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는 정체, 아시아·태평양은 44% 성장…Avolta가 3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배경

2026-08-11 오후 8:19Global

Overview

여행소매 전문지 무디 데이빗(Moodie Davitt)이 2025년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여행소매업체 순위를 발표했다. Avolta가 3년 연속 1위를 지켰지만, 지역별 성적표를 뜯어보면 북미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고 아시아태평양의 +44.4% 성장은 상하이 푸둥·간사이공항 신규 계약이 만든 착시에 가깝다. 2위 CDFG의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헤드라인 뒤에 숨은 Avolta의 진짜 체력을 실적표로 짚는다.

8월 10일 무디 데이빗 리포트(Moodie Davitt Report)가 발행한 매거진 7·8월호는 2025년 매출 기준 세계 여행소매업체 순위를 공개했다. 결과만 보면 익숙한 그림이다. Avolta가 3년 연속 1위를 지켰다. 그런데 같은 날 Avolta가 이미 3월에 공시했던 2025년 연간 실적표를 다시 열어보면, "3년 연속 세계 1위"라는 헤드라인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역별 차이가 드러난다. 북미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고, 아시아태평양은 보고 기준 +44.4%라는 놀라운 숫자를 냈지만 그 대부분은 매장에서 더 많이 판 게 아니라 신규 계약을 새로 따낸 결과였다. 순위표의 1등과 실적표의 1등은, 자세히 보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순위표로 보는 그림 — 소매도 1위, 식음료도 1위

무디 데이빗이 집계한 2025년 매출 기준 순위에서 Avolta는 소매·식음료(F&B) 결합 기준 1위, 식음료 단독 기준으로도 1위에 올랐다. 종합 순위 2위는 중국국여 산하 CDFG(China Duty Free Group), 3위는 라가르데르 트래블 리테일(Lagardère Travel Retail)이다. 식음료 단독 순위에서는 Avolta에 이어 SSP Group이 2위, Areas가 3위를 차지했다. 소매와 식음료를 모두 1위로 장악한 사업자는 Avolta가 유일하다.

무디 데이빗은 이번 순위를 관통하는 업계 배경으로 "소비자 행동 변화, 중국 소비 둔화, 한국 면세시장에 대한 압력,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 네 가지 압력 앞에서 Avolta가 순위를 지켰다는 게 헤드라인이지만, 정작 Avolta 자신의 2025년 실적표를 열어보면 이 네 가지 압력을 고스란히 두들겨 맞은 흔적이 지역별로 남아 있다.

원문 실적표 — 숫자로 보는 2025년

Avolta는 지난 3월 11일 2025년 전체 실적을 공시했다. IFRS(회계 기준)와 CORE(비경상 항목을 제외한 사업 성과 기준) 두 세트로 발표하는 게 이 회사의 관행인데, 두 숫자 사이의 간극이 이번 실적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다.

항목IFRS 기준CORE 기준
매출(Turnover)CHF 139.83억(약 US$179.7억), +1.9%CHF 137.20억, CER +5.9% / 오가닉 +5.5%
영업이익CHF 11.03억(약 US$14.0억), +18.1%, 마진 7.9%CORE EBIT CHF 9.63억, 마진 7.0%
EBITDA—CHF 13.24억, +4.5%(CER +9.7%), 마진 9.7%(+0.3%포인트)
순이익(지배주주 귀속)CHF 1.99억, 기본 EPS CHF 1.39CHF 4.98억, 기본 EPS CHF 3.48(+33%)
자유현금흐름(EFCF)CHF 4.87억, +14.6%—

리포티드(보고) 매출 성장률은 +1.9%인데 CORE 오가닉 성장률은 +5.5%다. 3.6%포인트 차이의 대부분은 환율 효과(-4.0%)에서 나왔다 — 스위스프랑 강세가 해외 매출을 그만큼 깎아 먹었다는 뜻이다. 반대로 순이익 쪽은 IFRS(CHF 1.99억)와 CORE(CHF 4.98억) 사이에 2.5배 차이가 나는데, 이건 일회성 비용·상각 등 비경상 항목이 IFRS 순이익을 그만큼 눌렀다는 의미다. 두 세트 숫자 중 하나만 보고 "Avolta가 잘했다/못했다"를 판단하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핵심 인사이트 — 지역별로 극과 극, 그리고 아태의 착시

진짜 이야기는 지역별 분해표에 있다. CORE 기준 2025년 지역별 매출과 성장률은 다음과 같다.

