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처방, 다른 결과 —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면세를 다루는 방식
Overview
LG생활건강은 브랜드 가치 보호를 이유로 면세 채널 매출을 3년 만에 3분의 1 이하로 줄였다.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시기 면세 비중을 낮췄지만 전사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같은 처방(면세 축소)이 왜 한쪽에서는 2분기 연속 적자로, 다른 쪽에서는 성장으로 이어졌는지 — 더후 의존도와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차이에서 답을 찾는다.
LG생활건강이 4월 30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적은 언뜻 반등처럼 보인다. 영업이익이 전 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그런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1%, 영업이익은 24.3% 줄었다. 흑자 전환은 맞지만 회복이라고 부르기엔 이르다. 이 실적의 배경에는 회사가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 있다 — 브랜드 가치를 지키겠다며 면세 채널 매출을 몇 년에 걸쳐 의도적으로 줄여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아모레퍼시픽 역시 비슷한 시기에 면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한쪽은 이 결정 이후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겪었고, 다른 쪽은 전사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같은 처방이 왜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졌는지가 이번 실적의 진짜 관전 포인트다.
무슨 일이 있었나 — 2026년 1분기 확정 실적
LG생활건강의 2026년 1분기(1월–3월) 사업부문별 실적은 다음과 같다.
| 구분 | 매출 | 매출 증감(YoY) | 영업이익 | 영업이익 증감(YoY) |
|---|---|---|---|---|
| 전사 | 1조5,766억원 | -7.1% | 1,078억원 | -24.3% |
| 뷰티 | 7,711억원 | -12.3% | 386억원 | -43.2% |
| HDB(홈케어·데일리뷰티) | 3,979억원 | -0.9% | 254억원 | -7.4% |
| 리프레시먼트(음료) | 4,076억원 | -2.2% | 438억원 | -6.8% |
영업이익률은 6.8%로, 영업손실을 냈던 전 분기(-4.9%)보다는 뚜렷이 개선됐다. 해외 지역별로는 북미가 35% 늘며 가장 눈에 띄었고, 중국(-14.4%)과 일본(-13.0%)은 역신장했다. 전체 해외 매출은 0.9% 증가에 그쳤다.
5개년 흐름으로 보면 — 2021년 정점 이후 이어진 긴 하락
1분기 흑자 전환을 제대로 읽으려면 최근 한두 분기가 아니라 5개년 흐름부터 봐야 한다. LG생활건강 전사 실적은 이렇게 움직여왔다.
| 연도 | 매출 | 전년 대비 | 영업이익 | 전년 대비 | 영업이익률 | 당기순이익 |
|---|---|---|---|---|---|---|
| 2021년 | 8조915억원 | +3.1% | 1조2,896억원 | +5.6% | 15.9% | 8,611억원 |
| 2022년 | 7조1,858억원 | -11.2% | 7,111억원 | -44.9% | 9.9% | 2,583억원 |
| 2023년 | 6조8,048억원 | -5.3% | 4,870억원 | -31.5% | 7.2% | 1,635억원 |
| 2024년 | 6조8,119억원 | +0.1% | 4,590억원 | -5.7% | 6.7% | 2,039억원 |
| 2025년 | 6조3,555억원 | -6.7% | 1,707억원 | -62.8% | 2.7% | -858억원 |
| 2026년 1분기 | 1조5,766억원 | -7.1% | 1,078억원 | -24.3% | 6.8% | 887억원 |
2021년이 사실상 정점이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였고 영업이익률은 15.9%에 달했다. 그런데 4년 뒤인 2025년에는 매출이 21.5% 줄고 영업이익은 86.8% 증발했으며, 순이익은 -858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냈다. 이 하락을 통째로 설명하는 건 뷰티(화장품) 사업부다.
