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홈뷰티디바이스 시장은 2018년 5,000억 원에서 2023년 1조6,000억 원으로 5년 만에 3배 넘게 커졌다. 그런데 이 시장 안의 기업들 운명은 정반대로 갈렸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디바이스 두 엔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반면, 화장품 매출이 흔들린 LG생활건강은 뒤늦게 디바이스로 갈아타고 있고,한때 시장 1위였던 셀리턴은 과대광고 규제 한 방에 매출이 90% 증발한 뒤 5년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홈뷰티디바이스 시장은 2018년 5,000억 원에서 2023년 1조6,000억 원으로, 5년 만에 3배 넘게 커졌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2024년 13억2,000만달러에서 2034년 48억1,000만달러로 연평균 13.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피부과·에스테틱에서만 가능했던 시술이 가정용 기기로 소형화되는 '에스테틱의 홈케어화'가 이 성장의 배경이다. 그런데 이 하나의 성장 시장 안에서, 기업들의 운명은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디바이스라는 두 엔진으로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한때 국내 화장품 1위였던 LG생활건강은 본업이 흔들리자 뒤늦게 디바이스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으며, LED 마스크 시장 1위였던 셀리턴은 규제 한 방에 매출이 90% 증발한 뒤 5년이 지나도록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지도 — 기술별로 갈리는 홈뷰티디바이스
홈뷰티디바이스는 기술 원리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다른 여러 카테고리로 나뉜다.
기술
원리
기대 효과
대표 브랜드
가격대
RF(고주파)
진피층에 열을 전달해 콜라겐 생성 촉진
탄력·리프팅·주름 개선
메디큐브 에이지알, 듀얼소닉, 트라이폴라
고가
LED 광치료
파장별 빛으로 세포 활동 자극
콜라겐 생성(적색)·여드름균 감소(청색)·진정(황색)
LG 프라엘, 셀리턴, CurrentBody
중가
EMS·미세전류
미세 전류로 근육 수축 유도
즉각적 라인 정리·붓기 감소
NuFACE, 메디큐브 EMS
중가
초음파
초음파 진동으로 에너지 전달
화장품 흡수 촉진·피부결 개선
—
중저가
일렉트로포레이션
전기 자극으로 유효성분 침투 통로 형성
앰플 흡수·보습·미백
—
중가
IPL·레이저 제모
빛 에너지로 모낭 성장 억제
가정용 제모
Philips Lumea, Braun Silk Expert
중고가
두피·탈모 디바이스
LED·레이저·진동·미세전류로 두피 환경 개선
두피 혈류 개선·탈모 관리 보조
—
중가
이 중 RF 리프팅은 피부과 써마지(Thermage) 시술 원리를 가정용으로 응용한 제품으로, 객단가가 가장 높고 재구매율도 우수해 시장에서 가장 고가 제품군으로 꼽힌다. LED 마스크는 통증이 거의 없고 사용이 간편해 대중성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이고, 두피·탈모 디바이스는 고령화와 탈모 인구 증가로 성장률이 가장 가파른 신흥 카테고리다. 여기에 최근에는 AI 기반 피부 진단, 앱 연동, 사용 데이터 분석 기능까지 더해지며 '스마트 뷰티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RF 계열 홈뷰티 디바이스는 시장에서 가장 고가·고수익 카테고리로 꼽힌다
핵심 인사이트 ① — 에이피알, 화장품과 디바이스 두 엔진으로 날다
이 시장에서 가장 뚜렷한 승자는 에이피알이다. 메디큐브 화장품과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는 2026년 상반기 각각 1,300억 원 넘는 매출을 내며 회사 성장의 두 축 역할을 하고 있다(에이피알 전사 2분기 매출은 7,675억 원, 영업이익률 24.8% — 지역별 성장 구도는 앞서 다룬 별도 기사에서 자세히 짚었다). 에이지알의 부스터힐러·부스터프로 같은 RF 계열 디바이스는 홈뷰티 시장에서 가장 고가·고수익 카테고리에 속하는데, 에이피알은 이 카테고리에서 화장품 브랜드력과 디바이스 기술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회사로 자리잡았다. 화장품과 디바이스를 한 브랜드 안에서 교차 판매할 수 있다는 게 단일 카테고리 전문 업체 대비 구조적 우위로 작동하는 셈이다.
