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레알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럭스 부문 성장과 수익성은 둔화했다
로레알 그룹이 2026년 상반기 매출 237억7,000만유로, 영업이익률 21.3%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런데 면세·트래블리테일 브랜드 대부분이 속한 로레알 럭스 부문만 4개 사업부 중 성장률이 가장 낮고, 마진마저 소폭 후퇴했다. 하이난 면세시장이 상반기에만 30% 쪼그라든 여파가 아직 다 가시지 않았다.
Overview
에스티로더가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 36.3억달러(+5%)·조정 EPS 0.39달러로 4개 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연간 조정 EPS는 전년 대비 66% 급증한 2.51달러다. 흥미로운 건 타이밍이다 — 로레알이 같은 분기 하이난을 "아직 회복 전"이라 밝힌 바로 그 시점에, 에스티로더의 하이난은 이미 두 자릿수 성장으로 반등했다.
8월 19일 에스티로더 컴퍼니스(Estée Lauder Companies)가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시장 예상(35.4억달러)을 넘어선 36.3억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예상(0.32달러)을 0.07달러 웃돈 0.39달러 — 4개 분기 연속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다. 주가는 발표 당일 16% 급등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불과 보름여 전 로레알은 같은 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며 자사 럭스 부문의 핵심 채널인 중국 트래블리테일이 "아직 회복 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시장, 같은 분기, 그런데 두 회사의 이야기는 정반대다.
에스티로더의 2026 회계연도 성적표를 먼저 보자.
| 항목 | 4분기('26.4~6월) | 연간(FY2026) |
|---|---|---|
| 순매출 | 36.3억달러 | 150억달러(+5%) |
| 유기 순매출 증가율 | +5% | +3% |
| 조정 EPS | 0.39달러(예상 대비 +0.07) | 2.51달러(전년 1.51달러 대비 +66%) |
| 매출총이익률 | — | +150bp |
| 영업이익률(조정) | — | +320bp |
1년 전만 해도 에스티로더는 다른 회사였다. 2025 회계연도에는 톰포드·투페이스드 관련 자산상각 2억9,500만달러, 4분기에만 닥터자르트(Dr.Jart+) 관련 3억7,500만달러 등 총 12억9,000만달러 규모의 영업권·무형자산 손상차손을 반영하며 영업이익률이 전년 6.2%에서 -5.5%로 크게 낮아졌다. 이번 발표의 조정 EPS 66% 증가는 이런 일회성 손상차손을 제외한 수치인 만큼, 순수하게 매출 성장과 비용 구조 개선이 만든 결과로 봐야 한다. 그 비용 구조 개선의 핵심은 2023년 11월 시작한 '이익 회복 및 성장 계획(PRGP)'이다 — 전체 인력의 약 17.5%에 해당하는 9,000~1만 명 감원을 포함해 누적 최대 17억5,000만달러 규모의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3억5,000만~5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계획으로, 이번 실적에서 그 효과가 마진 개선으로 처음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6년 초, 중국 베이징·상하이 공항 면세점의 운영사가 동시에 교체됐다 — 두 공항 모두 기존 선라이즈면세점(Sunrise Duty Free)에서 물러나고, 베이징은 CDFG·왕푸징이, 상하이는 CDFG·아볼타가 새로 들어섰다. 이 운영권 교체는 에스티로더와 로레알 모두에게 똑같이 타격을 줬다. 에스티로더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베이징·상하이 공항 면세사업자 교체에 따른 과도기적 압력으로 온라인 사업을 포함한 중국 본토 트래블리테일 나머지 지역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로레알도 8월 초 실적 발표에서 같은 사건을 거론하며 "1분기는 매우 부정적, 2분기는 소폭 부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트래블리테일의 또 다른 축인 하이난에서는 두 회사의 이야기가 완전히 갈렸다. 에스티로더는 이번 4분기 하이난 트래블리테일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 무디 데이빗 리포트는 이를 "환상적인(absolutely fantastic)" 성과로 평가했다. 반면 로레알은 상반기 내내 하이난 오프쇼어 면세시장 규모 자체가 -30% 쪼그라들었고, 자사는 시장 평균보다는 선방했을 뿐 매출 감소 자체는 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나라, 같은 채널, 같은 분기에 한쪽은 두 자릿수 성장을, 다른 쪽은 아직 감소를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두 회사가 정확히 같은 사건 앞에서 다른 결과를 낸 이유를 공시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단서는 있다. 에스티로더의 4분기 반등은 스킨케어 브랜드(라메르·디오디너리·에스티로더 본브랜드)가 이끌었고, 연간 기준 스킨케어 매출은 +4% 늘었다. 반면 로레알 럭스는 향수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입생로랑·아르마니 등)를 갖고 있다. 하이난 면세시장은 전통적으로 스킨케어·색조 구매 비중이 높은 채널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반등 격차는 운영 역량의 차이라기보다 두 회사가 하이난에 들고 들어간 카테고리 포트폴리오의 차이일 가능성이 있다 — 다만 이 부분은 양사가 하이난 매출을 카테고리별로 분리해 공시하지 않는 이상 확정하기 어렵고, 추정으로 남겨둔다.
