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시장은 3년째 제자리, 그런데 제조사 실적은 사상 최대 — 숨은 양극화
Overview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22년 6조1,498억원을 정점으로 3년째 6조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2025년 5조9,626억원, +0.2%). 그런데 같은 기간 노바렉스·콜마비앤에이치·코스맥스엔비티 등 위탁제조 3사는 두 자릿수에서 최대 452%까지 영업이익이 늘었고, KGC인삼공사는 2026년 상반기 매출·영업이익이 나란히 반등했다. 정체된 시장 안에서 프리미엄·맞춤형·수출 물량이 따로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22년 6조1,498억원을 정점으로 2023년 6조1,415억원, 2024년 5조9,531억원, 2025년 5조9,626억원(+0.2%)을 기록하며 3년째 6조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성숙기에 접어든 정체 산업"이라는 진단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같은 기간 위탁제조(OEM·ODM) 3사인 노바렉스·콜마비앤에이치·코스맥스엔비티는 나란히 2026년 상반기 두 자릿수 매출·이익 성장을 냈고, 그중 코스맥스엔비티는 영업이익이 452.8% 급증하며 흑자전환했다. 브랜드사 쪽에서도 KGC인삼공사(정관장)가 2025년 상반기 매출 감소·영업이익 급증이라는 체질개선기를 지나, 2026년 상반기에는 매출·영업이익이 나란히 두 자릿수로 반등했다. 정체된 시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무슨 일이 있었나 — 숫자로 보는 시장과 기업
먼저 시장 전체 규모부터 보자.
| 연도 | 총 시장규모 | 증감률 |
|---|---|---|
| 2022년 | 6조1,498억원 | — |
| 2023년 | 6조1,415억원 | -0.1% |
| 2024년 | 5조9,531억원 | -3.1% |
| 2025년 | 5조9,626억원 | +0.2% |
업체별 생산실적(제조원가 기준 출하액, 2024년 기준)으로 보면 상위 구도는 이렇다.
| 회사 | 생산실적 | 비고 |
|---|---|---|
| 한국인삼공사(KGC, 정관장) | 6,723억원 | 4년 연속 1위 |
| hy(에치와이) | 3,874억원 | |
| 종근당건강 | 2,974억원 | |
| 노바렉스 | 2,832억원 | 위탁제조(OEM·ODM) |
| 콜마비앤에이치 | 2,729억원 | 위탁제조(OEM·ODM) |
상위 15개사 생산실적 합계는 2조7,207억원으로, 이 기준 전체의 67.8%를 차지한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매출 3~5위(종근당건강·노바렉스·콜마비앤에이치)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 완제품 브랜드사(종근당건강)와 위탁제조사(노바렉스·콜마비앤에이치)가 생산 규모 면에서 이미 비슷한 체급이라는 뜻이고, 이는 브랜드사들이 자체 생산보다 위탁생산에 기대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같은 시기 위탁제조 3사의 최근 실적(2026년 상반기 기준)은 이렇다.
