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아지오 2%, 페르노리카 4.4% 역성장…서로 다른 부진의 배경
세계 최대 주류기업 디아지오가 FY2026 매출 -2.0%에 배당까지 반토막 냈다. 2위 페르노리카도 최근 9개월 누적 매출이 -4.4% 역성장했다. 헤드라인만 보면 같은 "주류 부진"처럼 보이지만, 디아지오는 미국 테킬라 수요 붕괴가 원인이고 페르노리카는 중국 트래블리테일·코냑 채널이 막힌 게 원인이다. 같은 하락률 뒤에 숨은 완전히 다른 두 리스크를 뜯어본다.
Overview
디아지오코리아가 2년 만에 다시 희망퇴직에 나섰고, 페르노리카코리아 영업이익은 71.6% 급감했다. 면세점 위스키 매출도 전년 대비 10%–30% 줄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발표된 두 회사의 글로벌 실적을 뜯어보면, 본사의 위기(디아지오는 미국 테킬라, 페르노리카는 중국 코냑·트래블리테일)와 한국 법인의 위기(하이볼발 대중 위스키 붕괴)는 서로 다른 사건이라는 게 드러난다.
디아지오코리아가 7월 20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2024년 감원 이후 2년 만의 재감원이다. 조건도 나빠졌다 — 위로금이 지난해 3,000만 원에서 올해 2,000만 원으로 줄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매출이 31.1% 줄고 영업이익은 71.6% 급감했다. 골든블루는 2022년 2,323억 원이던 매출이 2025년 1,687억 원까지 내려앉았다. 위스키 수입액도 지난해 9.0%, 수입량은 17.7% 줄었다. 언론은 이를 "위스키 업계 침체"로 요약한다. 그런데 같은 시기 국내 주류 시장에서는 1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 매출이 전년 대비 126% 늘었고, 싱글몰트가 단일 카테고리로는 주류 전체 매출 1위에 올랐다. 침체와 폭발적 성장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면세점 위스키 코너는 이 성장하는 프리미엄 라인 덕분에 웃고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면세점 관계자에 따르면 면세점 위스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30% 줄었다. 일반 유통과 면세점이 나란히 역신장한 셈인데,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7월 23일 보도된 국내 위스키 수입·유통사들의 최근 실적은 이렇다.
| 회사 | 지표 | 수치 |
|---|---|---|
| 디아지오코리아 | 매출 | 1,606억 원(-1.2%) |
| 디아지오코리아 | 영업이익 | 94억 원(-48.1%) |
| 페르노리카코리아 | 매출 | 1,207억 원(-31.1%) |
| 페르노리카코리아 | 영업이익 | 151억 원(-71.6%) |
| 골든블루 | 매출 | 1,687억 원(2025년, 2022년 2,323억 원 대비 지속 감소) |
| 골든블루 | 영업이익 | 216억 원(-36.3%) |
같은 기간 전국 위스키 수입액은 2억2,682만 달러(-9.0%), 수입량은 2만2,582톤(-17.7%)으로 줄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7월 20일부터 희망퇴직을 접수하며 최대 36개월치 급여와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제시했다(전년 3,000만 원 대비 축소). 업계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 회식·접대 수요 감소, 그리고 하이볼(위스키에 탄산수·음료를 섞어 마시는 방식) 대중화로 "고가 위스키 한 병을 파는" 방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치를 더 뜯어보면 "위스키 업계 침체"라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하이볼용으로 주로 소비되는 2만 원–4만 원대 블렌디드 위스키 매출 비중은 약 30% 줄었다. 반면 1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 매출은 전년 대비 126% 늘었다. 위스키 전체 매출 중 싱글몰트 비중은 61%로 전년보다 15%포인트 늘었고, 급기야 싱글몰트 단일 카테고리가 와인을 제치고 주류 전체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편의점 CU의 상반기 온라인 위스키 카테고리 구매단가도 전년 대비 22.7% 뛰었다.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저가 대량소비 대신 고가 제품을 즐기는 '정통 위스키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지금 벌어지는 일은 위스키라는 카테고리 전체의 몰락이 아니라, 대중적인 하이볼용 세그먼트가 무너지고 프리미엄 세그먼트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재편에 가깝다. 문제는 디아지오코리아·페르노리카코리아 같은 수입사의 실적 발표가 이 구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는 매출·영업이익을 세그먼트별로 쪼개 공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업이익 71.6% 감소"라는 헤드라인만 보면 회사의 모든 사업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중 유통 채널(마트·편의점·주류 전문점)에서 파는 하이볼용 라인이 붕괴하는 동안 프리미엄 라인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면세점이 중요해진다. 면세점 주류 코너의 대표 인기 품목은 조니워커 블루, 발렌타인 30년, 로얄살루트 25년, 산토리의 하쿠슈·히비키·야마자키 같은 초프리미엄 라인이다. 이들은 정확히 지금 국내 주류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세그먼트, 즉 1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싱글몰트·고급 블렌디드 위스키 카테고리에 속한다. 그렇다면 면세점 위스키 매출도 늘어야 앞뒤가 맞는다.

