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 1분기에는 해외가 매출을, 국내가 이익을 이끌었지만 2분기에는 역전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는 해외 매출이 늘어도 해외 영업이익은 18% 줄고, 이익은 국내(+65%)에서 나오는 구도였다. 그런데 2분기 확정 실적에서는 정반대 그림이 나왔다 — 해외 영업이익이 99% 급증하며 국내(+48%)보다 더 가파르게 늘었다. 1분기의 해외 부진이 일회성 비용 때문이었다는 가설이 한 분기 만에 숫자로 확인된 사례다.
Overview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모두 2분기 실적이 확정됐다. LG생활건강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7.5% 늘었지만 성장의 출처는 면세도 더후도 아닌 북미였다. 아모레퍼시픽 본체는 영업이익 59% 급증으로 격차를 더 벌렸지만, 그 안을 열어보면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4개 계열 브랜드는 채널 재편의 몸살을 앓고 있었다 — 같은 종류의 통증을, 한쪽은 계열사가 나눠 맞고 다른 쪽은 본체가 통째로 맞았다.
LG생활건강이 4월 30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적은 언뜻 반등처럼 보인다. 영업이익이 전 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그런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1%, 영업이익은 24.3% 줄었다. 흑자 전환은 맞지만 회복이라고 부르기엔 이르다. 이 실적의 배경에는 회사가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 있다 — 브랜드 가치를 지키겠다며 면세 채널 매출을 몇 년에 걸쳐 의도적으로 줄여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아모레퍼시픽 역시 비슷한 시기에 면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한쪽은 이 결정 이후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겪었고, 다른 쪽은 전사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같은 처방이 왜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졌는지가 이번 실적의 주요 확인 지표다.
7월 29일 발표된 2분기 실적은 이 흐름에 중요한 확인 도장을 찍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7.5% 늘며 개선 폭이 더 커졌지만, 정작 그 성장을 만든 건 면세도 더후도 아니었다. 북미 매출이 분할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추월하는 동안, 국내 면세 채널은 다시 '조정' 기조로 돌아섰다. 1분기의 면세 반등이 구조적 회복이었는지 일시적 물량 조절이었는지를 가늠할 두 번째 단서가 나온 셈이다.
이틀 뒤인 7월 31일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실적도 확정됐다. 그룹 영업이익이 53.3% 늘며 두 회사의 격차는 좁혀지기는커녕 더 벌어졌다. 그런데 이 실적을 한 겹만 더 들여다보면, 아모레퍼시픽도 LG생활건강과 완전히 무관한 세계에 있는 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 본체는 사상 최대급 호실적을 냈지만,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아모스프로페셔널 등 4개 계열 브랜드는 같은 분기 매출 13%, 영업이익 51%가 줄며 부진했다. 두 회사 모두 어딘가에서 채널 재편의 통증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 통증을 누가, 얼마나 나눠 짊어졌는지가 실적의 명암을 갈랐다.
LG생활건강의 2026년 1분기(1월–3월) 사업부문별 실적은 다음과 같다.
| 구분 | 매출 | 매출 증감(YoY) | 영업이익 | 영업이익 증감(YoY) |
|---|---|---|---|---|
| 전사 | 1조5,766억 원 | -7.1% | 1,078억 원 | -24.3% |
| 뷰티 | 7,711억 원 | -12.3% | 386억 원 | -43.2% |
| HDB(홈케어·데일리뷰티) | 3,979억 원 | -0.9% | 254억 원 | -7.4% |
| 리프레시먼트(음료) | 4,076억 원 | -2.2% | 438억 원 | -6.8% |
영업이익률은 6.8%로, 영업손실을 냈던 전 분기(-4.9%)보다는 뚜렷이 개선됐다. 해외 지역별로는 북미가 35% 늘며 가장 눈에 띄었고, 중국(-14.4%)과 일본(-13.0%)은 역신장했다. 전체 해외 매출은 0.9% 증가에 그쳤다.
