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 위스키 판매도 감소했다…국내 주류시장과 다른 부진의 원인
디아지오코리아가 2년 만에 다시 희망퇴직에 나섰고, 페르노리카코리아 영업이익은 71.6% 급감했다. 면세점 위스키 매출도 전년 대비 10%–30% 줄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발표된 두 회사의 글로벌 실적을 뜯어보면, 본사의 위기(디아지오는 미국 테킬라, 페르노리카는 중국 코냑·트래블리테일)와 한국 법인의 위기(하이볼발 대중 위스키 붕괴)는 서로 다른 사건이라는 게 드러난다.
Overview
세계 최대 주류기업 디아지오가 FY2026 매출 -2.0%에 배당까지 반토막 냈다. 2위 페르노리카도 최근 9개월 누적 매출이 -4.4% 역성장했다. 헤드라인만 보면 같은 "주류 부진"처럼 보이지만, 디아지오는 미국 테킬라 수요 붕괴가 원인이고 페르노리카는 중국 트래블리테일·코냑 채널이 막힌 게 원인이다. 같은 하락률 뒤에 숨은 완전히 다른 두 리스크를 뜯어본다.
8월 6일, 조니워커·기네스·스미노프를 보유한 세계 최대 주류기업 디아지오(Diageo)가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유기적 기준 -2.0%, 배당은 전년 대비 절반 넘게 깎였다. 그런데 발표 당일 주가는 오히려 8% 가까이 뛰었다. 같은 날 업계 2위 페르노리카(Pernod Ricard)의 최근 9개월 누적 매출도 -4.4% 역성장 중이라는 사실이 겹치면서, "세계 주류시장이 통째로 흔들린다"는 헤드라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실적표를 나란히 펼쳐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디아지오의 부진은 미국 소비자가 테킬라를 덜 마신 결과이고, 페르노리카의 부진은 중국 공항 면세점에서 코냑을 못 팔게 된 결과에 가깝다. 하나는 순수한 소비 트렌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트래블리테일·통상 정책이라는 완전히 다른 층위의 리스크다. 같은 "역성장"이라는 단어로 두 사건을 묶어버리면, 정작 여행소매 업계가 주목해야 할 신호를 놓친다.
디아지오의 FY2026 실적표를 먼저 보자.
| 항목 | 수치 |
|---|---|
| 순매출 | US$196.43억, 유기 기준 -2.0% / 보고 기준 -3.0% |
| 유기 영업이익 | +2.0%, 마진 +116bp 개선 |
| 보고 영업이익 | -27.2% |
| 북미(전체의 37%) | US$72억, -8.4% |
| 유럽 | 유기 +3.4%(순매출 +5.7%) |
| 아시아태평양 | 소폭 감소 |
| 아프리카 | +13.3% |
| 중남미·카리브해 | +7.7% |
| 연간 배당(주당) | 50센트 (전년 103.48센트 대비 약 -52%) |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북미다.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하는 이 지역에서만 -8.4% 역성장했는데, 그 중심에는 테킬라가 있다. 미국 테킬라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1% 급감했고, 특히 돈 훌리오(Don Julio)는 전년 +41.9% 성장에서 -19% 역성장으로 60.9%포인트나 방향이 꺾였다. 카사미고스(Casamigos)는 이미 -18%였던 하락폭이 -28%로 더 깊어졌다. 팬데믹 기간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프리미엄 테킬라 붐이 꺾이면서, 그 반사효과를 고스란히 맞은 셈이다.
반면 유럽은 오히려 성장했다(유기 +3.4%). 영국·터키에서 기네스가 강세를 보인 덕분인데, 그 안에서도 중동부유럽(-4.9%)·이베리아(-7.5%)·프랑스(-3.5%)는 뒷걸음질쳤다. 아시아태평양은 백주(白酒) 계열인 수정팡(Shui Jing Fang)의 부진이 프리미엄 스피릿의 완만한 성장을 상쇄하며 소폭 감소에 그쳤다. 지역마다 차이가 뚜렷하지만, 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단일 요인은 명백히 미국 테킬라다.