| 연도 | 뷰티 매출 | 뷰티 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 주요 변화 |
|---|---|---|---|---|
| 2021년 | 4조4,414억원 | 8,761억원 | 19.7% | 더후 중심 럭셔리·중국·면세 채널 호조 |
| 2022년 | 3조2,118억원 | 3,090억원 | 9.6% | 중국 코로나 재확산으로 면세·중국 부진 본격화 |
| 2023년 | 2조8,157억원 | 1,465억원 | 5.2% | 면세·중국 매출 두 자릿수 감소 지속 |
| 2024년 | 2조8,506억원 | 1,582억원 | 5.5% | 중국 현지·북미·일본, 국내 온라인·H&B 회복 |
| 2025년 | 2조3,500억원 | -976억원 | -4.2% | 면세 물량 조정·유통 재정비·희망퇴직 비용 반영 |
| 2026년 1분기 | 7,711억원 | 386억원 | 5.0% | 면세 조절 지속에도 전분기 대비 개선 |
2021년 8,761억원이던 뷰티 영업이익이 2025년에는 -976억원으로 뒤집혔다. 전사 실적 악화의 대부분이 이 한 사업부, 그중에서도 중국·면세 채널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다만 2026년 1분기 뷰티 매출에는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회사가 2025년 12월 조직을 럭셔리뷰티·더마&컨템포러리뷰티·크로스카테고리뷰티·네오뷰티·HDB 5개로 재편하면서, 기존 HDB 소속이던 닥터그루트·유시몰 등 브랜드를 새로 만든 '네오뷰티' 산하로 옮겨 뷰티 부문에 포함시켰다. 즉 2026년 1분기 뷰티 매출 7,711억원을 과거 뷰티 실적과 곧바로 비교하면 재분류 효과가 섞여 실제 추세를 다소 왜곡할 수 있다. 회사가 발표한 -12.3%(매출)·-43.2%(영업이익)라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도 이 재분류 영향을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면세 채널 하이라이트 — 공식 공시되지 않는 숫자를 추적하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LG생활건강은 뷰티·HDB·리프레시먼트 등 사업부문별 매출·영업이익만 공시할 뿐, 면세 채널을 별도 사업부문으로 분리해 공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래 수치들은 회사의 공식 세그먼트 공시가 아니라, 회사 발표 코멘트와 증권사·매체의 분석을 종합한 것이다. "면세 영업이익 몇 억원"이라는 확정 숫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뷰티 부문 손익 안에는 면세뿐 아니라 국내 백화점·온라인·H&B, 중국 법인, 북미·일본 사업까지 함께 섞여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아래 표를 읽어야 한다.
| 시점 | 면세 채널 매출(추정 포함) | 비고 |
|---|---|---|
| 2018년(정점) | 약 1조원 | |
| 2023년 | 약 7,300억원 | |
| 2024년 | 약 5,960억원 | |
| 2025년 상반기 | 2,494억원 | 전년 동기 대비 -28.8% |
| 2025년 3분기(뷰티부문) | 380억원 | 전년 동기 1,690억원 대비 -77.5%, 비중 26%→8% |
| 2025년 4분기(뷰티부문, 역산 추정) | 약 430억원 | 공식 미공시. 1분기 발표 시 밝힌 전분기 대비 증감률을 역산 |
| 2026년 1분기(뷰티부문) | 800억원 중반(매체별로 848억원, 90.6%–97% 등으로 다르게 인용) | 전년 동기 대비 -37%, 전분기 대비 90%대 급반등, 채널 마진율 두 자릿수로 회복(증권사 추정) |
2018년 1조원에 육박하던 면세 매출은 2025년 3분기 380억원까지 줄어든 뒤, 4분기에도 약 430억원(역산 추정) 안팎의 바닥권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바닥에서 2026년 1분기 800억원 중반대로 반등한 것이다. 이 반등의 크기를 가늠할 만한 대목이 하나 있다 — 같은 분기 한국 면세산업 전체 매출은 전분기 대비 2.4% 줄었는데, LG생활건강의 면세 매출만 90%대로 급증했다. 심지어 시장은 이번 분기 LG생활건강의 면세 매출이 오히려 10.0%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업계 평균과 정반대로 움직인 데다 시장 전망 자체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 반등이 최종 수요 회복인지 아니면 공급 시점·재고 소진 같은 일회성 요인인지는 다음 한두 분기를 더 지켜봐야 한다.
증권사 추정으로는 이 반등이 뷰티 부문 매출의 약 11%, 전사 매출의 약 5%에 해당한다. 마진율이 두 자릿수까지 회복됐다는 분석을 단순 대입하면 면세 채널의 영업이익 기여분은 대략 80억원대 이상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회사가 공식 확인한 숫자가 아니라 외부의 참고용 추산에 불과하다는 점은 분명히 해둬야 한다.
