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은 날고, LG생활건강은 갈아타고, 셀리턴은 무너졌다 — 뷰티디바이스 시장의 세 얼굴

2026-08-23 오전 10:52Cosmetics & Perfumes·Edited by AI

Overview

국내 홈뷰티디바이스 시장은 2018년 5,000억원에서 2023년 1조6,000억원으로 5년 만에 3배 넘게 커졌다. 그런데 이 시장 안의 기업들 운명은 정반대로 갈렸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디바이스 두 엔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반면, 화장품 매출이 흔들린 LG생활건강은 뒤늦게 디바이스로 갈아타고 있고,한때 시장 1위였던 셀리턴은 과대광고 규제 한 방에 매출이 90% 증발한 뒤 5년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홈뷰티디바이스 시장은 2018년 5,000억원에서 2023년 1조6,000억원으로, 5년 만에 3배 넘게 커졌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2024년 13억2,000만달러에서 2034년 48억1,000만달러로 연평균 13.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피부과·에스테틱에서만 가능했던 시술이 가정용 기기로 소형화되는 '에스테틱의 홈케어화'가 이 성장의 배경이다. 그런데 이 하나의 성장 시장 안에서, 기업들의 운명은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디바이스라는 두 엔진으로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한때 국내 화장품 1위였던 LG생활건강은 본업이 흔들리자 뒤늦게 디바이스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으며, LED 마스크 시장 1위였던 셀리턴은 규제 한 방에 매출이 90% 증발한 뒤 5년이 지나도록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지도 — 기술별로 갈리는 홈뷰티디바이스

홈뷰티디바이스는 기술 원리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다른 여러 카테고리로 나뉜다.

기술원리기대 효과대표 브랜드가격대
RF(고주파)진피층에 열을 전달해 콜라겐 생성 촉진탄력·리프팅·주름 개선메디큐브 에이지알, 듀얼소닉, 트라이폴라고가
LED 광치료파장별 빛으로 세포 활동 자극콜라겐 생성(적색)·여드름균 감소(청색)·진정(황색)LG 프라엘, 셀리턴, CurrentBody중가
EMS·미세전류미세 전류로 근육 수축 유도즉각적 라인 정리·붓기 감소NuFACE, 메디큐브 EMS중가
초음파초음파 진동으로 에너지 전달화장품 흡수 촉진·피부결 개선중저가
일렉트로포레이션전기 자극으로 유효성분 침투 통로 형성앰플 흡수·보습·미백중가
IPL·레이저 제모빛 에너지로 모낭 성장 억제가정용 제모Philips Lumea, Braun Silk Expert중고가
두피·탈모 디바이스LED·레이저·진동·미세전류로 두피 환경 개선두피 혈류 개선·탈모 관리 보조중가

이 중 RF 리프팅은 피부과 써마지(Thermage) 시술 원리를 가정용으로 응용한 제품으로, 객단가가 가장 높고 재구매율도 우수해 시장에서 가장 고가 제품군으로 꼽힌다. LED 마스크는 통증이 거의 없고 사용이 간편해 대중성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이고, 두피·탈모 디바이스는 고령화와 탈모 인구 증가로 성장률이 가장 가파른 신흥 카테고리다. 여기에 최근에는 AI 기반 피부 진단, 앱 연동, 사용 데이터 분석 기능까지 더해지며 '스마트 뷰티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메디큐브 에이지알 뷰티 디바이스 라인업
RF 계열 홈뷰티 디바이스는 시장에서 가장 고가·고마진 카테고리로 꼽힌다

핵심 인사이트 ① — 에이피알, 화장품과 디바이스 두 엔진으로 날다

이 시장에서 가장 뚜렷한 승자는 에이피알이다. 메디큐브 화장품과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는 2026년 상반기 각각 1,300억원 넘는 매출을 내며 회사 성장의 두 축 역할을 하고 있다(에이피알 전사 2분기 매출은 7,675억원, 영업이익률 24.8% — 지역별 성장 구도는 RIT가 앞서 다룬 별도 기사에서 자세히 짚었다). 에이지알의 부스터힐러·부스터프로 같은 RF 계열 디바이스는 홈뷰티 시장에서 가장 고가·고마진 카테고리에 속하는데, 에이피알은 이 카테고리에서 화장품 브랜드력과 디바이스 기술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회사로 자리잡았다. 화장품과 디바이스를 한 브랜드 안에서 교차 판매할 수 있다는 게 단일 카테고리 전문 업체 대비 구조적 우위로 작동하는 셈이다.

핵심 인사이트 ② — LG생활건강, 화장품이 흔들리자 디바이스로 갈아탄다

반대편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전통 강자 LG생활건강이 있다. LG생활건강은 2025년 연간 매출 6조3,555억원(-6.7%), 영업이익 1,707억원(-62.8%)으로 주력인 화장품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지난해 6월 LG전자로부터 '프라엘' 상표권과 SNS 채널 등 브랜드 운영권 일체를 이관받아 디바이스 사업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10만원대의 '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를 새로 선보이는 등 뷰티 디바이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후' 대신 '프라엘'"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 화장품 브랜드 '후'로 대표되던 회사가, 본업의 수익성이 흔들리자 후발주자로 뛰어든 디바이스 사업에서 새 활로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6년 2분기에는 매출 1조6,574억원(+3.3%), 영업이익 1,028억원(+87.5%)으로 반등에 성공했는데, 디바이스 확장이 이 반등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별도 공시되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지만, 회사 스스로 프라엘을 핵심 성장 축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흐름이 공교롭게도, 에이피알이 2025년 8월 시가총액 기준 LG생활건강을 제치고 국내 뷰티기업 1위에 오른 시점과 겹친다는 점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회사가, 그 자리를 빼앗아간 회사의 성장 공식(화장품+디바이스 하이브리드)을 뒤늦게 따라가는 모양새인 셈이다.