보고 기준 영업이익이 -27.2%까지 떨어진 이유는 별도다. 튀르키예의 초인플레이션 회계 처리와 돈 파파(Don Papa) 등 일부 브랜드 자산 상각으로 US$15억의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여기에 새 경영 체계 구축 비용을 포함한 US$9억의 구조조정 비용이 더해졌다. 유기 영업이익은 실제로 +2.0% 늘었지만, 일회성 비용이 장부상 이익을 크게 눌러버린 것이다.
디아지오는 최근 3년 사이 CEO가 세 번 바뀌었다. 지난 1월 취임한 데이브 루이스(Dave Lewis, 전 테스코·유니레버 CEO)는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US$12억 규모의 턴어라운드 계획을 공개했다. 핵심은 3년간 약 US$10억의 비용 절감(FY26에만 US$5.4억 실현)과 조직 슬림화다. 배당 정책도 손봤다 — 기존에는 이익의 약 63%를 배당으로 지급했지만, 이제는 "이익의 30~50%, 연간 최소 50센트"라는 새 하한선 정책으로 바꿨다. 결과적으로 연간 배당은 103.48센트에서 50센트로, 절반 넘게 줄었다.
배당을 반토막 낸 회사의 주가가 발표 당일 8% 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시장은 배당 축소 자체보다, 순부채 US$217억을 짊어진 회사가 마침내 "현금을 어디에 쓸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스트아프리카브루어리즈(EABL) 지분 매각(US$23억) 등 자산 매각을 통한 디레버리징 계획도 함께 나왔다. 루이스 CEO는 "브랜드 관련성, 고객, 민첩한 운영체계"라는 세 가지 우선순위를 강조했는데, 이 발표 어디에도 트래블리테일이나 면세 채널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다. 디아지오의 위기는 철저히 미국 내수 소비 트렌드의 문제였다는 뜻이다.
같은 시기 페르노리카의 성적표는 결이 다르다.
| 시기 | 순매출 | 유기 성장률 | 비고 |
|---|---|---|---|
| FY2025 (2024.7~2025.6) | €109.59억 | -3.0% | 중국·미국·GTR아시아 부진 |
| FY26 상반기 (2025.7~12) | €52.53억 | -5.9% | 마르텔·하바나클럽 두 자릿수 감소 |
| FY26 3분기 (2026.1~3) | €19.45억 | +0.1% | 안정화 국면 진입 |
| FY26 9개월 누적 | €71.99억 | -4.4% | — |
FY2025 실적 발표에서 페르노리카는 부진의 배경으로 "중국, 미국, GTR아시아(Global Travel Retail Asia)"를 명시적으로 지목했다. 특히 2024년 12월부터 중국 면세 채널에서 사실상 판매가 막힌 코냑이 결정타였다. 이 흐름은 FY26 상반기에도 이어져 마르텔 코냑 매출이 중국발 수요 부진으로 -17% 급감했고 하바나클럽 럼도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다행히 3분기 들어 그룹 전체 매출이 +0.1%로 반등하며 안정화 조짐을 보였지만, 이번엔 중동 분쟁에 따른 여행 차질(travel disruption)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며 페르노리카는 FY26 연간 가이던스를 -3~-4% 역성장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3분기에 +5% 성장했다는 점도 함께 밝혔는데, 이는 부진이 특정 두 시장(미국·중국)과 특정 채널(트래블리테일)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두 회사의 하락률(디아지오 -2.0%, 페르노리카 -4.4%)만 보면 "페르노리카가 더 심각하다"는 단순 비교로 끝나기 쉽다. 하지만 원인을 뜯어보면 이건 경영 역량의 차이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구성의 차이에 가깝다.
