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몽클레르·티파니 매장 앞에는 캐리어를 끌고 줄 선 외국인 관광객들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2026년 상반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을 모두 더하면 약 1조7,200억 원 — 3사 모두 사상 처음으로 연간 외국인 매출 1조 원을 넘볼 만큼 가파른 속도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면 연말까지 3사 합산 3조 원 돌파도 확실시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같은 기간 면세점의 성장 속도는 확연히 더뎠다. 게다가 면세점 안에서도 외국인과 내국인의 그림은 완전히 다르다.
| 구분 | 2026년 상반기 | 전년 동기 대비 | 비중 |
|---|
| 면세점 총매출 | 6조4,752억 원 | +1.8% | 100% |
| — 외국인 매출 | 4조9,968억 원 | 한 자릿수 증가 | 약 77% |
| — 내국인 매출 | 1조4,783억 원 | -12% | 약 23% |
한국면세점협회 집계로 2026년 상반기 면세점 총매출은 6조4,752억 원, 전년 동기 대비 +1.8%에 그쳤다 — 2024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12.5% 적은 수준이다. 이 총매출을 외국인·내국인으로 쪼개보면 성격이 확연히 갈린다. 외국인 매출(4조9,968억 원)은 소폭이나마 늘었지만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백화점 3사의 세 자릿수 증가율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내국인 매출(1조4,783억 원)은 아예 -12%로 뒷걸음질쳤다 — 고환율로 면세품의 가격 매력이 떨어지면서 내국인 발길이 줄어든 결과다. 즉 지금의 총매출 정체(+1.8%)는 "외국인이 완만하게 늘고 내국인이 뚜렷하게 줄어든" 두 힘이 상쇄된 결과이지, 시장 전체가 골고루 회복된 게 아니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은 1,070만9,900명으로 전년 대비 21.3% 늘었으니, 관광객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관광객은 21.3%나 늘었는데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는 건, 그 관광객들의 지출이 면세점보다 백화점으로 더 크게 쏠렸다는 뜻이다. 이 격차의 배경에는 단순한 "K컬처 인기" 이상의, 환율이 만든 구조적인 가격 역전이 있다.
3사 3색 — 백화점마다 다른 외국인 특수의 얼굴
먼저 숫자로 확인해보자. 3사 모두 상반기 실적에서 외국인 매출이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 백화점 | 상반기 외국인 매출 | 전년 동기 대비 | 작년 연간 실적 대비 | 연간 전망 |
|---|
| 롯데백화점 | 6,400억 원 | +125% | 87% | 3분기 중 1조 원 돌파 기대 |
| 신세계백화점 | 5,800억 원 | +120% | 90% | 연내 1조 원 달성 가능성 |
| 현대백화점 | 약 5,000억 원 | — | 70%대 | 올해 처음 1조 원 돌파 예상 |
3사 모두 방향은 같지만, 점포별로 뜯어보면 성장의 결이 다르다.
롯데백화점은 명동 본점이 성장을 이끌었다. 본점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40% 늘면서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까지 올라왔다 — 3사 점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크루즈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외국인 매출이 230% 급증했다. 카테고리별로는 명품이 130%, 패션이 135% 늘며 고가 상품군에 소비가 집중됐다.
신세계백화점은 국적 다변화가 가장 뚜렷하다. 2019년 전체 외국인 매출의 77.5%를 차지했던 중국 고객 비중이 2026년 상반기 48.5%로 낮아진 반면, 미국은 1.1%에서 19.1%로, 동남아 등 기타 아시아는 4.4%에서 14.9%로 늘었다. 강남점은 120여 개국 고객을 끌어들이며 특정 국적 의존도가 낮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출발선이 가장 낮았던 만큼 상승폭이 크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대비 외국인 매출 비중은 약 7%로, 2022년 1%대에서 꾸준히 확대돼온 수준이었다. 그런데 더현대 서울(외국인 매출 +134%)과 무역센터점(+131%)은 올 상반기 외국인 비중이 나란히 약 20%까지 뛰었다. 초기 중국·일본·미국 관광객 중심에서 아랍에미리트·카자흐스탄 등으로 방문국이 넓어지며 180여 개국이 찾는 쇼핑 목적지로 성장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핵심 인사이트 — 왜 면세점 대신 백화점인가
같은 관광객이 늘어난 상황에서 면세점과 백화점의 성장 속도가 이렇게까지 갈린 이유를 "K컬처 인기" 같은 막연한 설명으로 넘기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진짜 열쇠는 두 채널의 가격 결정 방식 차이에 있다.