축소 자체는 선택적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더후의 최상위 라인인 천기단 3세대는 공식 채널의 가격 정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면세 공급이 제한돼 있는 반면, 공진향·수연 등 다른 더후 라인은 면세 채널에서 양호한 수요를 보이며 이번 반등에 기여했다. 즉 "면세를 통째로 줄였다"기보다 "가장 상징적인 최상위 제품 라인만 선별적으로 틀어막았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회사가 애초에 면세 물량을 줄인 이유는 명확했다. "면세 제품으로 물량이 풀려 현지 시장에서의 가격 통제가 어려워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 즉 면세 채널로 흘러간 물량이 따이공(보따리상)을 거쳐 중국 현지 시장에 헐값으로 재유통되면서, 정작 브랜드의 정상 가격 체계를 갉아먹는 부작용을 겪었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이 전략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가격 정상화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의도된 축소"라는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따이공 거래 급감, 중국 관광객의 단체관광(요우커)에서 개별여행(싼커)으로의 전환, 외국인 관광객의 올리브영·다이소 같은 멀티브랜드숍 선호, 고환율로 인한 면세 가격 경쟁력 약화 등 외부 요인이 겹친 결과를 회사가 사후적으로 "전략적 선택"이라는 프레임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직도 면세 물량 조절이냐"는 일부 매체의 지적은, 회사의 대응이 능동적 전략치고는 너무 늦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시기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 더후의 뷰티 부문 내 매출 비중도 함께 줄었다. 2025년 1분기 51%에서 4분기 48%로, 2026년 1분기에는 34%까지 낮아졌다. 면세 채널 축소와 더후 비중 하락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건, 더후가 그동안 면세·따이공 채널에 유난히 크게 의존해온 브랜드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핵심 인사이트 ① — 같은 처방을 아모레퍼시픽도 썼다, 그런데 결과가 갈렸다
같은 시기 아모레퍼시픽도 면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2025년 3분기를 기준으로 두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 구분 | 아모레퍼시픽 | LG생활건강 |
|---|---|---|
| 면세 채널 비중(2025년 3분기) | 23% 유지 | 8%로 급감(전년 26%) |
| 같은 시기 매출 증감 | +10%(전사) | -26.4%(뷰티부문) |
| 핵심 브랜드 의존도 | 다각화(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코스알엑스 등) | 더후 집중(2025년 상당 기간 50% 안팎) |
| 2025년–2026년 손익 흐름 | 분기별 꾸준한 개선 | 2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2025년 2·3분기) 이후 2026년 1분기 흑자 전환 |
두 회사 모두 "면세 채널을 줄인다"는 같은 결정을 내렸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면세 비중을 23% 선에서 관리하며 매출 성장을 유지한 반면 LG생활건강은 비중이 8%까지 떨어지는 동안 매출이 4분의 1 넘게 줄었다. 같은 방향의 결정이 왜 이렇게 다른 크기의 충격으로 나타났을까.
핵심 인사이트 ② — 차이는 결정 자체가 아니라 '무엇으로 그 자리를 채웠는가'다
답은 포트폴리오 구조에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면세 채널이 줄어드는 동안 그 공백을 설화수·라네즈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EMEA·일본 신시장 진출, 코스알엑스 인수를 통한 북미 성장, 이니스프리 등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메웠다. 어느 한 브랜드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에, 면세라는 채널 하나가 줄어도 전체 매출은 다른 축으로 버틸 수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사정이 달랐다. 더후 한 브랜드가 뷰티 매출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그 더후가 가장 많이 팔리던 채널이 바로 면세·따이공이었다. 면세 물량을 스스로 줄이자 더후 매출이 함께 꺾였고, 더후 매출이 꺾이자 뷰티 부문 전체가, 뷰티 부문이 꺾이자 전사 실적이 함께 흔들리는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다른 브랜드(더페이스샵·빌리프·CNP·닥터그루트)가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 건 이번 1분기부터다 — 더후 비중이 34%까지 낮아졌다는 건, 이 채우기 작업이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정리하면 두 회사의 차이는 "면세를 줄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면세가 빠진 자리를 이미 준비된 다른 성장 축으로 채울 수 있었느냐"에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 축을 이미 여러 개 갖고 있었고, LG생활건강은 그 축을 지금 새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비즈니스 임팩트 — 신임 대표 체제와 2분기 전망
LG생활건강은 최근 미국 시장 전문가로 알려진 이선주 신임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북미 사업에서는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가 3월 세포라 온라인에 입점했고 8월에는 세포라 오프라인 전 매장 입점이 예정돼 있으며, CNP·빌리프는 얼타 뷰티 입점 확대를 추진 중이다. 홈뷰티 디바이스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는 아마존 안티에이징 디바이스 부문 1위에 오르며 새로운 성장축 후보로 떠올랐다.
