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인데 컨센서스는 놓쳤다 — 파마리서치, 두 얼굴의 1분기
Overview
파마리서치가 2026년 1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치를 새로 썼다. 그런데 정작 핵심 사업인 스킨부스터(리쥬란) 의료기기 부문은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그 공백을 메운 건 51% 성장한 리쥬란 코스메틱이었다. 면세점·외국인 쇼핑이 화장품 부문을 밀어 올리는 동안, 같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피부과 소비는 오히려 급감했다는 대비를 짚는다.
파마리서치가 5월 8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적은 숫자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매출 1,461억원, 영업이익 573억원, 당기순이익 487억원 — 셋 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매출 25%, 영업이익 28%, 순이익 35% 늘었다. 그런데 이 발표 이후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절대 금액은 역대 최대였지만, 시장이 미리 깔아둔 눈높이(컨센서스)에는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든 건 회사의 간판 사업인 스킨부스터 '리쥬란' 의료기기 부문이었다. 정작 이 공백을 메운 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리쥬란 코스메틱, 그중에서도 면세점과 외국인 쇼핑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2026년 1분기 확정 실적
파마리서치의 2026년 1분기 사업부문별 실적은 다음과 같다.
| 사업부문 | 매출 | 내수 | 수출 |
|---|---|---|---|
| 의료기기(스킨부스터 등) | 795억원 | 584억원 | 211억원 |
| 화장품(리쥬란 코스메틱) | 422억원 | 153억원 | 269억원 |
| 의약품 | 214억원 | 112억원 | 102억원 |
| 전사 합계 | 1,461억원 |
영업이익은 573억원(영업이익률 39.2%), 순이익은 487억원이다. 그런데 증권가 컨센서스는 매출 1,507억원, 영업이익 603억원이었다 — 실제 발표치는 이 눈높이를 매출 3%, 영업이익 5% 정도 밑돌았다. "역대 최대 실적"과 "컨센서스 하회"가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는, 시장이 그만큼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핵심 인사이트 ① — 미스의 진원지는 리쥬란 본진, 의료기기였다
컨센서스를 갉아먹은 건 화장품이나 의약품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인 의료기기 부문이었다. 내수 의료기기 매출 584억원은 시장 예상 범위(588억–603억원)의 하단에도 못 미쳤고, 수출은 211억원으로 예상치(238억–240억원)를 뚜렷하게 밑돌았다. 특히 수출은 전 분기 대비로도 10.2% 줄었다.
애널리스트들이 짚은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계절성이다. "1분기는 외국인 피부과 소비의 비수기"이며, 인바운드 관광객의 피부과 관련 소비가 직전 분기 대비 1,100억원이나 줄었다는 진단이다. 이는 파마리서치 한 회사만의 숫자가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피부과 소비 전반을 가리키는 수치다. 다른 하나는 구조적 요인이다.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스킨부스터 시장 내 경쟁 심화와 제품 단가 하락 압력이다. 이 압력은 처음 등장한 게 아니다. 지난 2월 5일 2025년 4분기 실적(매출 1,428억원·영업이익 518억원, 컨센서스 대비 각각 -8%·-20%) 발표 직후 주가가 하루 만에 23% 급락했던 것도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다. 즉 이번 1분기는 절대 금액에서는 사상 최대를 찍었지만, 4분기 실적 충격을 촉발했던 바로 그 약점(가격 경쟁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리쥬란 코스메틱 심층 분석 — 면세점 하이라이트
의료기기의 공백을 메운 건 화장품이었다. 리쥬란 코스메틱 매출은 4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 전 사업부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9%에서 29%로 뛰었다. 내수(153억원, +43.3%)와 수출(269억원, +55.8%)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여기서 면세점의 역할을 짚어야 한다. 다만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 파마리서치는 화장품 매출을 내수·수출로만 공시할 뿐, 면세 채널을 별도로 분리해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면세점 매출 몇 억원"이라는 확정 숫자는 회사 공시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리쥬란 코스메틱 매출 대부분이 드럭스토어(올리브영 등)와 면세점 두 채널에서 나오고, 그중에서도 면세점 비중이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리쥬란 코스메틱은 신라면세점(용산 아이파크몰점) 등 국내 면세 매장에 입점해 있다.
이번 분기 내수 화장품 매출이 43.3% 늘어난 배경으로 회사가 직접 꼽은 것도 "환율 효과와 연휴 일정이 맞물리며 외국인들의 쇼핑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즉 내수 화장품 성장의 상당 부분이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왔다는 뜻이고, 이는 면세점·외국인 특화 매장이 이 성장의 핵심 통로였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해외 유통망 확대도 겹쳤다. 리쥬란 코스메틱은 2026년 3월 1일 미국 세포라 온라인몰에 선론칭한 데 이어, 3월 16일부터 미국 전역 약 380개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에 순차 입점했다. 중국에서는 최대 오픈마켓 타오바오에도 진출해 있다. 국내 면세점과 해외 편집숍 입점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리쥬란 코스메틱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과 해외 현지 소비자 양쪽에서 동시에 매출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핵심 인사이트 ② — 같은 외국인 관광객이 두 채널에서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번 분기 실적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다. 파마리서치의 사업은 크게 두 갈래로 외국인 관광객과 맞닿아 있다 — 하나는 피부과에서 리쥬란 시술을 받는 의료관광 수요(의료기기 내수 매출과 연결), 다른 하나는 면세점·매장에서 리쥬란 코스메틱을 사 가는 리테일 수요(화장품 내수 매출과 연결)다. 그런데 이번 분기 이 두 채널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외국인의 피부과 소비는 직전 분기 대비 1,100억원 급감했는데, 외국인의 리쥬란 코스메틱 쇼핑은 오히려 급증하며 내수 화장품 매출을 43.3% 끌어올렸다.
