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분기, 국내 화장품 빅2는 나란히 웃었다. LG생활건강은 뷰티 부문 영업이익 444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고(매출 8,184억 원, +3.9%), 전사 영업이익은 1,028억 원으로 87.5% 급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매출 1조2,543억 원(+14.6%), 영업이익 1,228억 원(+53.3%)으로 해외 사업이 특히 강했다(매출 +28%, 영업이익 +99%). 1년 전만 해도 중국 소비 둔화로 흔들리던 두 회사가 동시에 반등한, 오랜만에 나온 K뷰티의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같은 분기 파마리서치의 화장품 수출은 124% 늘었고, 휴젤의 화장품 매출은 32.8% 증가했다. 마인스트림 K뷰티가 회복한 지금도 더마코스메틱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격차를 들여다보면 더 흥미로운 사실이 나온다 — 아모레퍼시픽도, LG생활건강도 더마코스메틱 영역만큼은 자기 손으로 처음부터 키우지 않았다. 둘 다 제약회사와 피부과의원 계열 브랜드를 사들여서 들어왔다.
더마코스메틱의 태생 — 화장품이 아니라 처음부터 "의약과 화장품 사이"였다
더마코스메틱(Dermocosmetic)은 피부과학을 뜻하는 'Dermatology'와 화장품을 뜻하는 'Cosmetic'의 합성어다. 1900년대 초 유럽 제약업계에서 일반 화장품과 바르는 의약품 사이의 제품을 지칭하며 등장한 개념으로, 처음부터 "화장품 회사가 만든 화장품"이 아니라 "의사·약사의 손을 거친 화장품"이라는 태생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원조가 프랑스의 약국화장품들이다. 비쉬는 1931년 온천수로 상처가 치유된 경험을 바탕으로 의학박사가 개발했고, 아벤느는 1736년부터 40년 이상 지하수를 거쳐 형성된 온천수의 피부 진정 효능에서 출발했다. 라로슈포제 역시 온천수 기반으로 피부과에서 추천·취급하는 화장품으로 자리 잡았다. 셋 다 지금도 약국·피부과 채널을 핵심 유통망으로 삼는다.
한국의 더마코스메틱 계보도 놀랍도록 비슷한 패턴을 그린다. 국내 1세대 더마코스메틱으로 꼽히는 동국제약 '센텔리안24'는 제약회사의 제품이다. 대웅제약의 '이지듀(Easydew)'도 제약사 더마코스메틱 중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데,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특허 원료 DW-EGF(순도 99%)를 앞세워 2025년 9월 연매출 1,000억 원을 조기 달성했다. 일동제약은 약국 전용 브랜드 '리쥬닉'을, 종근당은 2021년 자연유래 성분 콘셉트의 '닥터큐어벨'을 각각 내놓으며 같은 대열에 합류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닥터지'는 1998년 서울 돈암동에 고운세상피부과의원을 개원한 피부과 전문의 안건영 박사가 2000년 회사를, 2003년 브랜드를 각각 설립·런칭한 케이스다. 최근 급성장 중인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코스메틱'과 휴젤의 '웰라쥬·바이리즌BR'은 필러·재생의료 소재를 만들던 회사가 그 원료 기술을 화장품으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보툴리눔 톡신 회사 메디톡스도 자체 안티에이징 기술 '엠바이옴(M.Biome)'을 기반으로 한 '뉴라덤(NEURADERM)'을 운영 중이고, 필러를 자체 개발·생산해온 제테마도 최근 이 대열에 화장품 사업 강화로 합류했다.
흥미로운 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조차 이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더마 브랜드 '에스트라(ESTRA, 글로벌명 AESTURA)'는 계열사였던 '태평양제약'의 헤리티지를 근간으로 하며, 2021년 6월 아모레퍼시픽에 흡수합병되며 사업부로 전환됐다. LG생활건강은 2014년 말 피부과 전문의 부부가 만든 '차앤박화장품(CNP)'을 인수해서야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진입했다. 두 회사 모두 자사의 메인 뷰티 R&D 조직에서 더마 브랜드를 자체 개발한 게 아니라, 이미 제약·의료 DNA를 가진 별도 법인을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더마코스메틱은 브랜드 마케팅만으로 진입할 수 없는, 임상·의료기관 유통망이라는 다른 종류의 자산을 요구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핵심 인사이트 — 생산과 유통이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돼 있다
일반 K뷰티와 더마코스메틱의 진짜 차이는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지고 팔리는 구조 자체에 있다.