핵심 인사이트 ③ — 셀리턴, 규제 리스크가 시장 1위를 이렇게 무너뜨렸다

세 번째 얼굴은 경고에 가깝다. LED 마스크 시장을 개척한 셀리턴(운영사 에스티지24)은 2019년 매출 1,285억원을 낸 시장 1위 업체였다. 그런데 같은 해 9월 식약처가 LED 마스크 48종을 과대광고로 적발했다 — 의료기기 허가 없이 '주름 개선', '안면 리프팅', '기미·여드름 완화'같은 문구로 광고한 게 문제였다. 여기에 가려움·홍반·여드름은 물론 망막 손상·실명 위기까지 부작용 신고가 이어지며 네이버에 피해자 카페까지 생겼다. 그 결과 매출은 2020년 149억원으로 90% 가까이 급락했고, 5년이 지난 2024년에도 매출 41억원(전년 대비 -67.7%), 영업손실 47.5억원(전년 대비 +82.7%)으로 회복은커녕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107억원까지 쌓여 배당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이고, 현금성자산은 1억3,000만원에 불과한데 유동부채는 541억원(단기차입금 522억원 포함)에 달해 부채비율 약 180%의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다. 매출채권 146억원 중 82.9%(121억원)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뒀다는 것도, 회사가 스스로 이 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을 개척한 선도기업이 규제 대응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비즈니스 임팩트 — 세 얼굴이 만드는 시장의 구조

이 세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홈뷰티디바이스 시장의 구조가 보인다. 첫째, 브랜드력과 기술력을 함께 갖춘 회사(에이피알)는 고마진 카테고리(RF)를 화장품과 결합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둘째, 본업이 흔들리는 레거시 기업(LG생활건강)에게 디바이스는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지만,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만큼 이미 자리 잡은 브랜드들과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셋째, 이 시장은 규제 리스크가 유독 크다 — 홈뷰티디바이스는 화장품과 의료기기의 경계에 있는 제품이 많아, 효능 표시나 광고 문구 하나로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셀리턴 사례가 이례적인 게 아니라, 이 시장에 구조적으로 내재된 리스크라는 점을 업계 전체가 되새겨야 한다.

실무 시사점

  • 뷰티 디바이스 MD·바이어: 카테고리별로 성격이 다르다는 걸 전제로 입점 전략을 짜야 한다 — RF는 고가·고마진이지만 진입장벽도 높고, LED는 대중성은 높지만 규제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카테고리라는 걸 셀리턴 사례가 보여준다
  • 브랜드 마케팅·인허가 담당: 의료기기 허가 없이 '리프팅', '주름 개선' 같은 문구를 쓰는 순간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셀리턴이 실증했다. 신제품 광고 문구는 반드시 식약처 기준에 맞춰 사전 검토해야 한다
  • 레거시 뷰티기업 전략 담당: LG생활건강처럼 본업(화장품) 수익성이 흔들릴 때 디바이스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전략은 유효할 수 있지만, 이미 브랜드력을 확보한 후발주자(에이피알)와의 격차를 얼마나 빨리 좁힐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 투자·애널리스트 담당: 홈뷰티디바이스 기업을 평가할 때는 성장률뿐 아니라 인허가 리스크 노출도를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 셀리턴처럼 한 번의 규제 이슈가 5년 넘게 재무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감안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필요하다

결론

홈뷰티디바이스 시장은 5년 만에 3배 넘게 커진 성장 시장이지만, 그 안의 승자와 패자는 기술이 아니라 실행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갈렸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디바이스를 결합해 시장을 주도하고, LG생활건강은 흔들리는 본업을 만회하기 위해 뒤늦게 이 시장에 힘을 싣고 있으며, 셀리턴은 규제 대응에 실패해 시장 1위 자리에서 5년째 재기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규모 성장률이라는 헤드라인 숫자만 보고 이 업종에 접근하면, 정작 그 안에서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진짜 변수 — 브랜드 결합력과 인허가 리스크 관리 — 를 놓치게 된다.

RIT's Insights

이 세 회사를 나란히 놓고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홈뷰티디바이스가 '기술 시장'이 아니라 '신뢰 시장'에 가깝다는 점이다. RF든 LED든 EMS든, 결국 소비자가 피부에 전기·열·빛을 쏘는 기기를 얼굴에 대는 제품이다. 효능을 과장하는 순간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고, 셀리턴처럼 한 번의 규제 이슈로 회사 전체가 5년 넘게 재기하지 못할 수 있다. 에이피알이 이 시장에서 앞서가는 이유도 기술력 하나가 아니라, 화장품 브랜드로 쌓아온 신뢰를 디바이스로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LG생활건강의 프라엘 전환은 국내 유통·소비재 업계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압도적 1위였던 회사가 후발주자의 사업 모델을 뒤늦게 따라가는 모습은, 지금 잘나가는 카테고리라도 안주하면 순식간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LG생활건강이 '후'라는 확고한 화장품 브랜드 자산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디바이스 사업이 화장품과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에이피알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의 관건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셀리턴 사례는 국내 뷰티 스타트업 전반에 보내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지금 급성장하는 신생 디바이스 브랜드들 중에서도, 인허가 절차보다 마케팅 속도를 우선하는 곳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셀리턴이 시장 1위에서 5년째 재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업종에서는 성장 속도보다 규제 준수가 훨씬 더 근본적인 경쟁력이라는 걸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RETAIL INTELLIGENCETONG · 通 · 2026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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