중국은 2024년 1월부터 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해 2025년 7월 최대 34.9%(이후 32.2%로 하향)의 관세를 5년간 부과했다. 레미마르탱·마르텔·헤네시 등 34개 업체는 최저가 준수를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받았지만, 조사가 진행되던 약 18개월 동안 코냑은 사실상 중국 면세 채널에서 퇴출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2026년 들어서야 상황이 풀리기 시작해, 하이난자유무역항 거주자 대상 무관세 정책(2026년 3월 시행)과 함께 서서히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이 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건 코냑 하우스를 보유한 페르노리카(마르텔)와 LVMH(헤네시)다. 반면 디아지오의 포트폴리오에는 애초에 이렇다 할 코냑 브랜드가 없다 — 조니워커(스카치)·돈 훌리오·카사미고스(테킬라)·스미노프(보드카)·기네스(맥주) 중심이다. 즉 디아지오가 이번 국면에서 트래블리테일 리스크를 "잘 피한" 게 아니라, 애초에 그 리스크에 노출될 상품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디아지오를 무너뜨린 미국 테킬라 수요 붕괴는 페르노리카에게는 상대적으로 작은 카테고리라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두 회사는 같은 시기에 역성장했지만, 사실상 서로 다른 시험을 치른 셈이다.
이 비교가 국내 면세·트래블리테일 업계에 주는 함의는 명확하다. "글로벌 스피릿 대기업이 부진하다"는 헤드라인을 접했을 때, 그게 자사 매장의 어떤 브랜드·카테고리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개로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디아지오의 -2.0% 역성장은 국내 면세점 조니워커·기네스 매대와는 거의 무관한 사건이다. 반면 페르노리카의 부진은 마르텔·앱솔루트 등 실제 면세 매대의 코냑·프리미엄 카테고리 구성과 직결된 문제이며, 이미 국내 면세점의 코냑 물량·프로모션 계획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디아지오가 배당을 반토막 냈는데도 주가가 뛴 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 시장은 실적이 나쁘다는 사실 자체보다 원인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고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신호이고, 명확한 배당 정책과 구조조정 계획 하나가 신뢰 회복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건 국내 유통·소비재 기업에도 참고할 만하다. 더 눈여겨볼 건 페르노리카 케이스다 — 코냑이라는 단일 카테고리가 중국 통상 정책 하나로 18개월 가까이 트래블리테일 채널에서 사실상 퇴출됐다는 사실은 특정 국가·채널에 대한 카테고리 집중도가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 보여준다. 국내 면세점도 특정 국적·특정 카테고리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코냑-중국-트래블리테일 조합이 무너지는 걸 지켜본 이상 우리 매출의 몇 %가 어느 브랜드·어느 국적에 몰려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두 회사 모두 3분기 들어 안정화 조짐을 보였지만 회복의 속도와 형태는 다를 것이다 — 디아지오는 미국 테킬라 카테고리 자체를 다시 살려야 하는 싸움이고, 페르노리카는 이미 풀리기 시작한 중국 통상 리스크가 얼마나 빨리 매대로 돌아오는지 지켜보는 싸움이다.

디아지오코리아가 2년 만에 다시 희망퇴직에 나섰고, 페르노리카코리아 영업이익은 71.6% 급감했다. 면세점 위스키 매출도 전년 대비 10%–30% 줄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발표된 두 회사의 글로벌 실적을 뜯어보면, 본사의 위기(디아지오는 미국 테킬라, 페르노리카는 중국 코냑·트래블리테일)와 한국 법인의 위기(하이볼발 대중 위스키 붕괴)는 서로 다른 사건이라는 게 드러난다.

하우스 오브 산토리가 파리 샤를드골공항에 첫 팝업과 첫 상설 매장을 동시에 열었다. 그런데 싱가포르 창이공항, 런던 히드로, 암스테르담 스키폴까지 — 위스키 브랜드가 향수·패션의 체험형 매장 문법을 빌려오는 실험은 이미 여러 공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면세 사업자 중국국여(CTGDF)가 2026년 상반기 순이익 +19.9% 증가를 발표했다. 하지만 매출은 줄었고, 세전이익은 -20% 감소했다. 골드만삭스는 이 순이익 증가가 "전적으로 세금 감소 효과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숫자 뒤에 숨은 하이난 바우처 의존 구조와 한국 면세업계가 읽어야 할 신호를 짚는다.

에스티로더가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 36.3억달러(+5%)·조정 EPS 0.39달러로 4개 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연간 조정 EPS는 전년 대비 66% 급증한 2.51달러다. 흥미로운 건 타이밍이다 — 로레알이 같은 분기 하이난을 "아직 회복 전"이라 밝힌 바로 그 시점에, 에스티로더의 하이난은 이미 두 자릿수 성장으로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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