7월 29일 발표된 2026년 2분기 실적은 다음과 같다.
| 구분 | 매출 | 매출 증감(YoY) | 영업이익 | 영업이익 증감(YoY) |
|---|---|---|---|---|
| 전사 | 1조6,574억 원 | +3.3% | 1,028억 원 | +87.5% |
| 뷰티 | 8,184억 원 | +3.9% | 444억 원 | 흑자 전환 |
| HDB(홈케어·데일리뷰티) | 3,776억 원 | +5.5% | 223억 원 | +23.1% |
| 리프레시먼트(음료) | 4,614억 원 | +0.5% | 361억 원 | -15.1% |
1분기(영업이익 1,078억 원, -24.3%)에 이어 2분기(1,028억 원, +87.5%)까지 더한 상반기 누적 실적은 매출 3조2,340억 원(-2.1%), 영업이익 2,106억 원(+6.8%)이다. 매출은 여전히 줄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 외형보다 수익성 방어에 집중해온 전략의 결과가 상반기 전체로 확인된 셈이다.
주목할 건 이 이익 개선을 만든 진짜 원천이다. 회사는 "국내에서는 면세 채널 조정이 이어졌지만 온라인과 헬스앤드뷰티(H&B) 채널 판매가 성장했고, 해외에서는 북미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풀어 말하면 뷰티 부문 흑자 전환의 동력은 면세가 아니라 국내 온라인·H&B와 해외 북미였다는 뜻이다. 실제로 북미 매출은 2,058억 원으로 47.3% 늘며 1,760억 원(-5.0%)에 그친 중국을 사상 처음 추월했다. LG생활건강이 화장품·생활용품·음료 3개 사업부 체제로 분할된 이후 북미가 중국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회사의 공식 보도자료는 "더후를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확대가 뷰티 부문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며 더후의 기여를 강조했다. 그런데 증권가·업계 분석은 결이 다르다. 더후의 화장품 사업 내 매출 비중은 2025년 1분기 51%에서 2026년 1분기 34%까지 낮아진 뒤로 뚜렷한 반등 신호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북미 시장 일부 브랜드(닥터그루트 등)의 성장만으로 화장품 사업 전체의 체질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즉 회사는 더후를 실적 개선의 주역으로 내세우지만, 실제 숫자가 가리키는 성장축은 오히려 더후 밖에 있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1분기 말미에 던졌던 질문 — 800억 원대로 급반등했던 1분기 면세 매출이 최종 수요 회복인지, 따이공 도매 재개 같은 일회성 요인인지 — 에 대한 두 번째 단서가 나온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면세 채널은 구체적 반등 수치 없이 "조정이 이어졌다"는 표현으로만 언급됐다. 1분기처럼 두드러진 반등이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반등이 지속적인 수요 회복이 아니라 일시적 물량 조절에 가까웠을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다.
1분기 흑자 전환을 제대로 읽으려면 최근 한두 분기가 아니라 5개년 흐름부터 봐야 한다. LG생활건강 전사 실적은 이렇게 움직여왔다.
| 연도 | 매출 | 전년 대비 | 영업이익 | 전년 대비 | 영업이익률 | 당기순이익 |
|---|---|---|---|---|---|---|
| 2021년 | 8조915억 원 | +3.1% | 1조2,896억 원 | +5.6% | 15.9% | 8,611억 원 |
| 2022년 | 7조1,858억 원 | -11.2% | 7,111억 원 | -44.9% | 9.9% | 2,583억 원 |
| 2023년 | 6조8,048억 원 | -5.3% | 4,870억 원 | -31.5% | 7.2% | 1,635억 원 |
| 2024년 | 6조8,119억 원 | +0.1% | 4,590억 원 | -5.7% | 6.7% | 2,039억 원 |
| 2025년 | 6조3,555억 원 | -6.7% | 1,707억 원 | -62.8% | 2.7% | -858억 원 |
| 2026년 1분기 | 1조5,766억 원 | -7.1% | 1,078억 원 | -24.3% | 6.8% | 887억 원 |
| 2026년 2분기 | 1조6,574억 원 | +3.3% | 1,028억 원 | +87.5% | 6.2% | 비공개 |
| 2026년 상반기(누계) | 3조2,340억 원 | -2.1% | 2,106억 원 | +6.8% | 6.5% | 비공개 |
2021년이 사실상 정점이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였고 영업이익률은 15.9%에 달했다. 그런데 4년 뒤인 2025년에는 매출이 21.5% 줄고 영업이익은 86.8% 증발했으며, 순이익은 -858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냈다. 이 하락을 통째로 설명하는 건 뷰티(화장품) 사업부다.
