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몰리는 K뷰티 현장 ②] 피부과엔 이미 정공법이 있다 — 면세점만 아직 안 썼다
Overview
외국인의 국내 의료 소비 중 피부과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명동은 상권 자체가 병·의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1편에서 다룬 약국과 달리, 피부과는 이미 MSO(경영지원회사)라는 검증된 자본 참여 모델이 있다. 그런데 정작 이 MSO의 핵심 기능과 가장 잘 맞는 사업자인 면세점은 아직 이 카드를 쓰지 않았다.
명동 대로변, 한때 화장품 로드숍이 줄지어 있던 자리에 지금은 '피부과', '성형외과' 간판이 늘어서 있다. 일본어·중국어 안내판을 붙인 병원 앞에 관광객들이 진료 예약 순서를 기다린다. 2023년 말 5%였던 명동 상권의 의료업종 비중은 2024년 말 20%로 4배 뛰었고, 피부·성형외과 클리닉 수는 99곳까지 늘었다. 올해 1분기 명동 지역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는데, 그중 63%가 피부과에서 나왔다. 1편에서 다룬 'K약국투어'가 약국을 관광 명소로 바꿔놓았다면, 피부과는 아예 상권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나 — 의료관광이 아니라 '피부과 관광'이다
숫자로 보면 이건 이미 의료관광이 아니라 사실상 피부과 관광이다. 올해 1~5월 외국인의 국내 의료 소비액은 9,4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85억원)보다 54.9% 늘었고, 지난해 외국인 의료 소비액 중 피부과가 차지한 비중은 전체의 54.51%에 달했다. 5월 한 달 의료관광 지출액 2,512억원 중 피부과 지출만 1,425억원이었다. 외국인 환자 수는 지난해 73.8% 급증해 198만 명을 기록했고, 4년 연속 70% 이상 성장하는 중이다. 1회 시술당 평균 진료비는 144만 6,515원으로 전년 대비 37.2% 늘었다 — 단가와 물량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배경은 명확하다. K팝·K드라마가 만든 '한국인 피부' 이미지가 실제 시술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 2022년부터 성형외과, 2023년부터 피부과 비중이 급격히 늘며 지금까지 1·2위를 지키고 있다. 홍대 상권의 클리닉들은 이미 중국어·일본어·영어·태국어 통역 인력을 상주시키고, 예약 시스템 자체를 다국어로 운영한다. 명동의 대형 빌딩들은 신축·리모델링 단계에서부터 메디컬 업종이 입점하기 좋은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 상권이 병·의원 유치에 맞춰 스스로 개조되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핵심 인사이트 ① — 이번에도 구조는 같다, 1인 1개소
1편에서 다룬 '1약사 1약국' 원칙과 똑같은 구조가 의료 쪽에도 있다. 의료법 제33조 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 약사법 개정안이 그대로 베낀 것 같은 문구다. 실제로는 반대다. 이 '1인 1개소' 원칙은 2000년대 유디치과 사태(다수의 치과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운영하며 과잉진료 논란이 불거진 사건)를 계기로 먼저 자리 잡았고, 약사법의 최근 개정은 오히려 이 의료법의 틀을 뒤늦게 따라간 쪽에 가깝다.
결과는 같다. 자본이 피부과를 체인처럼 여러 개 소유·운영할 수 없고, 반드시 전문의 한 명이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운영해야 한다. 명동·홍대의 피부과 99곳은 서로 다른 원장이 운영하는 완전히 별개의 사업장이다.
핵심 인사이트 ② — 다만 이 업계는 이미 정공법을 갖고 있다
여기서부터 1편과 갈라진다. 약국 쪽 MSO·네트워크 규제는 2026년 4월에야 강화되고 7월엔 후속 규제까지 예고된, 이제 막 단속선이 그어지는 영역이었다. 반면 의료 쪽 MSO는 이미 오래전부터 표준적인 자본 참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실질적 의료기관 지배 여부를 자금조달 주체, 손익 귀속 주체, 운영 권한 행사 주체, 책임 부담 주체라는 네 가지 기준으로 판단해왔고, 이 틀 안에서 "거래의 실질성"(서비스의 구체성, 수수료의 합리성, 계약 당사자의 독립성)을 지키는 MSO는 합법으로 인정돼왔다. 강남 피부과 클리닉 네트워크나 치과 전문병원 연합이 마케팅·급여·시설관리·공동구매를 MSO로 통합해 비용을 줄여온 사례가 이미 5년 넘게 쌓였고, 관련 활용 사례는 최근 5년간 약 180% 늘었다.
