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기 연속 흑자, 그런데 컬리를 살린 건 새벽배송이 아니었다
Overview
컬리가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274억원(+1,991%)으로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6개 분기 연속 흑자, 순이익도 2개 분기 연속 흑자다. 그런데 이 실적을 뜯어보면 성장을 이끈 건 컬리를 유명하게 만든 새벽배송·직매입이 아니라, 판매수수료 기반의 3P(오픈마켓) 사업이었다. 마켓컬리·뷰티컬리보다 3P 거래액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컬리가 8월 12일 2026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7,348억원(+27%), 영업이익 274억원(+1,991%)으로 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 흑자는 6개 분기째 이어지고 있고, 순이익도 254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흑자다. 원화로 실적을 공시하는 국내 이커머스 5개사(컬리·SSG닷컴·G마켓·11번가·네이버커머스)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사실상 컬리가 유일하다. 그런데 이 화려한 숫자 뒤를 들여다보면, 정작 컬리를 컬리답게 만들었던 새벽배송·직매입 신선식품 사업이 아니라 다른 사업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숫자로 보는 1분기·2분기 실적
컬리의 2026년 상반기 실적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 구분 | 1분기 | 2분기 |
|---|---|---|
| 매출 | 7,457억원(+28.4%) | 7,348억원(+27%) |
| 영업이익 | 242억원(+1,277%, 창사 이래 분기 최대) | 274억원(+1,991%, 분기 역대 최대 경신) |
| 순이익 | 203억원(흑자전환) | 254억원(흑자전환, 2개 분기 연속) |
| 거래액(GMV) | 1조891억원(+29%, 역대 최대) | 1조786억원(+25.1%) |
2분기에는 매출총이익률이 35.3%로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올랐고, 현금성자산은 3,729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분기 모두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반복될 만큼 뚜렷한 상승세다.
핵심 인사이트 — 컬리를 살린 건 새벽배송이 아니라 오픈마켓이다
거래액을 사업별로 쪼개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2분기 기준 마켓컬리(신선식품·HMR 중심 본업)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25.7% 늘었고, 뷰티컬리는 13.5% 늘었다. 그런데 판매자배송상품, 이른바 3P(오픈마켓) 거래액은 32.1% 늘며 두 사업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회사도 이 점을 숨기지 않는다 — 2분기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된 배경으로 "판매자배송상품(3P) 등 수수료 중심 사업 비중 확대로 매출원가가 개선됐다"고 직접 설명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컬리라는 회사의 정체성 자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컬리는 원래 상품을 직접 사들여(직매입) 새벽에 배송하는 큐레이션 커머스로 시작해 이름을 알렸다. 직매입 모델은 상품을 고르는 안목과 콜드체인 물류가 핵심 경쟁력이지만, 매입 원가·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 마진을 내기 어렵다. 반면 3P(오픈마켓)는 판매자가 재고와 배송을 책임지고 컬리는 중개수수료만 받는 구조라, 매출원가 부담 없이 거래액을 늘릴수록 마진이 개선된다. 지금 컬리의 흑자 전환을 이끄는 힘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수수료 기반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컬리가 여전히 "새벽배송·신선식품 큐레이션"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과 별개로, 손익계산서 안에서는 이미 쿠팡·11번가 같은 오픈마켓형 플랫폼에 가까운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 임팩트 — IPO 재도전의 발판, 그리고 정체성의 질문
컬리는 2022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다 철회한 이력이 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김종훈 CFO는 "주력 사업과 신사업의 고성장을 토대로 향후 성공적인 IPO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현금성자산(3,729억원)과 6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라는 트랙레코드는 실제로 상장 재추진에 유리한 카드다. 국내 이커머스 5개사 중 유일하게 꾸준히 흑자를 내는 회사라는 지위도 투자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서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성장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함께 봐야 한다. 3P 비중이 계속 커지면 컬리는 점점 더 '큐레이션 직매입 커머스'가 아니라 '수수료 기반 플랫폼'에 가까워진다. 이는 쿠팡이 로켓배송(직매입)에서 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로 무게중심을 넓혀온 경로와 유사하다 — 즉 검증된 성장 공식을 따라가는 길이지만, 동시에 컬리를 다른 대형 플랫폼들과 더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신선식품 큐레이션이라는 원래의 차별화 지점이 옅어지면, 상품 구색과 가격으로 승부하는 오픈마켓 강자들(쿠팡·네이버·G마켓)과의 경쟁에서 컬리만의 우위를 어떻게 지킬지가 다음 과제로 남는다.