그런데 면세점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면세점 위스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0%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나 개별 면세 사업자가 주류 카테고리 매출 증감률을 공식적으로 상세히 공시하지는 않지만, 업계 관계자가 전하는 이 수치는 일반 유통사들의 하락폭(하이볼용 세그먼트 -30%, 회사 전체로는 최대 -70%대)과 얼핏 비슷해 보인다. 다만 이 하락을 뜯어보면 일반 유통의 붕괴와는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첫째, 조니워커 블루·발렌타인 30년·로얄살루트 25년처럼 내국인이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자체는 면세점에서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위기가 특정 인기 상품의 수요 이탈에서 온 게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 그럼에도 젊은층의 위스키 구매가 전반적으로 줄면서 시장 자체가 실제로 축소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면세점의 하락을 순전히 착시(기저효과)로만 설명할 수는 없고, 진짜 수요 위축도 일부 섞여 있다. 셋째, 여기에 공급사 쪽 변수가 더해진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인천공항 스마트 면세점을 새로 열면서 주류 카테고리에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예산이 줄면서 이 프로모션 규모를 축소했다. 동시에 페르노리카·디아지오 같은 전통 주류 브랜드사들은 국내 가격 안정을 이유로 면세점 프로모션 할인율을 최대 30% 미만으로 억제하고 있고, 이 제약은 작년보다 올해 더 엄격해졌다. 공항공사의 예산 축소와 브랜드사의 할인율 통제가 같은 방향으로 겹치면서, 면세점이 스스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작년보다 줄어든 셈이다.
한국의 주류 세금 구조가 만드는 가격 이점은 이런 프로모션 변수와 무관하게 여전히 살아 있다. 고가 주류일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는 구조상, 면세점은 이 세금이 아예 빠진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 결과 면세점 위스키 가격은 시중가의 약 50% 수준까지 떨어진다. 조니워커 블루·발렌타인 30년·로얄살루트 25년 같은 인기 위스키는 시중가보다 7만 원–10만 원가량 저렴하고, 마오타이(500㎖)는 시중 60만 원–70만 원대 제품이 면세점에서는 약 36만 원에 팔린다.