2026년 2분기 실적은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증권가는 연간 기준으로 매출 6조3,727억원(+0.3%), 영업이익 3,243억원(+90.0%) 증가를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확정치가 아니라 전망치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영업이익 +90% 추정은 2025년 하반기 2개 분기 연속 적자라는 낮은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숫자여서, 실제 발표 시에는 절대적인 이익 규모와 전년 동기 대비 개선폭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무 시사점
-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 담당: 특정 유통 채널에 편중된 매출 구조는 그 채널을 스스로 축소해야 하는 순간(가격 통제, 브랜드 가치 보호 등) 회사 전체를 흔드는 리스크가 된다. 채널 다각화는 성장기가 아니라 축소 국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걸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
- 채널 전략 담당: 면세·따이공 채널 축소를 결정할 때는 그 물량이 빠진 자리를 채울 대체 채널·브랜드가 이미 준비돼 있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축소를 결정한 뒤에야 대체 축을 찾기 시작하면 그 사이의 실적 공백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 투자·애널리스트 담당: "매출 감소"라는 헤드라인만 보고 두 회사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 LG생활건강의 매출 감소는 상당 부분 의도된 채널 조정의 결과이므로, 감소율 자체보다 대체 성장축(북미 신규 채널 입점 등)의 진척 속도를 함께 봐야 한다
- 경쟁사 벤치마킹 담당: "경쟁사가 성공한 전략을 따라 한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가격 정상화 전략을 벤치마킹했지만, 포트폴리오 구조가 달라 훨씬 큰 진통을 겪었다. 벤치마킹 전에 자사의 브랜드 집중도부터 먼저 점검해야 한다
결론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시기에 같은 처방을 썼다 — 면세 채널을 줄여 브랜드 가치를 지키겠다는 결정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여러 성장축을 갖추고 있었기에 충격을 분산시켰고, LG생활건강은 더후라는 단일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서 그 충격을 고스란히 두 분기 연속 적자로 흡수해야 했다. 1분기 흑자 전환은 반가운 신호지만, 진짜 회복은 더후를 대신할 브랜드들이 궤도에 오르는 시점에 확인될 것이다.
이 비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두 회사의 실적 차이가 '결정을 잘했는가 잘못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을 내릴 준비가 얼마나 돼 있었는가'의 문제였다는 점이다. 면세 채널을 줄여 브랜드 가치를 지키겠다는 판단 자체는 두 회사 모두 합리적이었다. 문제는 LG생활건강이 이 결정을 내릴 때 더후를 대신할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아직 충분히 여물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 대체 축을 먼저 만들고 기존 채널을 줄였어야 할 것을, 채널부터 줄이고 대체 축을 나중에 만들기 시작했다.
이선주 신임 대표 영입과 북미 세포라·얼타 입점 확대는 이 순서를 뒤늦게라도 바로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더후 비중이 34%까지 낮아졌다는 건 아직 절반의 여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한두 분기 동안 북미·일본에서 새 브랜드들이 실제로 더후의 빈자리를 얼마나 채우는지가 이 회사의 진짜 반등 여부를 가르는 지표라고 본다. 흑자 전환이라는 숫자보다, 어떤 브랜드가 그 흑자를 만들어냈는지를 다음 분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게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1분기 면세 매출 반등의 상당 부분이 개별 여행객(FIT)의 자연스러운 수요 회복이 아니라, 그동안 줄여왔던 따이공(보따리상) 대상 대량 도매 물량을 다시 풀기 시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같은 분기 실적 설명에서 "예상보다 양호한 따이공 수요"가 흑자 전환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 점은 이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 읽기가 맞다면, 본문에서 짚은 천기단 3세대만 선별적으로 막고 나머지 라인은 면세 채널에서 잘 팔렸다는 설명도 다르게 보인다 — 최종 소비자 수요가 살아난 게 아니라 도매 채널의 수도꼭지를 다시 튼 결과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가치 보호를 위해 면세 물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회사의 설명과, 실적이 아쉬울 때마다 같은 채널의 수도꼭지를 다시 여는 행태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다음 분기 면세 매출이 다시 꺾이는지, 아니면 도매 재개 없이도 유지되는지를 보면 이번 반등이 진짜 회복이었는지 물량 돌려막기였는지 가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