면세점은 원/달러 환율을 실시간에 가깝게 가격에 반영한다. 반면 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브랜드는 본사가 책정한 원화 정가를 일정 기간(보통 시즌 단위) 그대로 유지한다. 원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는 고환율 국면에서는 이 시차가 정반대의 결과를 만든다 — 면세점 가격은 환율 상승분을 즉시 반영해 외국인 입장에서 체감 혜택이 줄어드는 반면, 백화점의 "고정 원화가"는 환율이 오를수록 달러·엔·위안 환산 기준으로 오히려 더 싸게 느껴진다. "면세점보다 백화점이 더 싸다"는 입소문이 SNS를 타고 퍼진 배경이 여기에 있다. 같은 메커니즘이 내국인에게는 정반대로 작동한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 원화로 소득을 버는 내국인에게는 면세점 가격이 오른 것으로 느껴지니, 내국인 매출 -12%는 이 가격 역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 가격 역전은 우연한 한 시즌의 현상이 아니라,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한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실제로 2016년에는 면세점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반면, 2026년 상반기는 그 폭발적 성장의 무게중심이 백화점 쪽으로 옮겨간 모습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자체 평가다. 채널의 우위가 고정된 게 아니라 환율 사이클에 따라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즈니스 임팩트 — 지속 가능한 특수인가
3사 모두 외국인 매출이 실적을 밀어올린 건 분명하지만, 이 특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업계 평가가 엇갈린다. 명품·고가 패션에 소비가 쏠리면서 실적 개선이 일부 카테고리에 집중되는 양극화 우려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명품(+130%)·패션(+135%) 성장이 두드러진 반면, 이런 고가 카테고리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환율이 다시 원화 강세로 돌아설 때의 충격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침투율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들도 배송·화장품·명품으로 취급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어, 외국인 특수가 백화점만의 독점적 기회로 오래 유지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고물가·고금리·가계부채로 내수 소비 자체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도 변수다 — 지금의 성장이 순수하게 외국인 수요가 만든 것이지, 국내 소비 회복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RIT's Insights
신세계 강남점의 "120개국"이라는 숫자가 가장 인상적이다 — 특정 국가 하나에 기대는 게 아니라 국적 자체가 분산되고 있다는 신호이고 서울이 쇼핑 목적지로서 브랜드력을 얻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히지만, 이게 재방문으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환율이 유리한 지금 한 번 몰려온 일시적 유입인지는 몇 분기를 더 지켜봐야 한다. 더 눈여겨볼 건 면세점과 백화점의 무게중심 이동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2016년엔 면세점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2026년엔 그 자리를 백화점이 가져갔다는 건 두 채널이 사실상 하나의 외국인 쇼핑 파이를 두고 환율에 따라 자리를 바꿔온 역사를 보여주고, 원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는 순간 이 흐름은 조용히 면세점 쪽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면세점 쪽에서 보면 걸리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 방한객 증가율(+21.3%)과 면세 외국인 매출 증가율(한 자릿수)의 격차가 예전만큼 상관관계가 강하지 않다는 신호라, 인바운드 수치만으로 매출을 낙관하기보다 관광객의 실제 쇼핑 채널 선택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별도로 추적해야 하고, 내국인 매출 -12%도 고환율 국면에서 붙잡을 별도의 가격·혜택 전략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롯데 명동본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 30%라는 숫자는 축하할 일이면서 동시에 리스크 관리 대상이기도 하다 — 매출의 3분의 1을 환율·관광 흐름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변수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라, 진짜 숙제는 외국인을 얼마나 더 끌어오느냐가 아니라 이 비중이 흔들릴 때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다.
출처
- 롯데백화점, 상반기 외국인 매출 6400억…연 1조 시대 눈앞 (한국경제, 2026-07-13, 롯데백화점 점포별 외국인 매출 증가율)
- 신세계백화점, 상반기 외국인 매출 5800억 '사상 최대'…연간 1조 전망 (아주경제, 2026-07-13, 신세계 국적별 비중 변화)
- 외국인 사로잡은 'K-쇼핑'…백화점 3사, 역대급 外人 매출(종합) (아시아경제, 2026-07-13, 3사 종합 비교·현대백화점 수치 포함)
- 상반기 방한객 1071만명…유럽 20%·미주 13% 늘었다 (아시아경제, 2026-08-06, 방한 외국인 상반기 통계)
- 면세점 살린 외국인… 상반기 664만명 '5조' 썼다 (머니투데이, 2026-07-30, 한국면세점협회 2026년 상반기 면세점 매출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