지역매출(CHFm)보고 성장률환율 영향오가닉 성장률
유럽·중동·아프리카(EMEA)7,240+3.0%-2.2%+8.2%
북미4,049-5.8%-6.1%+0.3%
라틴아메리카1,595+1.5%-5.8%+7.4%
아시아태평양836+44.4%-6.8%+6.9%
그룹 합계13,720+1.8%-4.0%+5.5%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북미다. 보고 기준으로는 -5.8%로 역성장했지만, 환율 영향(-6.1%)을 걷어내면 오가닉 성장률은 +0.3%로 사실상 제자리다. Avolta는 이 원인으로 미국 여객 수요 둔화와 통화 노출(2025년 USD/CHF 평균 환율이 전년 대비 5.7% 하락)을 지목했다. 흥미로운 건 같은 해에 JFK·웨스트팜비치·애틀랜타·산호세 등 북미 주요 공항에서 잇달아 신규 계약을 따냈다는 점이다. 매장을 늘렸는데도 매출이 늘지 않았다는 건, 기존 매장의 객단가·객수가 그만큼 빠졌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아시아태평양의 +44.4%다. 숫자만 보면 그룹 내 최고 성장 지역처럼 보이지만, 같은 지역의 오가닉 성장률은 +6.9%에 그친다. 오가닉(+6.9%)과 환율 영향(-6.8%)을 더해도 보고 성장률(+44.4%)에는 한참 못 미친다 — 그 차이(대략 40%포인트 이상)를 메운 건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따낸 중국 본토 최초의 "신세대(next-generation)" 면세 계약과 일본 간사이공항 신규 진출이다. 즉 아시아태평양의 헤드라인 성장은 기존 매장이 더 많이 판 결과가 아니라, 새 매장을 새로 열어서 만든 숫자다. 실제로 Avolta는 같은 시기 아시아태평양의 "지출액(spend) 기준 실적은 약세"라고 별도로 밝혔다. 계약은 늘었는데 손님 1인당 쓰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는 뜻이다.

반면 EMEA(오가닉 +8.2%)와 라틴아메리카(오가닉 +7.4%)는 신규 계약 효과 없이도 그룹 평균(+5.5%)을 웃도는 성장을 냈다. 결국 2025년 Avolta의 진짜 성장 엔진은 북미도 아태도 아니라 EMEA와 라틴아메리카였고, 아시아태평양은 몸집은 커졌지만 체력은 아직 그만큼 붙지 않은 지역이라는 게 이 표가 보여주는 그림이다.

2위와의 격차 — CDFG는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Avolta가 3년 연속 1위를 지킨 배경에는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경쟁자의 후퇴도 있다. 2위 CDFG의 모회사 중국국여(China Tourism Group Duty Free)는 2025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4.9% 줄어든 RMB537억(약 US$78억)에 그쳤다고 공시했다. 순이익도 16% 가까이 감소한 RMB35.85억(약 US$5.2억)이다. 4분기에는 하이난 면세 매출 반등에 힘입어 순이익이 +53.5% 급증했지만, 연간 기준 역성장을 되돌리기엔 부족했다.

단순 비교하면 Avolta의 2025년 IFRS 매출(약 US$179.7억)은 CDFG(약 US$78억)의 2.3배 수준이다. 1년 전에도 Avolta가 1위였지만, CDFG가 뒷걸음질치고 Avolta가 전진하면서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3년 연속 1위"라는 문구를 Avolta의 실력만으로 읽으면 절반만 보는 것이고, 하이난 바우처 의존도가 높은 CDFG의 구조적 취약성이 같은 기간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재무 건전성과 주주환원

실적 이면의 재무 지표도 개선세다. 연말 기준 재무순부채는 CHF 25.31억으로 레버리지 비율 1.96배까지 낮아졌다 — 3분기 발표 당시 "1.9배대로 디레버리징"을 강조했던 흐름의 연장선이다. 5월에는 2032년 만기, 표면금리 4.5%의 유로화 채권(EUR 5억 규모)을 새로 발행해 자금 조달 구조도 손봤다.