핵심 인사이트 ② — LG생활건강, 화장품이 흔들리자 디바이스로 갈아탄다
반대편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전통 강자 LG생활건강이 있다. LG생활건강은 2025년 연간 매출 6조3,555억 원(-6.7%), 영업이익 1,707억 원(-62.8%)으로 주력인 화장품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지난해 6월 LG전자로부터 '프라엘' 상표권과 SNS 채널 등 브랜드 운영권 일체를 이관받아 디바이스 사업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10만 원대의 '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를 새로 선보이는 등 뷰티 디바이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후' 대신 '프라엘'"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 화장품 브랜드 '후'로 대표되던 회사가, 본업의 수익성이 흔들리자 후발주자로 뛰어든 디바이스 사업에서 새 활로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6년 2분기에는 매출 1조6,574억 원(+3.3%), 영업이익 1,028억 원(+87.5%)으로 반등에 성공했는데, 디바이스 확장이 이 반등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별도 공시되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지만, 회사 스스로 프라엘을 핵심 성장 축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흐름이 공교롭게도, 에이피알이 2025년 8월 시가총액 기준 LG생활건강을 제치고 국내 뷰티기업 1위에 오른 시점과 겹친다는 점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회사가, 그 자리를 빼앗아간 회사의 성장 공식(화장품+디바이스 하이브리드)을 뒤늦게 따라가는 모양새인 셈이다.
핵심 인사이트 ③ — 셀리턴, 규제 리스크가 시장 1위를 이렇게 무너뜨렸다
세 번째 얼굴은 경고에 가깝다. LED 마스크 시장을 개척한 셀리턴(운영사 에스티지24)은 2019년 매출 1,285억 원을 낸 시장 1위 업체였다. 그런데 같은 해 9월 식약처가 LED 마스크 48종을 과대광고로 적발했다 — 의료기기 허가 없이 '주름 개선', '안면 리프팅', '기미·여드름 완화'같은 문구로 광고한 게 문제였다. 여기에 가려움·홍반·여드름은 물론 망막 손상·실명 위기까지 부작용 신고가 이어지며 네이버에 피해자 카페까지 생겼다. 그 결과 매출은 2020년 149억 원으로 90% 가까이 급락했고, 5년이 지난 2024년에도 매출 41억 원(전년 대비 -67.7%), 영업손실 47.5억 원(전년 대비 +82.7%)으로 회복은커녕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107억 원까지 쌓여 배당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이고, 현금성자산은 1억3,000만 원에 불과한데 유동부채는 541억 원(단기차입금 522억 원 포함)에 달해 부채비율 약 180%의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다. 매출채권 146억 원 중 82.9%(121억 원)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뒀다는 것도, 회사가 스스로 이 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을 개척한 선도기업이 규제 대응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비즈니스 임팩트 — 세 얼굴이 만드는 시장의 구조
이 세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홈뷰티디바이스 시장의 구조가 보인다. 첫째, 브랜드력과 기술력을 함께 갖춘 회사(에이피알)는 고수익 카테고리(RF)를 화장품과 결합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둘째, 본업이 흔들리는 레거시 기업(LG생활건강)에게 디바이스는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지만,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만큼 이미 자리 잡은 브랜드들과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셋째, 이 시장은 규제 리스크가 유독 크다 — 홈뷰티디바이스는 화장품과 의료기기의 경계에 있는 제품이 많아, 효능 표시나 광고 문구 하나로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셀리턴 사례가 이례적인 게 아니라, 이 시장에 구조적으로 내재된 리스크라는 점을 업계 전체가 되새겨야 한다. 시장 규모 성장률이라는 헤드라인 숫자만 보고 이 업종에 접근하면, 정작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진짜 변수인 브랜드 결합력과 인허가 리스크 관리를 놓치게 된다.
✦RIT's Insights
홈뷰티디바이스는 "기술 시장"이 아니라 "신뢰 시장"에 가깝다는 게 이 세 회사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다 — RF든 LED든 결국 전기·열·빛을 얼굴에 쏘는 제품이라, 효능을 과장하는 순간 신뢰가 무너지고 셀리턴처럼 한 번의 규제 이슈로 5년 넘게 재기하지 못할 수 있다. 에이피알이 앞서가는 이유도 기술력보다는 화장품 브랜드로 쌓아온 신뢰를 디바이스로 확장했기 때문이고, LG생활건강이 프라엘로 갈아탄 건 한때 압도적 1위였던 회사도 안주하면 순식간에 추월당한다는 걸 보여준다 — 관건은 "후"라는 화장품 브랜드 자산이 디바이스와 얼마나 시너지를 내느냐다. 셀리턴의 5년째 재무 위기는 이 업종에서는 성장 속도보다 규제 준수가 훨씬 근본적인 경쟁력이라는 걸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 의료기기 허가 없이 "리프팅", "주름 개선" 같은 문구를 쓰는 순간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한 사례이니, 성장률만 보고 이 업종에 접근하면 인허가 리스크라는 진짜 변수를 놓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