물론 선이 없는 건 아니다. 2025년 국정감사에서는 해외 자본이 의료법인을 인수해 사실상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가 지적됐고, 1인 1개소 원칙 위반은 지금도 꾸준히 적발돼 요양급여 환수 처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 이 글을 쓰는 지금, 관련 규제가 하나 더 움직이고 있다 — 올해 말부터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새로 개원하거나 이전하는 의원은 간판에 '피부과', '성형외과' 같은 진료과목을 표기할 수 없게 된다. 관광객이 SNS에서 저장해 온 리스트를 들고 '피부과'라는 간판만 보고 찾아가는 지금 이 시장에서, 신규 개원 클리닉은 그 신뢰 시그널 자체를 간판에 붙일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미 자리 잡은 전문의 브랜드의 지위는 더 단단해지고, 새로 진입하려는 자본은 반드시 전문의 개설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이 한층 분명해진다.
핵심 인사이트 ③ — 그런데 정작 이 카드를 안 쓴 사업자가 있다
MSO의 핵심 기능은 결국 마케팅이다. 외국인 환자를 발굴하고, CRM으로 재방문·소개를 관리하고, 시술 패키지를 큐레이션해서 객단가를 올리는 일이다. 실제로 메디라운드 같은 외국인 환자 유치 대행사가 이미 이 역할을 하고 있다 — 의료기관이 직접 해외 마케팅 인력을 채용하지 않아도 다국어 콜센터와 예약 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연결해준다.
그런데 이 기능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자가 아직 이 시장에 없다. 면세점이다. 면세점은 수십 년간 외국인 고객 데이터를 쌓아온 조직이고, 다국어 컨시어지 인력을 이미 운영하고 있으며, 뷰티·명품 카테고리 마케팅이 본업이다. 1편에서 다룬 것처럼 면세점 업계는 지금 부산점 폐점, 인천공항 사업권 반납 같은 위기 속에서 '체류 시간을 늘려야 산다'는 다각화 전략을 펴는 중이다. 피부과 MSO는 이 전략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다 — 시술 상담·애프터케어 라운지를 과세공간에 두면 체류 시간이 늘고, 그 체류 시간이 화장품·명품 매장 매출로 이어진다. 약국과 달리 피부과 쪽엔 온누리·메디팜 같은 전국 단위 기성 체인이 없기 때문에, 면세점이 굳이 남의 브랜드에 자리만 내주는 임대인에 머물 이유도 없다 — 직접 MSO를 만들어 참여할 유인이 훨씬 크다.
물리적 배치도 어렵지 않다. 명동의 대형 빌딩들이 이미 신축·리모델링 단계에서 메디컬 업종 유치에 맞춰 설계되고 있는 것처럼, 면세점도 보세판매장 특허 구역이 아닌 과세 임대 공간에 진료·상담 시설을 배치하면 된다. 다만 이 클리닉의 개설자는 반드시 전문의여야 하고, 면세점은 자금조달·손익귀속·운영권한·책임부담의 실질적 주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마케팅·CRM·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MSO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비즈니스 임팩트 — 미개척 기회의 값
이 기회가 아직 비어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면세점은 지금까지 '진료'라는 영역을 자기 사업과 무관하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피부과 매출의 절반 이상이 비급여 시술이고, 비급여 시술의 가격은 사실상 마케팅과 큐레이션이 결정한다 — 이건 면세점이 명품·화장품에서 이미 하는 일과 본질적으로 같다. 이 기회를 먼저 잡는 쪽은 제약사도, 기존 병원 MSO 업체도 아니라 외국인 고객 데이터와 다국어 인프라를 이미 갖춘 유통 자본일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 케이스 정리
- 수요 적합성 — 상: 면세점에 몰리는 외국인 관광객과 피부과를 찾는 의료관광객은 상당 부분 겹치는 고객군이다
- 타이밍 — 상: 명동 상권이 이미 병·의원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고, 면세점의 '체류 시간 확보' 다각화 전략과 방향이 일치한다