| 연도 | 뷰티 매출 | 뷰티 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 주요 변화 |
|---|---|---|---|---|
| 2021년 | 4조4,414억 원 | 8,761억 원 | 19.7% | 더후 중심 럭셔리·중국·면세 채널 호조 |
| 2022년 | 3조2,118억 원 | 3,090억 원 | 9.6% | 중국 코로나 재확산으로 면세·중국 부진 본격화 |
| 2023년 | 2조8,157억 원 | 1,465억 원 | 5.2% | 면세·중국 매출 두 자릿수 감소 지속 |
| 2024년 | 2조8,506억 원 | 1,582억 원 | 5.5% | 중국 현지·북미·일본, 국내 온라인·H&B 회복 |
| 2025년 | 2조3,500억 원 | -976억 원 | -4.2% | 면세 물량 조정·유통 재정비·희망퇴직 비용 반영 |
| 2026년 1분기 | 7,711억 원 | 386억 원 | 5.0% | 면세 조절 지속에도 전분기 대비 개선 |
| 2026년 2분기 | 8,184억 원 | 444억 원 | 5.4% | 북미·국내 온라인·H&B 성장이 흑자 전환 견인, 면세는 조정 지속 |
2021년 8,761억 원이던 뷰티 영업이익이 2025년에는 -976억 원으로 뒤집혔다. 전사 실적 악화의 대부분이 이 한 사업부, 그중에서도 중국·면세 채널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다만 2026년 1분기 뷰티 매출에는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회사가 2025년 12월 조직을 럭셔리뷰티·더마&컨템포러리뷰티·크로스카테고리뷰티·네오뷰티·HDB 5개로 재편하면서, 기존 HDB 소속이던 닥터그루트·유시몰 등 브랜드를 새로 만든 '네오뷰티' 산하로 옮겨 뷰티 부문에 포함시켰다. 즉 2026년 1분기 뷰티 매출 7,711억 원을 과거 뷰티 실적과 곧바로 비교하면 재분류 효과가 섞여 실제 추세를 다소 왜곡할 수 있다. 회사가 발표한 -12.3%(매출)·-43.2%(영업이익)라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도 이 재분류 영향을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LG생활건강은 뷰티·HDB·리프레시먼트 등 사업부문별 매출·영업이익만 공시할 뿐, 면세 채널을 별도 사업부문으로 분리해 공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래 수치들은 회사의 공식 세그먼트 공시가 아니라, 회사 발표 코멘트와 증권사·매체의 분석을 종합한 것이다. "면세 영업이익 몇 억 원"이라는 확정 숫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뷰티 부문 손익 안에는 면세뿐 아니라 국내 백화점·온라인·H&B, 중국 법인, 북미·일본 사업까지 함께 섞여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아래 표를 읽어야 한다.
| 시점 | 면세 채널 매출(추정 포함) | 비고 |
|---|---|---|
| 2018년(정점) | 약 1조 원 | |
| 2023년 | 약 7,300억 원 | |
| 2024년 | 약 5,960억 원 | |
| 2025년 상반기 | 2,494억 원 | 전년 동기 대비 -28.8% |
| 2025년 3분기(뷰티부문) | 380억 원 | 전년 동기 1,690억 원 대비 -77.5%, 비중 26%→8% |
| 2025년 4분기(뷰티부문, 역산 추정) | 약 430억 원 | 공식 미공시. 1분기 발표 시 밝힌 전분기 대비 증감률을 역산 |
| 2026년 1분기(뷰티부문) | 800억 원 중반(매체별로 848억 원, 90.6%–97% 등으로 다르게 인용) | 전년 동기 대비 -37%, 전분기 대비 90%대 급반등, 채널 마진율 두 자릿수로 회복(증권사 추정) |
| 2026년 2분기(뷰티부문) | 구체 수치 비공개 | 회사는 "면세 채널 조정 지속"이라고만 언급 — 1분기의 90%대 반등이 재현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됨 |
2018년 1조 원에 육박하던 면세 매출은 2025년 3분기 380억 원까지 줄어든 뒤, 4분기에도 약 430억 원(역산 추정) 안팎의 바닥권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바닥에서 2026년 1분기 800억 원 중반대로 반등한 것이다. 이 반등의 크기를 가늠할 만한 대목이 하나 있다 — 같은 분기 한국 면세산업 전체 매출은 전분기 대비 2.4% 줄었는데, LG생활건강의 면세 매출만 90%대로 급증했다. 심지어 시장은 이번 분기 LG생활건강의 면세 매출이 오히려 10.0%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업계 평균과 정반대로 움직인 데다 시장 전망 자체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 반등이 최종 수요 회복인지 아니면 공급 시점·재고 소진 같은 일회성 요인인지는 다음 한두 분기를 더 지켜봐야 한다.