생산: 설화수·헤라·이니스프리 같은 메인스트림 K뷰티 브랜드는 트렌드에 맞춰 원료를 조합하고 감성적 완성도(질감, 향, 패키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반면 더마코스메틱은 대개 모기업의 의약품·의료기기 생산 인프라와 원료 기술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파마리서치는 안면 주름 개선 의료기기 '리쥬란'에 쓰이는 핵심 물질 PDRN을 자사 특허기술 DOT(DNA Optimizing Technology)로 정제한 c-PDRN을 화장품 원료로 그대로 사용한다. 휴젤은 "의약품 정제 과정에 준하는 공정을 거쳐 불순물을 걸러낸" 고순도 히알루론산 성분 '리얼 HA'를 화장품에 적용한다. 즉 이들은 화장품 연구소가 아니라 필러·재생의료 연구소에서 나온 원료를 화장품 라인으로 "다운스트림" 시키는 구조다. 임상 데이터와 인체적용시험 근거를 함께 제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 여기서 흔히 오해가 생긴다 — 더마코스메틱 중에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화장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화장품법상 처방전이 필요한 순간 그 제품은 법적으로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어떤 더마코스메틱도 약사·의사의 처방전을 요구할 수 없다. 실제로 존재하는 구분은 "누가 취급하느냐"의 차이다. 하나는 병·의원이 진료·시술 과정에서 함께 추천하거나 원내에서만 판매하는 "클리닉 전용" 라인이고, 다른 하나는 처방이나 상담 없이 약국·H&B·온라인 어디서든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 판매" 라인이다. 메디톡스의 뉴라덤이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 병·의원에서만 취급하는 "클리닉더마" 라인과, 자극을 최소화해 일반 소비자용으로 내놓은 "베이직더마" 라인을 처음부터 분리해서 설계했다. 더마코스메틱은 오랫동안 이런 약국·피부과·의원 채널을 핵심으로 삼아왔는데, 최근 들어서야 올리브영 같은 H&B(헬스앤뷰티) 스토어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업계는 이를 "투트랙 전략"이라 부른다 — 대중 채널에는 접근성 높은 일반 판매 라인을, 약국·의원에는 성분·기능성을 강화한 클리닉 전용 라인을 따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아예 의약품 판매를 넘어 더마코스메틱 큐레이션에 특화된 "뷰티 특화 약국"도 늘고 있다. 반면 일반 K뷰티 브랜드는 처음부터 백화점·로드샵·면세점·글로벌 리테일과 온라인 이커머스를 총동원하는 대중 마케팅 중심으로 설계된다. 같은 "화장품"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더마코스메틱은 B2B(의료기관)에서 시작해 B2C로 확장하는 역순 유통을, 일반 K뷰티는 처음부터 B2C 대량 유통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사업 설계 자체가 다르다.
비즈니스 임팩트 — 다 같이 좋아진 분기에도 벌어지는 격차
2026년 2분기는 K뷰티 전반이 좋았던 분기다. 그래서 오히려 더마코스메틱의 성장 속도가 도드라진다. 파마리서치는 2분기 화장품(리쥬란 코스메틱) 매출 602억 원을 기록했다 — 내수 166억 원(+47%), 수출 436억 원(+124%)으로 특히 해외 판매가 두 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사 매출은 1,787억 원(+27%), 영업이익은 665억 원(+19%)으로 분기 최대치를 새로 썼고, 상반기 누적으로도 매출 3,248억 원(+26%)·영업이익 1,238억 원(+23%)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휴젤은 2분기 화장품·기타 부문 매출 198억 원으로 32.8% 늘었고, 상반기 누적으로는 390억 원(+31.7%)이다. 상반기 전사 매출도 2,545억 원(+27.2%)으로 역대 최대를 찍었는데, 영업이익(1,037억 원, +8.4%)은 매출 증가폭보다 완만했다 — 미국 직판 체제 구축 등 선제적 투자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동국제약 센텔리안24는 2023년 1,549억 원 → 2024년 1,815억 원 → 2025년 2,227억 원으로 매년 매출을 늘려온 데 이어, 2026년 1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2% 급증했고 증권가는 2026년 연간 매출을 2,930억 원(+31.6%, LS증권 추정)으로 본다.