| 회사 | 매출 | 영업이익 | 비고 |
|---|---|---|---|
| 노바렉스 | 2,226억원(+17.3%) | 251억원(+29.2%) | 영업이익률 11.3%(+1.1%p) |
| 콜마비앤에이치 | 2,454억원(+8.1%) | 206억원(+46.7%) | 별도 기준 |
| 코스맥스엔비티 | 1,955억원(+32.3%) | 188억원(+452.8%) | 순이익 173억원으로 흑자전환 |
브랜드사 쪽은 결이 다르다. 매출은 줄었는데 수익성은 개선된 시기를 지나, 최근 분기엔 매출까지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 회사 | 시기 | 매출 | 영업이익 |
|---|---|---|---|
| KGC인삼공사(정관장, KT&G 자회사) | 2025년 상반기 | 5,350억원(-6.7%) | 261억원(+74.3%, 2020년 부문 공시 이후 최대) |
| KGC인삼공사 | 2026년 1분기 | 3,326억원(+5.8%) | 279억원(+53.3%) |
| KGC인삼공사 | 2026년 2분기 | 약 2,238억원(국내 1,742억원 +7.8%, 해외 496억원 -94억원) | 100억원(+61.3%) |
| KGC인삼공사 | 2026년 상반기 합계 | 5,564억원(2025년 상반기 대비 +4.0%) | 379억원(2025년 상반기 대비 +45.2%) |
| 종근당건강(락토핏) | 2025년(연간, 최신 공시 기준) | 4,728억9천만원(-4.9%) | 323억원(흑자전환, 5년 만에 최대) |
핵심 인사이트 ① — 시장은 정체, 프리미엄·맞춤형은 다른 세상
시장 전체가 역성장하는 와중에도 두 개의 세그먼트만큼은 뚜렷하게 커지고 있다. 하나는 프리미엄이다. KGC인삼공사는 기존 홍삼정 위에 '홍삼정 천(天)', '홍삼정 마스터클래스', '홍삼정 리미티드' 같은 고급 라인을 잇따라 얹었고, 동국제약은 건기식 브랜드 마이핏(Myfit)의 고함량·고스펙 백화점 전용 라인을 부산 커넥트현대에 오프라인 매장으로 열었다. 다른 하나는 맞춤형이다. 업계 추정치로 국내 맞춤형 건기식 시장은 2025년 약 4,500억원 규모로, 전체 시장(약 5조원대)에 비하면 작지만 개인 유전자·생활습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구독형 모델이 빠르게 붙고 있다.
이 두 세그먼트의 성장이 왜 위탁제조 3사의 실적과 직결되는지를 보면 그림이 완성된다. 프리미엄·맞춤형 제품은 소량·다품종·고사양 제형이 많아, 브랜드사가 자체 생산라인에 투자하기보다 전문 제형기술을 가진 위탁제조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노바렉스가 "원료 중심을 넘어 차별화된 제형·제조기술 개발"을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명시하고, 오송에 2공장을 증설 중인 것도 이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여기에 수출도 겹친다. 노바렉스는 9월 태국에서 열리는 'Vitafoods Asia 2026'에 참가해 해외 고객사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국내 건기식 수출액은 2023~2024년 연평균 13.8%씩 늘고 있어 국내 수요 정체를 해외 물량이 상당 부분 상쇄해주고 있다. 즉 제조사들의 호실적은 국내 대중시장이 아니라, 국내 프리미엄·맞춤형과 해외 수출이라는 별도의 파이프라인에서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핵심 인사이트 ② — "매출은 줄어도 이익은 는다"는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
브랜드사 쪽에서 발견되는 패턴은 더 흥미롭다. KGC인삼공사는 2025년 상반기 매출이 6.7%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74.3% 늘며 2020년 부문별 실적 공시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회사가 밝힌 배경은 저수익 홈쇼핑 채널 비중 축소, 원료 수율 개선을 통한 원가율 하락, 그리고 "가성비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을 함께 내놓는" 양극화 대응 전략이다. 종근당건강도 같은 그림이다 — 가장 최근 공시된 2025년 연간 매출이 4.9%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하며 5년 만에 최대치를 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포기하더라도 저마진 물량을 걷어내고 수익성을 지킨다"는 동일한 선택을 한 셈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회사에서 같은 패턴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건 우연이라기보다, 국내 건기식 시장이 "성장의 시대"에서 "선별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예전에는 매출 규모 자체가 곧 시장 지위를 뜻했다면, 이제는 어떤 채널·어떤 세그먼트에서 매출을 만드느냐가 이익률을 가른다. 그리고 KGC인삼공사의 가장 최신 실적인 2026년 상반기 수치는 이 '체질개선'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는 걸 보여준다 — 매출이 2025년 상반기 대비 +4.0%로 다시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그보다 훨씬 빠른 +45.2%로 늘며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잡았다. 다만 2분기 해외 매출이 중국 유통 재고 조정 영향으로 94억원 줄었다는 점은, 반등이 아직 완전히 균일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즈니스 임팩트 — 대중 채널의 저가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이 양극화의 반대편에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낮아 가격 경쟁이 치열한 대중 채널이 있다. 저가 OEM 제품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구조에서, 브랜드력 없는 중소 업체일수록 가격 경쟁의 압박을 고스란히 받는다. KGC·종근당건강 같은 대형 브랜드사가 "저수익 채널 비중을 줄인다"고 밝힌 건 뒤집어 보면, 그 저수익 채널(홈쇼핑·특가 프로모션 등)에서 대형사조차 마진을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형 브랜드사들이 이 채널에서 발을 빼는 만큼, 그 빈자리는 중소 OEM 브랜드나 이커머스 자체브랜드(PB)들이 저마진 구조 그대로 채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금의 "양극화"는 시장이 균형 있게 고급화되는 게 아니라, 위쪽(프리미엄·맞춤형·수출)과 아래쪽(초저가 대중 채널)이 각자의 속도로 갈라지는 모습에 더 가깝다.
