책·협회 담당: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 완화 논의가 이 시점에 다시 떠오르는 배경에는 "규제로 보호해온 채널 자체가 소비자의 선택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규제 완화가 실제 반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미 굳어진 소비 이동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일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 이커머스 MD·카테고리 담당: 온라인 유통 전체를 "8.1% 성장"이라는 한 숫자로만 관리하면 가전전자 같은 급증 카테고리의 기회도, 패션의류 같은 역성장 카테고리의 위험 신호도 놓친다. 카테고리별로 다른 재고·마케팅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라는 걸 6월 데이터가 보여준다

결론

산업통상자원부의 "+7.3%"라는 헤드라인은 틀린 숫자가 아니다. 다만 그 안에 백화점의 사상 최고 성장과 대형마트·SSM의 최장기 역성장이, 그리고 같은 역성장 압력 아래서도 수익성을 지킨 승자와 자산을 팔아야 했던 패자가 함께 섞여 있다는 사실을 가린다. 유통업 전체를 하나의 평균으로 읽는 순간, 홈플러스의 몰락도 이마트의 8년 만의 최대 실적도 똑같이 "유통업 회복"이라는 한 문장 속으로 사라진다. 지금 한국 유통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회복이 아니라 재편이다.

RIT's Insights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9분기 연속 역성장"이라는 표현이 주는 위기감과, 정작 그 안에서 이마트가 8년 만의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는 사실 사이의 간극이다. 매출이 줄어도 이익이 느는 이 패턴은 이번 달 본지가 면세점·화장품 업계에서 반복해 짚었던 흐름과 정확히 같다. 매출 총액 하나로 업황을 판단하는 습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엔 대형마트 업계가 다시 증명해준 셈이다.

다만 홈플러스 사례는 그 낙관적 해석에 분명한 한계를 긋는다. "매출이 줄어도 체질은 개선된다"는 서사가 통하려면 최소한의 재무 여력이 있어야 한다. 홈플러스처럼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조원 넘게 초과하고 2년 연속 감사의견까지 거절된 상태라면, 구조적 역성장은 체질 개선의 기회가 아니라 그냥 퇴출 신호다. 같은 통계를 두고 누군가에게는 기회, 누군가에게는 사망 선고가 되는 이유는 결국 그 기업이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자본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오히려 잘나가는 백화점 쪽이다. 점포는 56개로 그대로 둔 채 점포당 매출을 12개월 내내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고, 그 절반을 해외유명브랜드 하나가 책임지는 구조는 성장이 아니라 집중이다. 그런데 이 명품 매출 급증을 뜯어보면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하나는 위안화 강세를 등에 업고 구매력을 회복한 중국인 다이궁(따이공)이고, 다른 하나는 코스피 강세·반도체 호황이 만든 국내 자산가들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다. 외국인 관광객 특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성장의 절반이, 사실은 국내 증시가 좋아서 지갑을 연 부유층 소비였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두 축 모두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보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상반기 평균 30%대에서 6월 15%로 꺾였고, 신세계·현대도 5월을 정점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7월 30일)과 불과 이틀 전인 7월 28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84% 폭락하며 6,000선이 무너졌다. 백화점의 성장을 떠받치던 두 축 중 하나인 '자산효과'가 문자 그대로 무너지는 장면을 방금 목격한 셈이다. 대형마트가 식품이라는 단일 카테고리에 기대다 소비자의 동선이 바뀌자 그대로 노출됐듯, 백화점도 다이궁과 자산효과라는 두 개의 외생 변수에 성장의 절반을 걸어둔 상태다. 이 두 축이 동시에 꺾이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다음 달 발표에서 곧바로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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