문제는 이 구조적 이점이 아직 매출 성장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항공사의 예산과 브랜드사의 할인율 상한이라는 두 겹의 제약이 그 효과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급 이슈까지 겹쳤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하쿠슈 25년을 선물했다는 일화가 알려진 뒤 하쿠슈 전 라인업이 품귀 상태에 들어갔다. 산토리의 3대 위스키(하쿠슈·히비키·야마자키)는 내년 4월부터 최대 20%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어, 인상 전 구매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면세 사업자들도 이 프리미엄 흐름에 맞춰 단독 상품을 늘리고 있다 — 롯데면세점은 대만 위스키 브랜드 카발란과 협업한 단독 상품을 운영 중이다. 정리하면 면세점은 지금 국내 주류 시장에서 유일하게 팽창하는 세그먼트(프리미엄 싱글몰트·고급 위스키)를, 세금 구조상 가장 유리한 가격으로 파는 채널이지만, 그 이점이 매출로 확인되려면 프로모션 예산이라는 별개의 변수부터 정상화돼야 한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다. 일반 유통(-30%대, 하이볼용 세그먼트)과 면세점(-10%–30%)의 하락폭만 보면 "위스키가 전방위로 안 팔린다"는 하나의 이야기로 뭉뚱그리기 쉽다. 하지만 두 하락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일반 유통의 하락은 하이볼 트렌드 정착이라는 구조적 수요 이동이다. 소비자의 술 마시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프로모션을 더 얹는다고 해서 저가 블렌디드 위스키가 다시 팔리지는 않는다. 면세점의 하락은 이보다 복합적이다 — 젊은층의 위스키 구매 감소라는 진짜 수요 요인도 일부 섞여 있지만, 여기에 인천공항공사의 프로모션 예산 축소와 브랜드사의 할인율 상한 강화라는 두 개의 공급 측 제약이 더해져 있다. 베스트셀러 자체는 여전히 잘 팔린다는 점에서, 이 하락의 상당 부분은 '팔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판매 조건이 작년보다 나빠져서'에 가깝다.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실적에도 비슷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조니워커·발렌타인·로얄살루트 같은 브랜드를 프리미엄부터 대중 라인까지 폭넓게 갖고 있다. 이번 실적 붕괴가 정말 회사 전체의 위기인지, 아니면 하이볼용 대중 라인(마트·편의점·주류 전문점에서 팔리는 저가 블렌디드)에 집중된 붕괴인지는 회사가 채널별·등급별 매출을 분리해 공시하지 않는 한 확인하기 어렵다. 여기서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하나 있다 — 바로 그 디아지오·페르노리카 같은 브랜드사들이, 자기 회사의 프리미엄 라인이 유일하게 성장하는 면세 채널에서마저 할인율 상한을 스스로 조이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전체 실적은 하이볼발 붕괴로 무너지는데, 그나마 버텨주는 채널(면세)의 성장 여지까지 국내 가격 방어라는 명분으로 스스로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면세점 운영사인 롯데·현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는 이들 입장에서는 마진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 할인 프로모션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축소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브랜드사·운영사·공항공사 세 주체 모두 각자의 이유로 할인을 늘릴 유인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8월 6일과 8월 발표된 디아지오·페르노리카의 2026 회계연도 글로벌 실적을 보면, 이 의문에 답이 나온다. 디아지오 글로벌 실적(유기 매출 -2.0%)을 흔든 건 위스키가 아니라 미국 테킬라였다.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하는 북미 지역이 -8.4% 역성장했는데, 돈 훌리오(-19%, 전년 +41.9%에서 60.9%포인트 급락)와 카사미고스(하락폭 -18%→-28%로 확대)가 그 대부분을 설명한다. 새로 취임한 CEO 데이브 루이스가 밝힌 턴어라운드 계획의 우선순위(브랜드 관련성·고객·민첩한 운영체계) 어디에도 트래블리테일이나 아시아 위스키 시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페르노리카 글로벌 실적(9개월 누적 -4.4%)의 원인은 정반대다 — 중국의 EU산 브랜디 반덤핑 관세로 마르텔 코냑이 약 18개월간 중국 면세 채널에서 사실상 퇴출된 게 결정타였다.