증권사 추정으로는 이 반등이 뷰티 부문 매출의 약 11%, 전사 매출의 약 5%에 해당한다. 마진율이 두 자릿수까지 회복됐다는 분석을 단순 대입하면 면세 채널의 영업이익 기여분은 대략 80억 원대 이상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회사가 공식 확인한 숫자가 아니라 외부의 참고용 추산에 불과하다는 점은 분명히 해둬야 한다.
축소 자체는 선택적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더후의 최상위 라인인 천기단 3세대는 공식 채널의 가격 정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면세 공급이 제한돼 있는 반면, 공진향·수연 등 다른 더후 라인은 면세 채널에서 양호한 수요를 보이며 이번 반등에 기여했다. 즉 "면세를 통째로 줄였다"기보다 "가장 상징적인 최상위 제품 라인만 선별적으로 틀어막았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회사가 애초에 면세 물량을 줄인 이유는 명확했다. "면세 제품으로 물량이 풀려 현지 시장에서의 가격 통제가 어려워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 즉 면세 채널로 흘러간 물량이 따이공(보따리상)을 거쳐 중국 현지 시장에 헐값으로 재유통되면서, 정작 브랜드의 정상 가격 체계를 갉아먹는 부작용을 겪었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이 전략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가격 정상화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의도된 축소"라는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따이공 거래 급감, 중국 관광객의 단체관광(요우커)에서 개별여행(싼커)으로의 전환, 외국인 관광객의 올리브영·다이소 같은 멀티브랜드숍 선호, 고환율로 인한 면세 가격 경쟁력 약화 등 외부 요인이 겹친 결과를 회사가 사후적으로 "전략적 선택"이라는 프레임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직도 면세 물량 조절이냐"는 일부 매체의 지적은, 회사의 대응이 능동적 전략치고는 너무 늦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시기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 더후의 뷰티 부문 내 매출 비중도 함께 줄었다. 2025년 1분기 51%에서 4분기 48%로, 2026년 1분기에는 34%까지 낮아졌다. 면세 채널 축소와 더후 비중 하락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건, 더후가 그동안 면세·따이공 채널에 유난히 크게 의존해온 브랜드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시기 아모레퍼시픽도 면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2025년 3분기를 기준으로 두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 구분 | 아모레퍼시픽 | LG생활건강 |
|---|---|---|
| 면세 채널 비중(2025년 3분기) | 23% 유지 | 8%로 급감(전년 26%) |
| 같은 시기 매출 증감 | +10%(전사) | -26.4%(뷰티부문) |
| 핵심 브랜드 의존도 | 다각화(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코스알엑스 등) | 더후 집중(2025년 상당 기간 50% 안팎) |
| 2025년–2026년 손익 흐름 | 분기별 꾸준한 개선 | 2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2025년 2·3분기) 이후 2026년 1분기 흑자 전환 |
두 회사 모두 "면세 채널을 줄인다"는 같은 결정을 내렸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면세 비중을 23% 선에서 관리하며 매출 성장을 유지한 반면 LG생활건강은 비중이 8%까지 떨어지는 동안 매출이 4분의 1 넘게 줄었다. 같은 방향의 결정이 왜 이렇게 다른 크기의 충격으로 나타났을까.
