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는 흔들려도 이 사업부는 웃는다 — 아이웨어 4강 영업이익률 23%의 비밀
Overview
글로벌 아이웨어 4강 EssilorLuxottica·Kering Eyewear·Safilo·Marcolin의 최근 실적을 나란히 비교했다. 매출 규모는 EssilorLuxottica가 나머지 3개사를 합친 것의 9배에 달하지만,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률 1위는 구찌·생로랑을 보유한 케링 아이웨어(23.0%)였다.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유독 이 사업부만 사상 최고 실적을 낸 이유와, VSP Vision의 마르콜린 인수로 재편되는 업계 지형을 함께 짚는다.
케링(Kering) 그룹은 지금 구찌의 부진으로 몇 년째 고전 중이다. 그런데 이 그룹 안에 매 반기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는 사업부가 하나 있다 — 구찌·생로랑·카르티에·발렌시아가의 안경을 만드는 케링 아이웨어(Kering Eyewear)다. 2026년 상반기 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3.0%. 세계 최대 안경기업 EssilorLuxottica(18.9%)보다도 높다. 반대편에서는 안경업계 판이 완전히 새로 짜이고 있다 — 사모펀드 PAI Partners가 10년 넘게 들고 있던 이탈리아 안경 명가 마르콜린(Marcolin)이 2025년 12월, 미국 비전보험사 VSP Vision의 품으로 넘어갔다. 매출 규모로는 EssilorLuxottica 한 곳이 나머지 3개사를 다 합친 것보다 9배 크지만, 정작 이 시장에서 누가 진짜 잘하고 있는지는 매출표 한 장만 봐서는 보이지 않는다.
4강의 서로 다른 사업모델
글로벌 아이웨어 시장에서 이 4개사가 경쟁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 EssilorLuxottica | Kering Eyewear | Safilo | Marcolin | |
|---|---|---|---|---|
| 소유구조 | 상장(Euronext Paris·밀라노) | 케링 그룹 100% 자회사 | 상장(밀라노 증권거래소) | 2025.12 VSP Vision 인수 완료 |
| 사업모델 | 렌즈+프레임+리테일 완전 수직계열화 | 하우스 브랜드 중심 럭셔리 제조·유통 | 순수 디자인·제조·유통(B2B 도매) | 순수 라이선스 제조·유통(B2B 도매) |
| 자체 브랜드 | Ray-Ban, Oakley, Persol, Oliver Peoples, Vogue Eyewear | Lindberg, Maui Jim, Zeal Optics | Carrera, Polaroid, Smith, Privé Revaux | WEB Eyewear, ic! berlin |
| 주요 라이선스 | Armani, Chanel, Prada, Burberry, Versace, Michael Kors, Ralph Lauren | Gucci, Saint Laurent, Cartier, Bottega Veneta, Balenciaga, Valentino, Alexander McQueen | BOSS, Kate Spade, Levi's, Under Armour, Missoni, Carolina Herrera | Tom Ford, Zegna, Guess, Max Mara, Christian Louboutin |
| 리테일 매장 | LensCrafters·Sunglass Hut 등 17,750개 | 없음(도매) | 없음(도매) | 없음(도매) |
EssilorLuxottica만 유일하게 렌즈 제조부터 리테일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나머지 셋은 브랜드 하우스(케링) 또는 라이선스 계약(Safilo·Marcolin)을 통해 프레임을 만들어 백화점·안경체인·온라인에 도매로 공급하는 구조다. 이 차이가 뒤에서 볼 마진 격차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핵심 인사이트 ① — EssilorLuxottica, 안경 회사에서 AI 웨어러블 회사로
압도적 1위는 여전히 EssilorLuxottica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48억1,800만으로 전년 대비 9.7%(상수환율) 성장했고, 1분기(+10.8%)보다는 둔화됐지만 2분기(+8.7%)도 견조했다. 더 눈에 띄는 건 순이익이 매출보다 더 빨리 늘었다는 점이다 — 순이익 €19억2,100만(+13.3%), 조정영업이익은 +15%로 마진이 18.9%까지 확대됐다.
| 연도 | 매출 | 비고 |
|---|---|---|
| 2023 | €254억 | +7.1%(상수환율) |
| 2024 | €265억 | +6.0%(상수환율) |
| 2025 | €284.9억 | +11.2%(상수환율) |
| 2026 H1 | €148.18억 | +9.7%(상수환율) |
성장을 이끄는 건 이제 전통적인 패션 아이웨어가 아니다. 근시관리(Myopia Management) 렌즈 매출이 2분기에만 +24%, Ray-Ban·Oakley의 AI 스마트글라스 매출은 거의 2배로 뛰었다. 안경을 팔던 회사가 헬스케어 렌즈와 AI 웨어러블 기기 회사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뜻이다.