반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반등은 성격이 다르다. LG생활건강 뷰티 부문은 2분기 매출 8,184억 원(+3.9%), 영업이익 444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북미 매출이 사상 처음 중국 매출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 중국 의존을 낮추고 서구권으로 축을 옮긴 결과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해외 사업이 매출 +28%, 영업이익 +99%로 반등을 이끌었다. 둘 다 반가운 회복이지만, 성장률 자체는 파마리서치의 수출 증가율(+124%)이나 휴젤의 화장품 성장률(+32.8%)에 크게 못 미친다. 결국 마인스트림 K뷰티의 반등은 "중국에서 서구권으로 축을 옮기며 살아난" 회복형 성장인 반면, 더마코스메틱은 업황과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더 빠르게 크고 있다는 게 2026년 2분기 실적이 보여주는 그림이다.
✦RIT's Insights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라는 국내 뷰티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R&D·마케팅 조직을 가진 두 회사조차 더마코스메틱만큼은 자체 개발이 아니라 흡수를 택했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다 — 임상 데이터, 병·의원 유통망, 의료진과의 신뢰 관계는 돈으로 단기간에 살 수 없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는 자산이라는 뜻이다. 2026년 2분기 실적은 이 판단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 작년까지는 "메인스트림이 중국에서 흔들리는 사이 더마코스메틱이 반사이익을 본다"는 서사가 가능했지만, 이번 분기는 LG생활건강도 아모레퍼시픽도 확실히 반등했는데도 파마리서치의 화장품 수출은 124% 늘었다. 반사이익 서사로는 이 격차를 설명할 수 없고, 화장품 섹터를 "K뷰티"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보면 이 지점을 놓친다. 앞으로는 이 흐름이 역전될 가능성도 봐야 한다 — 파마리서치·휴젤처럼 병·의원 채널에서 출발한 회사들이 대중 채널로 넘어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지금은 "제약·의료 회사가 화장품 시장을 넘본다"는 구도지만 몇 년 뒤에는 "더마 출신 브랜드가 K뷰티의 주류가 된다"는 구도로 바뀌어 있을 수 있다. 면세점·백화점이 매장 안에 뷰티 특화 약국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도 이 재편의 연장선인데, 약국은 고정 임대료로만 계약해야 해 매출연동 수수료 모델과 어긋나고 반대로 특정매입으로 직접 팔면 취급 가능한 라인업이 좁아지는 트레이드오프가 지금 유치 전략의 가장 실질적인 숙제로 남아 있다.
출처
- [2026 2분기 실적] 아모레퍼시픽 그룹, 영업익 1228억…전년비 53% ↑ (인더뉴스, 2026년 2분기 실적·해외사업 매출·영업이익)
- LG생활건강, 2Q 영업익 1000억원 돌파…북미 매출 첫 중국 추월 (아시아경제, 2026-07-29, 뷰티 부문 흑자전환·북미 매출)
- 파마리서치, '리쥬란' 수출 덕 봤다…2분기 최대 실적 (딜사이트, 파마리서치 2분기 화장품 매출·수출 증가율)
- 휴젤, 상반기 매출 2545억·영업익 1037억원…"역대 최대 실적" (머니투데이, 2026-08-06, 휴젤 화장품 부문 매출·상반기 실적)
- 동국제약 센텔리안24 수출 332%↑…1조 클럽 눈앞 (한국경제, 2026-05-17, 센텔리안24 2023~2025년 매출·수출 증가율)
- LG생활건강, CNP코스메틱스 M&A '신의 한 수' (딜사이트, 2014년 차앤박화장품 인수 배경)
-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 에스트라 흡수 합병 결의 (아모레퍼시픽 공식, 2021-06-22)
- DART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 — 아모레퍼시픽그룹·LG생활건강·파마리서치·휴젤·동국제약 2026년 분기보고서(개별 공시 URL을 특정하지 못해 자료명만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