2026년 2분기 실적이 두 회사 모두 확정되면서, 이제는 분기 하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다.
| 구분 | 아모레퍼시픽(주력 계열사) | LG생활건강(전사) |
|---|---|---|
| 2026년 2분기 매출 | 1조1,759억 원(+17%) | 1조6,574억 원(+3.3%) |
|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 1,173억 원(+59%) | 1,028억 원(+87.5%) |
| 해외(북미 등) 성과 | 해외 매출 5,516억 원(+28%), 영업이익 718억 원(+99%) — 2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 북미 매출 2,058억 원(+47.3%), 분할 이후 최초로 중국 매출 추월 |
| 국내 사업 | 매출 6,108억 원(+10%), 영업이익 596억 원(+48%), 영업이익률 약 10% | 뷰티 부문 흑자 전환(444억 원), 다만 면세는 "조정 지속"으로만 언급 |
영업이익 증가율만 보면 이번 분기는 LG생활건강(+87.5%)이 아모레퍼시픽(+59%)보다 크다. 하지만 절대 규모(1,173억 vs 1,028억)와 무엇보다 매출 증가율(+17% vs +3.3%)을 함께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LG생활건강의 이익 개선은 매출이 정체된 상태에서 비용을 덜어낸 결과에 가깝고,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자체가 두 자릿수로 늘면서 이익까지 따라온 것이다. 전자가 "다이어트로 만든 개선"이라면 후자는 "체급을 키우면서 만든 개선"이다.
그런데 이 비교를 한 겹 더 들추면 아모레퍼시픽도 완전히 무풍지대는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같은 2분기,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아모스프로페셔널 등 4개 계열 브랜드는 매출 13%, 영업이익 51%가 줄었다. 회사 측 설명은 "제품 자체의 성장세는 나쁘지 않지만 로드숍 축소 등 유통 채널 효율화 과정에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는 LG생활건강이 면세·따이공 채널을 스스로 줄이며 겪은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의 통증이다 — 유통 채널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함께 꺾이는 현상. 차이는 이 통증을 누가 짊어졌느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 충격을 상대적으로 작은 4개 계열 브랜드(그룹 전체 매출의 일부)에 국한시킨 반면, LG생활건강은 이 충격을 뷰티 부문 전체, 나아가 전사 실적으로 고스란히 흡수해야 했다.
답은 포트폴리오 구조에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면세 채널이 줄어드는 동안 그 공백을 설화수·라네즈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EMEA·일본 신시장 진출, 코스알엑스 인수를 통한 북미 성장, 이니스프리 등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메웠다. 어느 한 브랜드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에, 면세라는 채널 하나가 줄어도 전체 매출은 다른 축으로 버틸 수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사정이 달랐다. 더후 한 브랜드가 뷰티 매출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그 더후가 가장 많이 팔리던 채널이 바로 면세·따이공이었다. 면세 물량을 스스로 줄이자 더후 매출이 함께 꺾였고, 더후 매출이 꺾이자 뷰티 부문 전체가, 뷰티 부문이 꺾이자 전사 실적이 함께 흔들리는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다른 브랜드(더페이스샵·빌리프·CNP·닥터그루트)가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 건 이번 1분기부터다 — 더후 비중이 34%까지 낮아졌다는 건, 이 채우기 작업이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RIT가 이 비교에서 눈여겨보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정리하면 두 회사의 차이는 "면세를 줄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면세가 빠진 자리를 이미 준비된 다른 성장 축으로 채울 수 있었느냐"에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 축을 이미 여러 개 갖고 있었고, LG생활건강은 그 축을 지금 새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2분기 실적은 이 해석에 한 겹의 증거를 더한다. 북미 매출이 처음으로 중국을 추월했다는 사실은, 더후가 빠진 자리를 대신 채우는 축이 이제 특정 시장에서 가시적인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다만 북미 매출(2,058억 원)은 아직 전사 매출의 12%대에 불과해, 대체 축이 완성됐다기보다는 이제 막 궤도에 오르는 단계로 보는 게 정확하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미국 시장 전문가로 알려진 이선주 신임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북미 사업에서는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가 3월 세포라 온라인에 입점했고 8월에는 세포라 오프라인 전 매장 입점이 예정돼 있으며, CNP·빌리프는 얼타 뷰티 입점 확대를 추진 중이다. 홈뷰티 디바이스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는 아마존 안티에이징 디바이스 부문 1위에 오르며 새로운 성장축 후보로 떠올랐다.
