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지오 2%, 페르노리카 4.4% 역성장…서로 다른 부진의 배경

2026-08-17 오전 8:20Spirits & Wine

Overview

세계 최대 주류기업 디아지오가 FY2026 매출 -2.0%에 배당까지 반토막 냈다. 2위 페르노리카도 최근 9개월 누적 매출이 -4.4% 역성장했다. 헤드라인만 보면 같은 "주류 부진"처럼 보이지만, 디아지오는 미국 테킬라 수요 붕괴가 원인이고 페르노리카는 중국 트래블리테일·코냑 채널이 막힌 게 원인이다. 같은 하락률 뒤에 숨은 완전히 다른 두 리스크를 뜯어본다.

8월 6일, 조니워커·기네스·스미노프를 보유한 세계 최대 주류기업 디아지오(Diageo)가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유기적 기준 -2.0%, 배당은 전년 대비 절반 넘게 깎였다. 그런데 발표 당일 주가는 오히려 8% 가까이 뛰었다. 같은 날 업계 2위 페르노리카(Pernod Ricard)의 최근 9개월 누적 매출도 -4.4% 역성장 중이라는 사실이 겹치면서, "세계 주류시장이 통째로 흔들린다"는 헤드라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실적표를 나란히 펼쳐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디아지오의 부진은 미국 소비자가 테킬라를 덜 마신 결과이고, 페르노리카의 부진은 중국 공항 면세점에서 코냑을 못 팔게 된 결과에 가깝다. 하나는 순수한 소비 트렌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트래블리테일·통상 정책이라는 완전히 다른 층위의 리스크다. 같은 "역성장"이라는 단어로 두 사건을 묶어버리면, 정작 여행소매 업계가 주목해야 할 신호를 놓친다.

디아지오 — 배당은 반토막, 그런데 주가는 올랐다

디아지오의 FY2026 실적표를 먼저 보자.

항목수치
순매출US$196.43억, 유기 기준 -2.0% / 보고 기준 -3.0%
유기 영업이익+2.0%, 마진 +116bp 개선
보고 영업이익-27.2%
북미(전체의 37%)US$72억, -8.4%
유럽유기 +3.4%(순매출 +5.7%)
아시아태평양소폭 감소
아프리카+13.3%
중남미·카리브해+7.7%
연간 배당(주당)50센트 (전년 103.48센트 대비 약 -52%)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북미다.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하는 이 지역에서만 -8.4% 역성장했는데, 그 중심에는 테킬라가 있다. 미국 테킬라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1% 급감했고, 특히 돈 훌리오(Don Julio)는 전년 +41.9% 성장에서 -19% 역성장으로 60.9%포인트나 방향이 꺾였다. 카사미고스(Casamigos)는 이미 -18%였던 하락폭이 -28%로 더 깊어졌다. 팬데믹 기간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프리미엄 테킬라 붐이 꺾이면서, 그 반사효과를 고스란히 맞은 셈이다.

반면 유럽은 오히려 성장했다(유기 +3.4%). 영국·터키에서 기네스가 강세를 보인 덕분인데, 그 안에서도 중동부유럽(-4.9%)·이베리아(-7.5%)·프랑스(-3.5%)는 뒷걸음질쳤다. 아시아태평양은 백주(白酒) 계열인 수정팡(Shui Jing Fang)의 부진이 프리미엄 스피릿의 완만한 성장을 상쇄하며 소폭 감소에 그쳤다. 지역마다 차이가 뚜렷하지만, 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단일 요인은 명백히 미국 테킬라다.

보고 기준 영업이익이 -27.2%까지 떨어진 이유는 별도다. 튀르키예의 초인플레이션 회계 처리와 돈 파파(Don Papa) 등 일부 브랜드 자산 상각으로 US$15억의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여기에 새 경영 체계 구축 비용을 포함한 US$9억의 구조조정 비용이 더해졌다. 유기 영업이익은 실제로 +2.0% 늘었지만, 일회성 비용이 장부상 이익을 크게 눌러버린 것이다.

배당 반토막의 배경 — 새 CEO의 "재부팅"

디아지오는 최근 3년 사이 CEO가 세 번 바뀌었다. 지난 1월 취임한 데이브 루이스(Dave Lewis, 전 테스코·유니레버 CEO)는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US$12억 규모의 턴어라운드 계획을 공개했다. 핵심은 3년간 약 US$10억의 비용 절감(FY26에만 US$5.4억 실현)과 조직 슬림화다. 배당 정책도 손봤다 — 기존에는 이익의 약 63%를 배당으로 지급했지만, 이제는 "이익의 30~50%, 연간 최소 50센트"라는 새 하한선 정책으로 바꿨다. 결과적으로 연간 배당은 103.48센트에서 50센트로, 절반 넘게 줄었다.

배당을 반토막 낸 회사의 주가가 발표 당일 8% 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시장은 배당 축소 자체보다, 순부채 US$217억을 짊어진 회사가 마침내 "현금을 어디에 쓸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스트아프리카브루어리즈(EABL) 지분 매각(US$23억) 등 자산 매각을 통한 디레버리징 계획도 함께 나왔다. 루이스 CEO는 "브랜드 관련성, 고객, 민첩한 운영체계"라는 세 가지 우선순위를 강조했는데, 이 발표 어디에도 트래블리테일이나 면세 채널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다. 디아지오의 위기는 철저히 미국 내수 소비 트렌드의 문제였다는 뜻이다.