같은 외국인 관광객이 같은 분기에 시술은 덜 받고 쇼핑은 더 했다는 뜻이다. 이는 RIT가 앞서 다룬 K뷰티 현장 시리즈에서 짚었던 흐름, 즉 단체관광·시술 중심 소비에서 개별관광·리테일 중심 소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큰 그림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이번 사례가 보여주는 건 그 이상이다. 한 회사 안에서도 어느 채널에 서 있느냐에 따라 같은 손님이 정반대의 신호를 준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부문만 보면 "외국인 수요가 꺾였다"고 걱정할 시점에, 화장품 부문은 "외국인 쇼핑이 급증했다"고 자축하고 있었던 셈이다.
비즈니스 임팩트 — 유럽 확장과 2분기 전망
의료기기 수출에서는 유럽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프랑스 유통사 비바시(VIVACY)를 통한 유럽향 선적이 1분기에 일부 반영되며 상반기 유럽 수출은 약 60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선적이 이어진다면 연간 유럽 수출은 약 120억원으로, 연초 가이던스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6년 2분기 실적은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시장은 매출 1,624억원, 영업이익 650억원으로 1분기 대비 개선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확정치가 아니라 전망치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높은 기저(2025년 2분기 실적)를 감안하면 성장률 자체는 1분기보다 둔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관건은 의료기기 부문이 계절적 성수기(2분기) 진입과 함께 내수·수출 동반 회복을 보여주는지, 아니면 화장품이 계속 공백을 메우는 구도가 이어지는지다.
실무 시사점
- 투자·애널리스트 담당: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헤드라인과 "컨센서스 하회"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 절대 성장률뿐 아니라 시장 기대치 대비 미스 여부, 그리고 어느 사업부에서 미스가 발생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 면세·리테일 MD 담당: 파마리서치처럼 면세 채널을 별도 공시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내수 매출 증감률과 "외국인 쇼핑" 관련 코멘트를 교차 확인하면 면세 채널의 실질적 기여도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 사업 포트폴리오 담당: 의료관광(시술)과 리테일(쇼핑)처럼 같은 고객층을 겨냥하더라도 채널이 다르면 수요 흐름이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한 채널의 부진을 전체 고객군의 이탈로 오판하지 않으려면 채널별 지표를 분리해서 추적해야 한다
- 브랜드 확장 담당: 국내 면세점과 해외 편집숍(세포라 등) 동시 입점처럼, 인바운드 관광객과 현지 소비자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 유통 전략은 특정 채널의 계절적 부침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는 걸 참고할 만하다
결론
파마리서치의 1분기는 절대 숫자와 시장의 눈높이가 어긋난 분기였다. 회사의 본진인 스킨부스터 의료기기 사업은 인바운드 피부과 수요 급감과 가격 경쟁 압력이라는, 지난해 4분기 주가 폭락을 불렀던 것과 같은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그 공백을 메운 건 51% 성장한 리쥬란 코스메틱이었고, 그 성장의 상당 부분은 면세점과 외국인 쇼핑에서 나왔다. 같은 외국인 관광객이 피부과에서는 지갑을 닫고 매장에서는 지갑을 열었다는 이 대비가, 다음 분기 실적을 읽을 때도 유효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역대 최대"라는 타이틀 뒤에 숨은 방향의 문제다. 매출과 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사실만 보면 회사가 모든 면에서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최대치를 만든 두 엔진(의료기기·화장품)의 방향이 정반대였다는 걸 놓치면, 이 회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오독하게 된다. 의료기기는 컨센서스를 밑돌며 경고음을 냈고, 화장품은 컨센서스를 훨씬 웃돌며 그 경고음을 덮었다.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운 지점은 같은 외국인 관광객이 회사 안에서 두 얼굴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피부과 시술 수요와 코스메틱 구매 수요는 언뜻 같은 고객군의 두 얼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시술은 예약·비용·회복 기간이 필요한 고관여 소비인 반면, 면세점 쇼핑은 여행 일정 중 충동적으로 이뤄지는 저관여 소비에 가깝다. 환율이나 여행 성수기 같은 거시 변수가 두 소비에 다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파마리서치가 앞으로 이 두 엔진의 싱크를 어떻게 맞춰가는지, 그리고 면세·리테일 채널의 기여도를 회사가 언젠가 직접 공시할 의향이 있는지가 이 회사를 계속 지켜볼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