중국 본토 전체로 보면 에스티로더 순매출은 30억달러로 보고 기준 +12% 증가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유기 순매출도 중단위(mid-single-digit)로 늘었다. 회사는 향·스킨케어·메이크업 전 카테고리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렸다고 밝혔다. 하이난만의 반등이 아니라 중국 본토 소비 전반이 함께 개선됐다는 뜻이다.
이번 반등이 공짜는 아니었다. PRGP는 전체 인력의 약 17.5%를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고, 2026년 6월에는 여기에 더해 2027 회계연도까지 이어지는 약 17억5,000만달러 규모의 다년간 이익 회복·성장 계획도 추가로 발표됐다. 마진 개선의 상당 부분이 매출 확대가 아니라 비용 축소에서 나왔다는 뜻이고, 이런 방식의 개선은 감원이 끝나는 시점 이후에도 같은 속도로 이어질지가 불확실하다. 회사가 제시한 2027 회계연도 가이던스(조정 EPS 3.10~3.35달러, 매출 성장률 3~5%)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시장 예상치(3.18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제시됐지만, 성장률 자체는 이번 4분기(+5%)보다 낮은 하단을 포함하고 있어 낙관 일변도는 아니다.
트래블리테일 쪽 리스크도 남아 있다. 베이징·상하이의 "과도기적 압력"이 회사 스스로도 인정한 표현대로 일시적이라면 다음 분기부터는 걷힐 가능성이 크지만, 로레알의 사례에서 보듯 같은 사건도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다를 수 있다. 에스티로더가 이번에 하이난에서 앞서갔다고 해서 중국 트래블리테일 전체가 안정 궤도에 올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현업에서 보면 이런 흐름은 섣불리 넘겨짚기보다 다음 분기, 특히 로레알의 실적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편이 안전하다.
같은 사건(베이징·상하이 운영권 교체)을 놓고 두 회사가 정반대의 하이난 성적표를 냈다는 게 가장 눈에 띈다 — "트래블리테일이 회복되고 있다"는 식으로 업계 전체를 뭉뚱그리는 헤드라인은 브랜드마다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가리기 쉽고, 면세·트래블리테일 쪽에서는 이런 충격 앞에서 입점 브랜드별로 매출 추이를 따로 떼어 추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걸 이 비교가 보여준다. 에스티로더의 반등을 이끈 게 라메르·디오디너리 같은 스킨케어 브랜드였다는 것도 흘려볼 대목이 아니다 — 하이난처럼 스킨케어·색조 비중이 높은 채널에서는 향수 중심 포트폴리오보다 스킨케어 라인업이 두꺼운 쪽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다만 조정 EPS 66% 증가라는 숫자가 화려해도 그 상당 부분은 전체 인력 17.5% 감원에서 나왔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 매출이 늘어서 이익이 는 것과 사람을 줄여서 이익이 는 것은 회계상 같은 숫자지만 지속가능성은 전혀 다르고, 감원 효과가 기저에 온전히 반영되고 나면 그 이후 마진 개선은 순수하게 매출 성장에 기대야 한다. 국내 브랜드 닥터자르트가 작년 저조한 실적으로 3억7,500만달러 손상차손을 겪었다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 모회사의 좋은 실적 뒤에서 인수된 한국 브랜드 하나는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이런 개별 브랜드 단위 공시를 챙겨봐야 보인다. 로레알의 다음 분기 하이난 매출이 뒤따라 반등하는지가 이번 격차가 타이밍 차이였는지 구조적 차이였는지를 가를 시험대다.

로레알 그룹이 2026년 상반기 매출 237억7,000만유로, 영업이익률 21.3%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런데 면세·트래블리테일 브랜드 대부분이 속한 로레알 럭스 부문만 4개 사업부 중 성장률이 가장 낮고, 마진마저 소폭 후퇴했다. 하이난 면세시장이 상반기에만 30% 쪼그라든 여파가 아직 다 가시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는 해외 매출이 늘어도 해외 영업이익은 18% 줄고, 이익은 국내(+65%)에서 나오는 구도였다. 그런데 2분기 확정 실적에서는 정반대 그림이 나왔다 — 해외 영업이익이 99% 급증하며 국내(+48%)보다 더 가파르게 늘었다. 1분기의 해외 부진이 일회성 비용 때문이었다는 가설이 한 분기 만에 숫자로 확인된 사례다.

파마리서치가 2026년 1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치를 새로 썼다. 그런데 정작 핵심 사업인 스킨부스터(리쥬란) 의료기기 부문은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그 공백을 메운 건 51% 성장한 리쥬란 코스메틱이었다. 면세점·외국인 쇼핑이 화장품 부문을 밀어 올리는 동안, 같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피부과 소비는 오히려 급감했다는 대비를 짚는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모두 2분기 실적이 확정됐다. LG생활건강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7.5% 늘었지만 성장의 출처는 면세도 더후도 아닌 북미였다. 아모레퍼시픽 본체는 영업이익 59% 급증으로 격차를 더 벌렸지만, 그 안을 열어보면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4개 계열 브랜드는 채널 재편의 몸살을 앓고 있었다 — 같은 종류의 통증을, 한쪽은 계열사가 나눠 맞고 다른 쪽은 본체가 통째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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