핵심 인사이트 ② — 구찌는 흔들려도, 케링의 안경 사업부는 사상 최고
가장 흥미로운 반전은 케링 아이웨어에서 나온다. 케링 그룹 전체는 지금 구찌 리브랜딩과 조직 재편의 한복판에 있어 2026년 상반기 패션·가죽제품(Fashion & Leathergoods) 부문 매출이 -1%(comparable)로 역성장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아이웨어 사업부만 매출 €9억6,500만(comparable +8%, 보고기준 +5%)에 영업이익률 23.0%(+2.9%p 개선)라는 사업부 역사상 최고 반기 실적을 냈다.
| 연도 | 매출 | 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
|---|---|---|---|
| 2023 | €15억 | €2.76억 | 약 18.4% |
| 2024 | €16억 | €2.77억 | 약 17.3% |
| 2025 | €16억 | €2.52억 | 15.8% |
| 2026 H1 | €9.65억 | €2.22억 | 23.0% |
주목할 대목은 2023~2025년 3년간 마진이 꾸준히 낮아지던 흐름(18.4%→17.3%→15.8%)이 2026년 상반기에 갑자기 반등했다는 점이다. 케링 측은 이를 린드버그(Lindberg) 40주년 기념 캡슐 컬렉션, 마우이짐(Maui Jim) 옵티컬 카테고리 재런칭, 그리고 신규 출시한 발렌티노 아이웨어(Valentino Eyewear)의 성과로 설명한다. CEO 루카 데 메오(Luca de Meo)는 "브랜드 차별화 강화와 조직 단순화"를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케링 그룹 안에서 아이웨어는 주얼리(+20% comparable)와 함께 유이하게 성장하는 사업부이자, 구찌 부진을 일부 상쇄하는 실질적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핵심 인사이트 ③ — Safilo, 매출은 줄었는데 마진은 방어했다
Safilo는 성격이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5억1,200만으로 상수환율 기준 -1.9%(현재환율 기준 -4.8%) 역성장했지만, 조정EBITDA는 €8,600만으로 마진이 11.6%에서 16.8%로 5.2%p나 뛰었고, 조정순이익은 €4,940만(+47%)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늘었다.
| 연도 | 매출 | 수익성 |
|---|---|---|
| 2023 | €10.2억 | 조정순이익 €0.14억(-76%) |
| 2024 | 약 €9.9억 | 순이익 큰 폭 개선(저점 반등) |
| 2025 | €9.83억 | 조정EBITDA €1.04억(마진10.6%, 10년래 최고), 순이익 €0.45억(+30.4%) |
| 2026 H1 | €5.12억 | 조정EBITDA €0.86억(마진16.8%), 조정순이익 €0.49억(+47%) |
다만 이 마진 개선분(+5.2%p) 중 3.8%p는 미국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요인이다. 이를 걷어내도 가격·믹스 개선(+2.3%p)에 따른 실질적 수익성 방어는 이뤄졌지만, 헤드라인 숫자만 보고 "Safilo가 완전히 턴어라운드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CEO는 미국·유럽 소비 둔화로 거래선들이 발주를 보수적으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는데, 그럼에도 데이비드 베컴, 캐러(Carrera), 케이트 스페이드, 마크 제이콥스 등 핵심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핵심 인사이트 ④ — Marcolin, 이제는 "회사 실적"이 아니라 "VSP의 일부"
네 번째 회사의 이야기는 실적이 아니라 소유구조 자체다. PAI Partners가 2022년부터 매각을 추진해온 마르콜린은 EssilorLuxottica, 케링 아이웨어, Safilo, FountainVest, HAL Investments까지 응찰했던 인수전 끝에, 결국 2025년 12월 미국 비전보험사 VSP Vision에 인수됐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반기 실적(2025년 상반기, 이후 VSP 편입으로 별도 공시 중단)은 매출 €2.957억(환율 제외 +0.3%, 사실상 보합), EBITDA 마진 17.7%였다.
| 연도 | 매출 | 조정EBITDA 마진 |
|---|---|---|
| 2023 | €5.58억 | 14.0% |
| 2024 | €5.46억(-2.2%, 라이선스 교체 영향) | 15.6% |
| 2025 9개월 | €4.17억(+2.1%) | 16.4% |
| 2025 H1(최종 공개치) | €2.96억(+0.3%) | 17.7% |
여기서 놓치기 쉬운 포인트가 하나 있다. VSP Vision은 이미 2008년부터 나이키·캘빈클라인·살바토레 페라가모·자이스(ZEISS) 등을 취급하는 마르숑(Marchon Eyewear)을 갖고 있었다. 이번 인수로 VSP는 독립계 2대 제조사(마르숑+마르콜린)를 모두 손에 넣은 셈이다. 미국 최대 비전보험(안경 급여) 사업자가 제조·유통까지 수직계열화하는 그림인데, 이는 EssilorLuxottica·케링과는 전혀 다른 논리 — 브랜드력이나 리테일이 아니라 보험 급여 채널 통제력 — 로 만들어지는 세 번째 축이다.