실무 시사점
- 백화점·프리미엄 유통 MD: KGC의 홍삼정 프리미엄 라인, 동국제약 마이핏의 백화점 전용 매장 사례처럼, 건기식이 이제 백화점 정규 카테고리로 편입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명품·뷰티 카테고리처럼 별도 편집숍·팝업 전략을 검토할 시점이다
- 브랜드사 전략·MD 담당: "매출을 줄이더라도 저마진 채널을 정리해 이익을 지킨다"는 KGC·종근당건강의 선택이 업계 공통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걸 전제로, 자사 채널 포트폴리오의 마진 구조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 OEM·ODM 벤더 관리 담당: 노바렉스·콜마비앤에이치·코스맥스엔비티의 호실적은 국내 대중 수요가 아니라 프리미엄·맞춤형·수출 물량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때는 어떤 라인(대중 vs 프리미엄, 내수 vs 수출)에 슬롯을 배정받는지가 향후 공급 안정성을 가른다
- 투자·애널리스트 담당: 건기식 관련 기업의 "매출 감소"라는 헤드라인만으로 부정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이번 사례들처럼 매출 감소가 저수익 채널 정리에 따른 의도된 결과이자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어, 매출과 이익 증감의 방향을 반드시 분리해서 봐야 한다
결론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3년째 6조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이라는 문장만 보면 침체 산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열어보면 위탁제조 3사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대형 브랜드사들은 매출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두 흐름을 관통하는 건 프리미엄·맞춤형·수출이라는 세 개의 성장 파이프라인이며, 반대편에는 여전히 가격 경쟁에 시달리는 대중 채널이 자리한다. 건기식 산업은 지금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최소 두 개의 시장으로 갈라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KGC인삼공사와 종근당건강이라는, 업종은 같지만 지배구조도 제품군도 전혀 다른 두 회사에서 "매출 감소, 영업이익 최대"라는 똑같은 패턴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 회사의 특이한 경영 판단이 아니라 업계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고, 이런 동시다발적 패턴은 개별 기업 분석보다 산업 구조 변화로 읽는 게 맞다고 본다. KGC인삼공사가 2026년 상반기 들어 매출까지 다시 두 자릿수로 늘리며 이 패턴의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도 주목할 만하다 — 저수익 채널을 걷어내는 체질개선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턴어라운드였다는 걸 후속 분기 숫자로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위탁제조 3사의 실적이 시장 역성장과 무관하게 좋았다는 사실도 곱씹어볼 만하다. 보통 "시장이 역성장하는데 특정 기업만 잘 나간다"고 하면 그 기업이 경쟁사의 점유율을 뺏어온 결과로 해석하기 쉬운데,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들의 성장 스토리에 국내 시장점유율 경쟁 이야기보다 해외 수출·제형기술·설비투자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국내 파이를 나눠 먹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파이(수출·프리미엄 위탁생산)를 새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국내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이 양극화를 "건기식이 이제 뷰티·명품처럼 프리미엄화된다"는 낙관으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프리미엄 쪽이 커지는 만큼, 그 반대편 대중 채널의 저가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백화점·면세점 MD라면 프리미엄 라인 유치에, 대형마트·이커머스 MD라면 저가 채널의 마진 방어에 각각 다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