주주환원도 확대됐다. 배당은 주당 CHF 1.15로 전년 대비 15% 늘려 2026년 5월 주주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은 2025년에만 486만1,342주(등록자본의 3.3%)를 소각했고, CHF 2.25억 규모의 신규 프로그램을 약 12개월에 걸쳐 추가로 진행한다. 2024년 소각분까지 합치면 등록자본의 약 10%를 줄이는 게 목표다. 성장률 숫자만큼이나, 이익을 현금으로 바꿔 주주에게 돌려주는 능력 자체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다.

2026년 초반 흐름과 리스크

Avolta는 중기 가이던스로 연간 오가닉 성장 5–7%, CORE EBITDA 마진 개선 연 20–40bp, EFCF 전환율 개선 연 100–150bp를 재확인했다. 다만 2026년 출발은 매끄럽지 않다. 회사는 "1월은 2025년 1월의 높은 기저 효과 때문에 약세로 시작했다"고 밝혔고, 2월 누적(YTD) 오가닉 성장률은 약 +4.5%, 2월 단월은 약 +5.5%로 다소 회복됐다고 전했다. 현재 환율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환율 역풍은 약 -5%로 예상된다 — 2025년(-4.0%)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정학적 불안도 빼놓지 않았다. 회사는 "중동에 대한 직접 노출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최근 지역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Xavier Rossinyol CEO는 "복잡한 외부 환경 속에서도 규모, 다각화, 명확한 전략 방향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4년 연속으로 2025년은 Avolta가 전략·운영·상업·재무 약속을 전반적으로 초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한국 면세업계가 읽어야 할 지점

무디 데이빗이 이번 순위 배경으로 "한국 면세시장에 대한 압력"을 명시적으로 꼽았다는 점은 국내 업계가 곱씹어볼 대목이다. Avolta의 2025년 실적은 그 압력 속에서도 세계 1위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두 가지 참고점을 준다.

첫째, 성장의 출처를 구분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의 +44.4%가 보여주듯, 신규 계약으로 만든 성장과 기존 매장의 오가닉 성장은 지속가능성이 다르다. 국내 면세점도 인천공항 신규 구역 편입이나 시내점 확장 같은 공급 측 성장과, 기존 매장의 객단가·객수 회복(수요 측 성장)을 분리해서 공시·관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환율·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다각화의 힘이다. 현업에서 보면 이 다각화야말로 숫자로 잘 드러나지 않는 진짜 체력이다. Avolta는 EMEA·북미·라틴아메리카·아시아태평양에 고르게 걸쳐 있어 한 지역이 흔들려도 그룹 전체가 버틸 체력이 있다. 반면 특정 국가(중국 인바운드 등)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 구조는 그 나라의 소비 심리나 정책 변화 하나에 실적 전체가 출렁이기 쉽다. Avolta·CDFG 모두 2025년에 지역·채널별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사실 자체가, 다각화되지 않은 사업 구조의 리스크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RIT's Insights

역설적으로 가장 화려한 숫자, 아시아태평양의 +44.4%가 가장 인상적이다 — 오가닉 성장(+6.9%)과 나란히 놓으면, 신규 계약이 만든 성장은 회사의 "영업력"이 아니라 "영업개발력"을 보여주는 숫자라는 걸 알 수 있고 둘은 지속가능성이 다르다. 국내 면세 오퍼레이터라면 이 구분을 아예 공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 신규 계약으로 늘어난 매출과 기존 매장의 오가닉 성장을 분리해 놓지 않으면 성장률은 높은데 실제 체력은 약하다는 오독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IFRS와 CORE 두 세트 숫자 사이의 간극도 눈여겨볼 만한데, 환율·일회성 비용 때문에 격차가 커지는 시기일수록 어느 한쪽만 인용하면 실제보다 좋거나 나빠 보이는 착시가 생긴다. Avolta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덕분에 북미가 흔들려도 EMEA·라틴아메리카가 받쳐줬지만 CDFG는 하이난이라는 단일 축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 그 축이 흔들리면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 — "글로벌 다각화 vs 지역 집중"이라는 오래된 질문에 2025년이 내놓은 실증 데이터에 가깝다. 2026년 환율 역풍이 -4.0%에서 -5%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가볍지 않다 — 오가닉 성장률 목표(5~7%)를 그대로 지켜도 보고 기준 매출은 환율 하나만으로 다시 정체 국면처럼 보일 수 있는 만큼, 다음 분기부터는 헤드라인 성장률보다 오가닉 성장률과 지역별 분해표를 먼저 열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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