비즈니스 임팩트 — 스케일도, 라이선스도 아닌 "브랜드 밀도"가 마진을 가른다
네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이 시장의 진짜 승부처가 보인다. EssilorLuxottica는 압도적 스케일(나머지 3개사 합의 9배)로 이기지만, 정작 영업이익률(18.9%)은 케링 아이웨어(23.0%)에 못 미친다. Safilo와 Marcolin은 라이선스 브랜드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마르콜린(Tom Ford·Zegna·Christian Louboutin 등 초프리미엄 위주)의 마진(16~18%)이 Safilo(라이프스타일·매스 브랜드 비중 높음, 10~17%)보다 구조적으로 높다. 즉 매출 규모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에 담긴 브랜드가 얼마나 고가·고희소성인가가 마진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여기에 마르콜린의 소유주 교체는, 이 시장이 이제 브랜드 하우스(케링)나 렌즈 대기업(EssilorLuxottica)뿐 아니라 보험·유통 채널을 쥔 플레이어(VSP Vision)에게도 매력적인 전장이 됐다는 신호다.
실무 시사점
- 아이웨어 브랜드·라이선스 담당: 케링 아이웨어의 반등은 신제품(발렌티노 아이웨어)과 기존 자산 재활성화(린드버그 40주년, 마우이짐 재런칭)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라이선스 브랜드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신규 취득만큼이나 기존 브랜드의 재발견에도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는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 애널리스트·투자 담당: Safilo의 마진 개선을 볼 때는 관세 환급(3.8%p)과 가격·믹스 효과(2.3%p)를 반드시 분리해서 봐야 한다. 일회성 요인을 구조적 개선으로 오독하면 다음 분기 실적을 잘못 예측하게 된다.
- 국내 아이웨어 유통·MD: 국내에서 이 4개사 브랜드(Ray-Ban, 구찌, 캐러, 톰포드 등)를 취급하는 바이어라면, 본사 차원의 마진 전략 차이(수직계열화 vs 라이선스)가 국내 도매 조건·재고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해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
- M&A·전략기획 담당: 마르콜린 인수전에 EssilorLuxottica·케링·Safilo가 모두 응찰했다가 VSP Vision에 밀렸다는 사실은, 전통적 경쟁자 구도만 보고 산업 재편을 예측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준다. 인접 산업(보험·급여 채널)의 플레이어가 언제든 새로운 축으로 등장할 수 있다.
결론
매출로만 보면 이 시장은 EssilorLuxottica의 독무대다. 하지만 수익성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케링에서 아이웨어 사업부만 사상 최고 마진을 찍었고, Safilo는 매출 감소 속에서도 관세 환급과 가격 전략으로 수익성을 지켰으며, 마르콜린은 아예 소유주가 사모펀드에서 미국 비전보험사로 바뀌며 산업의 경계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이 네 개의 성적표를 하나로 겹쳐 보면, 글로벌 아이웨어 산업의 다음 승부처는 "누가 더 많이 파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희소한 브랜드를 쥐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유통·급여 채널까지 통제하는가"로 이미 옮겨가 있다.
이번에 네 회사를 겹쳐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케링 아이웨어의 23% 마진이 단순한 "럭셔리 프리미엄"이 아니라 조직 재정비의 결과로 읽힌다는 점이다. 구찌가 브랜드 리셋에 몇 년째 애를 먹고 있는 와중에, 같은 그룹 안의 아이웨어 사업부가 오히려 신제품과 조직 단순화로 반등했다는 건 — 럭셔리 그룹 전체의 부진이 곧 모든 사업부의 부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오히려 본업(패션)이 흔들릴 때일수록 곁가지 사업부의 실행력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법이다.
VSP Vision의 마르콜린 인수는 이 업계를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둬야 할 사건이라고 본다. 마르숑에 이어 마르콜린까지 확보하면서, VSP는 이제 안경 급여(보험)부터 제조까지 아우르는 미국 시장의 숨은 거인이 됐다. EssilorLuxottica가 렌즈+프레임+리테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면, VSP는 보험+제조로 다른 축을 완성해가는 중이다. 앞으로 이 두 수직계열화 공룡이 부딪히는 지점 — 특히 미국 안경 유통 채널 — 에서 어떤 긴장이 생길지가 이 업계의 다음 관전 포인트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Safilo의 사례는 국내 유통·라이선스 담당자들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매출이 줄어도 마진이 개선되면 시장은 이를 "턴어라운드"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그 개선분의 상당 부분이 관세 환급 같은 일회성 요인일 수 있다는 걸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 실적 발표의 헤드라인 숫자보다, 그 안에 숨은 일회성/구조성 요인을 분리해서 보는 습관이야말로 이 업계를 제대로 읽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