실무 시사점
- 이커머스 카테고리 MD: 컬리의 3P 확대는 입점 셀러 입장에서 새로운 채널 기회다. 다만 3P 거래액이 본업(마켓컬리)보다 빠르게 크는 추세가 이어지면 향후 입점 수수료·노출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신선식품 공급업체 담당: 컬리의 수익성 개선이 직매입 신선식품이 아니라 수수료 기반 3P에서 나오고 있다는 건, 직매입 공급사에 대한 컬리의 협상력·매입 정책이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 투자·IPO 관련 담당: 컬리가 언급한 "성공적인 IPO 추진"이라는 표현을 볼 때, 이번 상장 시도에서는 3P 성장률과 마진 기여도가 핵심 투자 포인트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밸류에이션 비교 시 순수 직매입 리테일러가 아니라 오픈마켓 플랫폼과의 비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경쟁사(쿠팡·SSG닷컴·G마켓) 벤치마킹 담당: 컬리가 사실상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원화 표기 이커머스 회사가 됐다는 사실은, 적자에 머물러 있는 SSG닷컴·G마켓·11번가에게 3P·수수료 기반 사업 확대가 흑자 전환의 검증된 경로일 수 있다는 참고 사례가 된다
결론
컬리의 2분기 실적은 숫자만 보면 완벽하다 — 매출·영업이익·순이익·거래액·현금성자산까지 거의 모든 지표가 역대 최대다. 하지만 그 성장의 엔진을 열어보면, 컬리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새벽배송·직매입 신선식품이 아니라 판매수수료 기반의 3P 사업이 가장 빠르게 크고 있다. 이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는 분명한 호재이자 IPO 재도전의 든든한 발판이지만, 동시에 컬리가 점점 더 '오픈마켓 플랫폼'에 가까운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음 분기 실적을 볼 때는 헤드라인 숫자보다, 마켓컬리·뷰티컬리·3P 세 사업의 성장률이 어떻게 벌어지는지를 따라가는 게 이 회사의 진짜 방향을 이해하는 데 더 정확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영업이익 증가율(+1,991%)이 아니라 3P 거래액 증가율(+32.1%)이 본업(마켓컬리 +25.7%)을 앞질렀다는 점이다. 컬리는 지금도 언론과 소비자에게 "새벽배송의 원조"로 소개되지만, 실제 손익구조는 이미 그 브랜드 이미지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회사 이름과 실제 돈 버는 방식이 조용히 갈라지고 있는 사례이고, 이런 괴리는 다음 IPO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정확히 짚고 넘어갈 지점이라고 본다.
두 번째로, 6개 분기 연속 흑자라는 트랙레코드 자체는 분명 인상적이지만, 그 흑자의 '질'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직매입 마진 개선으로 만든 흑자와 수수료 수익 확대로 만든 흑자는 지속가능성이 다르다. 후자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그만큼 쿠팡·네이버 같은 이미 검증된 오픈마켓 강자들과의 경쟁 강도도 함께 올라간다. 컬리가 이 경쟁에서 신선식품 큐레이션이라는 원래의 강점을 얼마나 지켜내며 3P를 키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국내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적자에 시달리는 SSG닷컴·G마켓·11번가가 컬리의 이 성공 방정식을 얼마나 빨리 따라할지도 지켜볼 만하다. G마켓이 이미 2026년 상반기 GMV +14%로 4년 만에 반등 조짐을 보인 것도 비슷한 방향(오픈마켓 강화)일 수 있다. 흑자로 가는 길이 하나로 수렴하고 있다면, 다음 경쟁의 축은 '누가 먼저 흑자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매력적인 3P 생태계를 만드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