2분기 확정 실적은 이 전략이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북미 매출의 중국 추월은 상징적인 이정표이고, 뷰티 부문 흑자 전환도 면세·중국이 아니라 북미·국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축에서 나왔다. 다만 절대 규모는 아직 작다 — 북미 매출 2,058억 원은 전사 매출의 12.4%에 불과해, 중국·면세가 정점이던 시절의 공백을 메우기엔 갈 길이 멀다. 상반기 누적 매출이 여전히 전년 대비 2.1% 줄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이익은 개선됐지만 외형 성장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단계다.
앞서 증권가는 연간 기준으로 매출 6조3,727억 원(+0.3%), 영업이익 3,243억 원(+90.0%)을 전망한 바 있다. 상반기 실적(매출 3조2,340억 원, 영업이익 2,106억 원)을 이 전망치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연간 목표의 약 65%를 이미 상반기에 채운 반면 매출은 절반(51%)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반기에는 매출 반등 없이 비용 관리만으로도 이익 목표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지만, 매출 자체가 정체된 상태에서의 이익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진짜 회복은 매출 자체가 다시 늘기 시작하는 시점, 그리고 더후를 대신할 브랜드들이 지금의 성장세를 몇 분기 더 이어가는 시점에 비로소 확인될 것이다.
이 비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두 회사의 실적 차이가 '결정을 잘했는가 잘못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을 내릴 준비가 얼마나 돼 있었는가'의 문제였다는 점이다. 면세 채널을 줄여 브랜드 가치를 지키겠다는 판단 자체는 두 회사 모두 합리적이었다. 문제는 LG생활건강이 이 결정을 내릴 때 더후를 대신할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아직 충분히 여물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 대체 축을 먼저 만들고 기존 채널을 줄였어야 할 것을, 채널부터 줄이고 대체 축을 나중에 만들기 시작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는 입장에서 보면 교훈은 명확하다. 특정 유통 채널에 편중된 매출 구조는 그 채널을 스스로 축소해야 하는 순간(가격 통제, 브랜드 가치 보호 등) 회사 전체를 흔드는 리스크가 되고, 채널 다각화는 성장기가 아니라 오히려 이런 축소 국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이선주 신임 대표 영입과 북미 세포라·얼타 입점 확대는 이 순서를 뒤늦게라도 바로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더후 비중이 34%까지 낮아졌다는 건 아직 절반의 여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채널 전략을 맡고 있다면 이 대목에서 배울 게 있다 — 면세·따이공 채널 축소를 결정할 때는 그 물량이 빠진 자리를 채울 대체 채널·브랜드가 이미 준비돼 있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축소를 결정한 뒤에야 대체 축을 찾기 시작하면, 그 사이의 실적 공백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RIT의 판단으로는 다음 한두 분기 동안 북미·일본에서 새 브랜드들이 실제로 더후의 빈자리를 얼마나 채우는지가 이 회사의 진짜 반등 여부를 가르는 지표라고 본다. 흑자 전환이라는 숫자보다, 어떤 브랜드가 그 흑자를 만들어냈는지를 다음 분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게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1분기 면세 매출 반등의 상당 부분이 개별 여행객(FIT)의 자연스러운 수요 회복이 아니라, 그동안 줄여왔던 따이공(보따리상) 대상 대량 도매 물량을 다시 풀기 시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같은 분기 실적 설명에서 "예상보다 양호한 따이공 수요"가 흑자 전환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 점은 이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 읽기가 맞다면, 본문에서 짚은 천기단 3세대만 선별적으로 막고 나머지 라인은 면세 채널에서 잘 팔렸다는 설명도 다르게 보인다 — 최종 소비자 수요가 살아난 게 아니라 도매 채널의 수도꼭지를 다시 튼 결과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가치 보호를 위해 면세 물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회사의 설명과, 실적이 아쉬울 때마다 같은 채널의 수도꼭지를 다시 여는 행태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다음 분기 면세 매출이 다시 꺾이는지, 아니면 도매 재개 없이도 유지되는지를 보면 이번 반등이 진짜 회복이었는지 물량 돌려막기였는지 가려질 것이다. 