페르노리카 — 코냑이 막히자 실적이 막혔다

같은 시기 페르노리카의 성적표는 결이 다르다.

시기순매출유기 성장률비고
FY2025 (2024.7~2025.6)€109.59억-3.0%중국·미국·GTR아시아 부진
FY26 상반기 (2025.7~12)€52.53억-5.9%마르텔·하바나클럽 두 자릿수 감소
FY26 3분기 (2026.1~3)€19.45억+0.1%안정화 국면 진입
FY26 9개월 누적€71.99억-4.4%—

FY2025 실적 발표에서 페르노리카는 부진의 배경으로 "중국, 미국, GTR아시아(Global Travel Retail Asia)"를 명시적으로 지목했다. 특히 2024년 12월부터 중국 면세 채널에서 사실상 판매가 막힌 코냑이 결정타였다. 이 흐름은 FY26 상반기에도 이어져 마르텔 코냑 매출이 중국발 수요 부진으로 -17% 급감했고 하바나클럽 럼도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다행히 3분기 들어 그룹 전체 매출이 +0.1%로 반등하며 안정화 조짐을 보였지만, 이번엔 중동 분쟁에 따른 여행 차질(travel disruption)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며 페르노리카는 FY26 연간 가이던스를 -3~-4% 역성장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3분기에 +5% 성장했다는 점도 함께 밝혔는데, 이는 부진이 특정 두 시장(미국·중국)과 특정 채널(트래블리테일)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디아지오는 조니워커·기네스·스미노프 등을 보유했지만 헤네시·마르텔 같은 코냑 브랜드는 없다
디아지오는 조니워커·기네스·스미노프 등을 보유했지만 헤네시·마르텔 같은 코냑 브랜드는 없다

핵심 인사이트 — 포트폴리오 구성이 갈랐다

두 회사의 하락률(디아지오 -2.0%, 페르노리카 -4.4%)만 보면 "페르노리카가 더 심각하다"는 단순 비교로 끝나기 쉽다. 하지만 원인을 뜯어보면 이건 경영 역량의 차이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구성의 차이에 가깝다.

중국은 2024년 1월부터 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해 2025년 7월 최대 34.9%(이후 32.2%로 하향)의 관세를 5년간 부과했다. 레미마르탱·마르텔·헤네시 등 34개 업체는 최저가 준수를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받았지만, 조사가 진행되던 약 18개월 동안 코냑은 사실상 중국 면세 채널에서 퇴출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2026년 들어서야 상황이 풀리기 시작해, 하이난자유무역항 거주자 대상 무관세 정책(2026년 3월 시행)과 함께 서서히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이 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건 코냑 하우스를 보유한 페르노리카(마르텔)와 LVMH(헤네시)다. 반면 디아지오의 포트폴리오에는 애초에 이렇다 할 코냑 브랜드가 없다 — 조니워커(스카치)·돈 훌리오·카사미고스(테킬라)·스미노프(보드카)·기네스(맥주) 중심이다. 즉 디아지오가 이번 국면에서 트래블리테일 리스크를 "잘 피한" 게 아니라, 애초에 그 리스크에 노출될 상품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디아지오를 무너뜨린 미국 테킬라 수요 붕괴는 페르노리카에게는 상대적으로 작은 카테고리라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두 회사는 같은 시기에 역성장했지만, 사실상 서로 다른 시험을 치른 셈이다.

여행소매 업계가 읽어야 할 지점

이 비교가 국내 면세·트래블리테일 업계에 주는 함의는 명확하다. "글로벌 스피릿 대기업이 부진하다"는 헤드라인을 접했을 때, 그게 자사 매장의 어떤 브랜드·카테고리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개로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디아지오의 -2.0% 역성장은 국내 면세점 조니워커·기네스 매대와는 거의 무관한 사건이다. 반면 페르노리카의 부진은 마르텔·앱솔루트 등 실제 면세 매대의 코냑·프리미엄 카테고리 구성과 직결된 문제이며, 이미 국내 면세점의 코냑 물량·프로모션 계획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RIT's Insights

디아지오가 배당을 반토막 냈는데도 주가가 뛴 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 시장은 실적이 나쁘다는 사실 자체보다 원인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고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신호이고, 명확한 배당 정책과 구조조정 계획 하나가 신뢰 회복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건 국내 유통·소비재 기업에도 참고할 만하다. 더 눈여겨볼 건 페르노리카 케이스다 — 코냑이라는 단일 카테고리가 중국 통상 정책 하나로 18개월 가까이 트래블리테일 채널에서 사실상 퇴출됐다는 사실은 특정 국가·채널에 대한 카테고리 집중도가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 보여준다. 국내 면세점도 특정 국적·특정 카테고리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코냑-중국-트래블리테일 조합이 무너지는 걸 지켜본 이상 우리 매출의 몇 %가 어느 브랜드·어느 국적에 몰려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두 회사 모두 3분기 들어 안정화 조짐을 보였지만 회복의 속도와 형태는 다를 것이다 — 디아지오는 미국 테킬라 카테고리 자체를 다시 살려야 하는 싸움이고, 페르노리카는 이미 풀리기 시작한 중국 통상 리스크가 얼마나 빨리 매대로 돌아오는지 지켜보는 싸움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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