이 두 사건 중 어느 쪽도 한국 위스키 시장의 하이볼 트렌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실적 붕괴(매출 -1.2%, 영업이익 -48.1%)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붕괴(매출 -31.1%, 영업이익 -71.6%)는 본사발 위기가 한국으로 그대로 전이된 결과가 아니라, 각자 별도로 벌어진 한국 시장 고유의 사건이라는 뜻이다. 본사는 미국 테킬라(디아지오)나 중국 코냑·트래블리테일(페르노리카) 문제로 씨름하는 동안, 한국 법인은 완전히 다른 이유 — 하이볼 트렌드로 인한 대중 위스키 세그먼트 붕괴 — 로 별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디아지오가", "페르노리카가 힘들다"는 헤드라인을 접했을 때, 그게 본사 차원의 문제인지 한국 법인만의 국지적 문제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두 사건을 하나로 뭉뚱그리게 된다. 다만 이렇게 두 층위의 위기가 겹쳐 있다는 사실은, 왜 이들 브랜드사가 유일하게 성장하는 채널(한국 면세점 프리미엄 위스키)에서마저 할인율 상한을 조이는 보수적 태도를 취하는지도 설명해준다 — 본사 차원에서 비용 절감·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에, 개별 국가법인이 마진을 깎는 프로모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수입사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마트·편의점·주류 전문점을 통한 하이볼용 대중 라인 유통에 계속 힘을 쏟기보다는, 면세점·프리미엄 리테일 채널을 통한 초고가 라인 공급을 강화하는 쪽으로 자원을 재배분하는 것이다. 다만 이 전환에는 시차가 있다. 하이볼용 라인은 이미 여러 유통망에 깔려 있고 그 매출 감소는 즉각 실적에 반영되는 반면, 프리미엄 라인으로의 전환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공급망 조정에 시간이 걸린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이번 희망퇴직도 이런 전환기의 비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면세 채널 특유의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면세점 위스키 매출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프로모션 예산 규모와, 브랜드사가 정해놓은 할인율 상한이라는 두 개의 외부 변수에 상당히 좌우된다는 게 이번 사례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두 변수 모두 올해 안에 풀릴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 인천공항공사의 올해 예산은 이미 확정돼 추가로 늘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다면 시장이 성장하려면 면세점 운영사인 롯데·현대가 자체 재원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는데, 이들은 오히려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감안해 할인폭을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RIT가 보기에 이 대목이 이번 사례에서 제일 답답한 지점이다 — 공항공사도 예산이 없고, 운영사도 임대료 부담 때문에 할인을 줄이고 있고, 브랜드사도 할인율 상한을 조이고 있다. 셋 중 어느 쪽도 지금 당장 매출을 밀어 올릴 유인이 없는 셈이니, 면세점 위스키 시장이 올해 안에 눈에 띄게 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희망퇴직과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영업이익 급감은 "위스키 산업의 위기"로 요약되기 쉽지만, 실제로 위기에 빠진 건 하이볼 트렌드에 밀린 대중적인 저가 위스키 라인뿐이다. 같은 방향의 숫자 뒤에 전혀 다른 원인들이, 본사 차원과 한국 법인 차원 두 층위로 겹쳐 섞여 있다는 사실을 놓치면 이 업계의 진짜 그림을 절반만 보게 된다.
이 사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위스키 업계 침체"라는 표현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리고 있는가다. 수입사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건 사실이지만, 그 숫자 하나로 위스키라는 카테고리 전체가 팔리지 않는다고 결론짓는 순간 정반대의 진실, 즉 프리미엄 싱글몰트가 126% 성장하며 주류 매출 1위 카테고리로 올라섰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헤드라인 숫자와 세그먼트 숫자가 이렇게까지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회사 단위의 집계보다 시장 전체의 세그먼트 데이터를 먼저 봐야 한다. 현업에서 보면 이건 주류 수입·유통뿐 아니라 투자·분석을 맡은 쪽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회사 전체 실적이 크게 약화된다는 헤드라인 앞에서 안심하거나 낙담하기 전에, 그 붕괴가 대중 라인에서 왔는지 프리미엄 라인에서 왔는지, 일반 유통에서 왔는지 면세 채널에서 왔는지부터 나눠서 봐야 한다. 회사들이 채널별·등급별 매출을 분해해서 공시하지 않는 이상 "영업이익 급감" 한 줄로 미래를 재단하기보다, 세그먼트 시장 데이터를 따로 확보해 대입해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처음 이 구도를 봤을 때는 "면세점은 프리미엄 세그먼트 덕분에 조용히 수혜를 보고 있다"고 정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면세점 관계자에게 확인한 실제 매출은 정반대로 10%–30% 줄어 있었다. 처음에는 이 하락도 순전히 인천공항공사의 프로모션 예산 축소가 만든 기저효과일 뿐이라고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림이 더 복잡했다 — 베스트셀러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었고, 젊은층의 위스키 구매 감소라는 진짜 수요 요인도 일부 섞여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페르노리카·디아지오 같은 브랜드사들이 국내 가격 방어를 이유로 면세 할인율 상한을 스스로, 그것도 작년보다 더 강하게 조이고 있었다.