이 대목에서 IR·공시를 맡은 사람이라면 곱씹어볼 부분이 있다 — 면세 채널처럼 별도 세그먼트로 공시되지 않는 항목은 분기마다 "조정 중"이라는 정성적 표현과 정량적 수치가 번갈아 나오면서 외부에서 추세를 잘못 해석하기 쉽다. 최소한 전분기 대비 방향성 정도는 일관되게 공개해야 투자자·애널리스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2분기가 그 답의 일부를 보여줬다. 면세 매출은 구체적 수치 없이 "조정 지속"이라는 말로만 언급됐고, 1분기 같은 급반등은 재현되지 않았다. 물량 돌려막기였을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결과다. 다만 회사가 면세 수치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이건 여전히 정황 증거일 뿐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신호는 따로 있다 — 북미가 중국을 처음 추월했다는 사실이다. 몇 분기 전만 해도 "중국·면세 의존을 벗어나야 한다"는 당위에 불과했던 이야기가, 이제는 실제 매출 순위로 증명되기 시작했다. 다음 분기에 확인해야 할 건 더후의 반등 여부가 아니라, 북미 성장이 세포라 신규 입점 초기효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인지 지속 가능한 궤도인지다. 투자·애널리스트 담당이라면 "매출 감소"라는 헤드라인만 보고 두 회사를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 LG생활건강의 매출 감소는 상당 부분 의도된 채널 조정의 결과인 만큼, 감소율 자체보다 대체 성장축(북미 신규 채널 입점 등)의 진척 속도를 함께 봐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확정치를 보고, 내 생각은 조금 더 또렷해졌다. 이니스프리·에뛰드 4개사가 겪은 매출 13%·영업이익 51% 감소는, 규모만 다를 뿐 LG생활건강 뷰티 부문이 겪은 것과 같은 이야기다. 즉 "유통 채널을 재편하면 단기적으로 아프다"는 명제 자체는 두 그룹 모두에게 똑같이 참이었다. 그렇다면 두 회사의 실적이 이렇게 다르게 읽히는 주요 배경는 전략의 우열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분산 설계'에 있었다는 뜻이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애초에 통증이 발생할 자리를 그룹 매출의 일부에 불과한 계열 브랜드로 격리해뒀고, LG생활건강은 그 자리가 곧 회사의 주력 브랜드 자체였다. 그룹·계열사 구조를 설계하는 입장이라면 이 대비가 주는 시사점이 분명하다 — 유통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사업일수록, 그 충격이 전체 매출의 몇 %에 해당하는 단위에서 발생하는지를 미리 설계해둬야 한다. 그리고 "경쟁사가 성공한 전략을 따라 한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가격 정상화 전략을 벤치마킹했지만 포트폴리오 구조가 달라 훨씬 큰 진통을 겪었다. 벤치마킹에 나서기 전에 자사의 브랜드 집중도부터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에 어느 회사가 채널을 재편하겠다고 발표하면, "면세를 줄인다/올린다" 같은 방향성보다 "그 결정이 회사 전체 매출의 몇 %에 해당하는 브랜드에서 일어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게 이번 비교가 남긴 가장 실용적인 교훈이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는 해외 매출이 늘어도 해외 영업이익은 18% 줄고, 이익은 국내(+65%)에서 나오는 구도였다. 그런데 2분기 확정 실적에서는 정반대 그림이 나왔다 — 해외 영업이익이 99% 급증하며 국내(+48%)보다 더 가파르게 늘었다. 1분기의 해외 부진이 일회성 비용 때문이었다는 가설이 한 분기 만에 숫자로 확인된 사례다.

파마리서치가 2026년 1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치를 새로 썼다. 그런데 정작 핵심 사업인 스킨부스터(리쥬란) 의료기기 부문은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그 공백을 메운 건 51% 성장한 리쥬란 코스메틱이었다. 면세점·외국인 쇼핑이 화장품 부문을 밀어 올리는 동안, 같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피부과 소비는 오히려 급감했다는 대비를 짚는다.

에스티로더가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 36.3억달러(+5%)·조정 EPS 0.39달러로 4개 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연간 조정 EPS는 전년 대비 66% 급증한 2.51달러다. 흥미로운 건 타이밍이다 — 로레알이 같은 분기 하이난을 "아직 회복 전"이라 밝힌 바로 그 시점에, 에스티로더의 하이난은 이미 두 자릿수 성장으로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