- 법적 가능성 — 상: 의료 MSO는 판례가 오래 쌓여 "거래의 실질성"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다만 개설자는 반드시 전문의여야 하고, 올해 말 시행되는 간판 표기 규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경제성 — 상: 약국과 달리 온누리·메디팜 같은 기성 체인이 없어 면세점이 임대인에 머물 이유가 없다. 직접 MSO로 참여하면 마케팅·CRM 수수료와 체류 시간 증가에 따른 카테고리 매출 견인 효과를 동시에 취할 수 있다
- 결론: 1편의 약국과 정반대다 — 면세점은 임대인이 아니라 MSO 사업자로 직접 뛰어드는 편이 합리적이다. 관건은 개설자 전문의 요건과 사무장병원 판례 기준(자금조달·손익귀속·운영권한·책임부담)을 지키는 계약 설계다
실무 시사점
- 면세점 사업개발·신사업: 과세공간에 시술 상담·애프터케어 라운지를 두고, 인근 전문의 개설 피부과와 MSO 계약(마케팅·CRM·통역·예약 대행)을 맺는 모델을 검토할 것 — 약국과 달리 기성 프랜차이즈가 없는 영역이라 직접 참여의 이득이 크다
- 면세점 법무·컴플라이언스: MSO 계약은 반드시 개설자가 전문의여야 하고, 면세점이 자금조달·손익귀속·운영권한·책임부담의 실질적 주체가 되지 않도록 설계할 것 — 해외 자본의 의료법인 인수 사무장병원 사례가 이미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만큼, 계약서 검토를 가장 보수적으로 할 것
- 면세점 마케팅·CRM: 기존 외국인 고객 데이터와 다국어 컨시어지 조직을 피부과 MSO의 서비스 메뉴(시술 패키지 큐레이션, 재방문 관리)로 확장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조직 역량을 미리 정비할 것
- 피부과·의료기관: 올해 말 시행되는 간판 표기 규제에 맞춰 전문의 개설 여부를 명확히 하고, 신뢰 시그널을 간판 외의 채널(다국어 후기, 인증 마크)로 보완할 방안을 준비할 것
- 정책·법무 담당: 1인 1개소 원칙 위반 단속과 간판 표기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자본이 참여하는 MSO 계약이 여전히 합법 범위에 있는지 정기적으로 재점검할 것
결론
1편에서 짚었듯 약국은 이미 완성된 프랜차이즈 체인이 있어 면세점이 임대인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 피부과는 정반대다. 전국 단위 기성 체인이 없고, MSO라는 정공법이 이미 판례로 정리돼 있으며, 그 MSO의 핵심 기능(외국인 고객 마케팅·CRM)이 면세점의 기존 역량과 정확히 겹친다. 그런데도 아직 이 카드를 쓴 면세점은 없다. 명동 상권이 스스로 병·의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지금, 이 기회는 비어 있는 채로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1편에서 약국은 "이미 있는 체인에 자리를 내주면 된다"고 결론 냈는데, 피부과는 정반대로 써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 약국엔 온누리·메디팜 같은 완성된 전국 체인이 있지만, 피부과엔 그런 게 없다. 대신 MSO라는, 이미 판례로 선이 그어진 정공법이 있다. 이 판에서 면세점이 자리를 비워둘 이유가 없다.
특히 흥미로운 건 면세점이 이미 이 일을 잘한다는 점이다. 외국인 고객 데이터, 다국어 컨시어지, 뷰티 마케팅 조직 — 이게 다 피부과 MSO에 그대로 쓸 수 있는 자산이다. 약국 MSO를 새로 만들면 면세점이 낯선 업무(조제·복약지도 인접 영역)를 배워야 하지만, 피부과 MSO는 면세점이 이미 잘하는 일의 연장선이다.
다만 두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겠다. 하나는 개설자가 반드시 전문의여야 한다는 것 — 올해 말 시행되는 간판 표기 규제까지 감안하면, 면세점이 파트너로 고를 클리닉은 전문의 개설이 명확한 곳이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국정감사에서 이미 지적된 해외자본발 사무장병원 사례다. 면세점이 이 사례와 같은 선을 넘지 않으려면, 계약서에서 자금조달·손익귀속·운영권한·책임부담의 주체가 누구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기회는 분명히 비어 있지만, 그 기회를 잡는 방식은 결국 계약서의 디테일에서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