이 마지막 지점이 가장 흥미롭다. 이 회사들의 전체 실적은 하이볼 트렌드에 밀려 무너지고 있는데, 정작 유일하게 성장 여력이 있는 채널(면세)에서는 스스로 손발을 묶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손발을 다시 풀 가능성을 따져보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인천공항공사의 올해 예산은 이미 확정돼 추가 편성이 불가능한 구조다. 시장이 성장하려면 결국 면세점 운영사인 롯데·현대가 자체적으로 할인을 늘려야 하는데, 이들은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 부담 때문에 오히려 할인폭을 축소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공항공사·운영사·브랜드사 세 주체가 각자 다른 이유로 모두 같은 방향(할인 축소)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라, 면세점 위스키 시장이 올해 안에 크게 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는 "면세점이 프리미엄 트렌드의 수혜자"라는 서사도, "면세점 위스키도 침체"라는 서사도 둘 다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정확히는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이지만, 그 구조를 실제 매출로 바꿔줄 세 주체 모두 지금은 그럴 유인이 없는 상태에 가깝다.
면세 MD를 맡고 있다면 이번 하락을 수요 위축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베스트셀러의 실제 판매 추이부터 따로 확인해서 공항공사 예산, 브랜드사 할인율, 진짜 수요 감소 중 어느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지 가려내야 방향을 잘못 잡지 않는다. 프리미엄 싱글몰트·고급 위스키가 국내 주류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세그먼트라는 걸 감안하면, 하쿠슈처럼 품귀가 벌어지는 상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카발란 같은 단독 협업을 늘리는 전략은 당분간 유효하다. 다만 브랜드사가 할인율 상한을 조이는 시점에는 가격을 건드리는 대신 단독 상품·한정판처럼 비가격 프로모션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편이 낫다. 산토리처럼 가격 인상이 예고된 경우라면 인상 전 수요를 면세·프리미엄 채널로 흡수하는 단기 전략도 함께 가져갈 만하다.
이 글을 쓴 뒤 디아지오·페르노리카의 글로벌 실적까지 나란히 확인하고 나니, 처음 세웠던 가설이 한 번 더 검증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위기를 "본사도 어려우니 한국도 어렵겠지"로 단순하게 이해했다면, 디아지오 글로벌의 진짜 문제가 미국 테킬라라는 걸 알고 나서 그 연결고리가 끊어진다. 페르노리카도 마찬가지다 — 본사는 중국 코냑·트래블리테일 문제로 씨름하고 있지만,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붕괴는 그것과 무관한 국내 하이볼 트렌드의 결과다. 실무적으로 보자면 본사 실적 발표가 나올 때마다 "이게 한국 매대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사건인가"를 별도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의 위기를 다룰 때 본사 차원의 사건과 개별 국가법인의 사건을 같은 것으로 묶어버리는 습관이 얼마나 흔한 오독을 만드는지,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확인했다.

세계 최대 주류기업 디아지오가 FY2026 매출 -2.0%에 배당까지 반토막 냈다. 2위 페르노리카도 최근 9개월 누적 매출이 -4.4% 역성장했다. 헤드라인만 보면 같은 "주류 부진"처럼 보이지만, 디아지오는 미국 테킬라 수요 붕괴가 원인이고 페르노리카는 중국 트래블리테일·코냑 채널이 막힌 게 원인이다. 같은 하락률 뒤에 숨은 완전히 다른 두 리스크를 뜯어본다.

하우스 오브 산토리가 파리 샤를드골공항에 첫 팝업과 첫 상설 매장을 동시에 열었다. 그런데 싱가포르 창이공항, 런던 히드로, 암스테르담 스키폴까지 — 위스키 브랜드가 향수·패션의 체험형 매장 문법을 빌려오는 실험은 이미 여러 공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2023년 조정을 거친 뒤 2024~2025년 2년 연속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 2025년 매출 1조8,543억 원(+6.1%), 영업이익률 28.3%로 역대 최대다. 그런데 루이비통은 서울 시내면세점 3곳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폐점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고, 면세사업자별 계약 조율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백화점에는 세계 최대 복합 매장을, 인천공항 T2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동안, 시내면세점만 조용히 정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